현대 신학은 어디로 가는가?

현대 신학은 어디로 가는가?

[ 목회·신학 ] 현대신학산책 完. 에필로그

박만 교수
2014년 09월 15일(월) 17:41

현대신학 산책을 연재한지 벌써 여러 달이 지났다. 그동안 20세기 전반기의 신학자인 칼 바르트, 폴 틸리히, 디트리히 본회퍼의 사상과 주요한 신학적 특징을 검토했고 20세기 후반 이후의 다양한 신학 운동들을 특징짓는 개념어로 해방, 대화, 생명을 선택하고 그것들을 대변하는 것들로써 해방신학과 여성신학 그리고 진화신학을 살펴보았다. 원래 계획은 생태계 신학까지 살펴보고자 했지만 이 정도에서 연재를 마쳐야 할 것 같다. 연재를 마감하는 오늘 우리의 주제는 현대신학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대신학은 어디로 갈 것인가? 첫째 그것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게 될 것이다. 통일된 보편적 신학체계를 구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그 자리를 많은 지역 신학들이 채울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신학은 한편으로는 세계의 신학들과 교류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의 교회와 사회를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성경적이면서도 열려 있는 신학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신학의 지역화로 인해 신학들 사이의 고립은 더욱 커지며, 그럴수록 대화의 필요성 역시 깊어질 것이다. 이런 대화가 진행될수록 신학이 도대체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신학의 본질과 과업에 대한 질문이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다.

셋째, 신학의 구체성, 세계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의 신학은 종래의 상아탑 안의 신학, 소수 엘리트의 신학에서 벗어나 교회와 세상 속의 구체적인 삶에서 힘을 얻고 그것을 신학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미 서구의 많은 신학교는 파트타임으로 공부하는 많은 평신도들, 특히 여성들에 의해 채워지고 있으며, 그 수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교회의 리더십에 영향을 주어 교회의 구조와 사역을 변화시킬 것이며 신학의 대중화와 구체화를 앞당길 것이다.

넷째, 신학에서 이론적 탐구와 영성적 실천 사이가 통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현대 세계는 기계적, 합리주의적, 객관적인 세계 이해를 넘어 유기적, 초합리적, 주관적인 세계 이해로 이행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영적 현상과 초월적 세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신학은 다양한 영적 경험을 분별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성경은 "영을 다 믿지 말고 영들이 하나님에게 속했는가 시험해 보라"(요한일서 4:1)고 말한다. 이 점에서 한국교회의 중요한 과제 하나는 영적 경험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을 어떻게 보다 진정한 기독교적 영성으로 인도해 가느냐 하는 점이 될 것이다.

필자는 평소에 한국교회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의 상당부분, 어쩌면 거의 대부분이 신학의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동안의 한국교회는 크게 보아 미국의 근본주의 신학의 영향 속에 자라난 보수적 복음주의 신학,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 축복'의 신학, 그리고 해방신학, 민중신학의 영향을 받아왔다. 이 신학들은 나름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보수적 복음주의 신학은 전도와 개인영혼 구원에 강점이 있었으나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에 둔감했다. '삼박자 축복'의 신학은 신앙에 자신감과 활력을 주었고 교회를 성장시키는 데 공헌했으나 복음의 사회적 책임성에서 약점을 보였다. 민중신학은 인권과 민주화에 공헌했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면에서 강점이 있었으나 왜곡된 복음 이해로 교회 안에 제대로 수용될 수 없었다. 이 모두는 나름의 강점들을 가지고 있었으나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의 빛으로 볼 때 부족하거나 한 쪽으로 쏠린 신학이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성경의 진리에 깊이 뿌리박고, 시대정신과 정직하게 대면하며, 겸손과 기도로 계속 자기를 바꾸어 가며, 교회와 사회의 필요에 책임적으로 응답하는 보다 '온전한 신학'이 필요하다. 실제로 교회 역사에서 신학이 갱신될 때 교회가 바뀌고 사회의 변화 역시 일어나는 것을 본다. 이런 일이 본교단에서 크게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박 만 교수 / 부산장신대ㆍ조직신학

※ 이번호를 끝으로 '현대신학 산책'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박만 교수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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