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받은 이단, 아직 활동...손발 묶인 상황서 개혁?

면죄부 받은 이단, 아직 활동...손발 묶인 상황서 개혁?

[ 교계 ] '이영훈' 체제의 한기총, 여전히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9월 02일(화) 18:04
   
▲ 임시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뒤 포옹을 하고 있는 한기총 전현직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여의도순복음 총회장ㆍ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지난 2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기총 제25-1차 임시총회에서 총대들의 만장일치로 신임 대표회장에 선출됐다.
 
이영훈 목사는 "한기총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의해 세워진만큼 역대 회장들이 설립 정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것을 이어받아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교계는 이 목사가 한기총에 입성한 것을 두고 그 이유와 배경에 궁금증을 갖고 있다. 모두 아는 바대로 한기총은 최근 몇 년간의 파행운영으로 기하성을 제외한 주요교단들이 탈퇴 및 행정보류를 했고, 홍재철 대표회장 체제 하에서 면죄부를 받은 이단들도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이 목사가 한기총 개혁을 단행하기에도 녹록지 않다. 임원, 회원, 직원들에 대한 홍 목사의 영향력이 굳건한 상황에서 신임대표회장이 자신의 의지대로 한기총을 끌고 나가기에는 힘에 부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이 목사는 홍 전임 대표회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기 때문에 새롭게 조각(組閣)을 하지 않는다.
 
이번 이취임의 과정에서 홍 목사는 회장 직무정지가처분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판결에 대한 부담도 없애고, 자신은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해 희생과 양보를 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놓는 동시에 교계의 평판이 비교적 좋은 이영훈 목사를 통해 한교연과의 통합에 주도권도 쥘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중도에 회장직을 내려놓는다 해도 '실(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상한 점은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회장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친밀하게 교제를 이어왔던 그룹, 심지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에서도 이 사실을 잘 몰랐을 정도로 비밀리에 추진됐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아는 교계 인사들은 홍재철 대표회장에게 이상하리만큼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주어온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조용기 목사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이들도 많다.
 
또 일각에서는 이 목사가 내외부에서 색깔론에 대한 공격을 심하게 받아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영훈 목사가 소속된 기하성 총회 산하 교회와 담임으로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에서는 이 목사의 진보적 행보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 이 목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28일 한기총에서 이영훈 목사가 홍재철 전 대표회장과 가진 공동선언문 발표 회견장에서도 그동안 자신이 보였던 진보적 행보를 지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NCCK의 진보적 신학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하성이 NCCK에 가입하게 된 것은 조용기 목사님께서 성령운동을 펼치는 기하성 교단이 진보에 치우친 NCCK에 들어가 변화시켜야 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재철 대표회장과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도 "WCC 내의 잘못된 신학사상을 반대한다"며 "지금까지 한기총이 반대해 온 종교다원주의, 세속주의, 동성연애, 공산주의 등은 결코 용납될 수 없으며, 한기총 정관의 선언문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한, NCCK, 정교회, 천주교가 맺은 직제협의회에 대해서도 "기독교 보수신앙의 본질을 훼손할 것을 우려하며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목사는 지난 1월 8일 NCCK 회원 교단과 한국천주교가 공동으로 연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에서 공동담화문에 서명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영훈 목사 체제의 한기총은 이전의 한국교회 대표적 보수 연합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단, 한기총 내부에는 본교단을 비롯한 대부분 주요교단이 탈퇴 및 임의탈퇴, 행정보류를 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한기총은 최근 교계의 공감대가 전혀 없이 독자적으로 이단을 해제해 이들이 회원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 이영훈 목사는 탈퇴 및 행정보류한 교단 중 몇몇 교단이 자신이 회장에 취임하면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실제로 주요 교단들이 인정하지 않는 이단들이 버젓이 회원으로 있는 한기총에 섣불리 들어가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교연과의 통합에 있어서도 한교연측은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다하더라도 통합을 위해서는 선제조건으로 한기총이 7.7정관 이전으로 복귀하고 이단 문제가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기총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기로 한 이영훈 목사가 결코 쉽지 않은 주변환경 속에서 복잡하게 엉킨 실타레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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