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서 핀 판자촌 아이들의 희망

쓰레기 더미서 핀 판자촌 아이들의 희망

[ 문화 ] 필리핀 바세코 지역의 선교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바세코의 아이들'개봉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08월 19일(화) 15:57
   

속이 환하게 비치는 에메랄드 빛 바다와 새하얀 해변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필리핀. 그러나 바세코의 바다는 많이 다르다.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공간처럼 해안가 한쪽 구석에 밀집해 있는 넓은 판자촌,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에 가려져 마닐라 시민조차 그 존재를 모르는 곳이 바세코다. 하얀 백사장 대신 끝없는 쓰레기 더미로 넘실대는 곳. 아이들은 언제 빠져도 이상하지 않는 쓰레기 섬 위를 걸어 다니며 폐품을 수집한다.

바닷가의 쓰레기 더미를 놀이공간 삼아 뛰놀면서도 해맑은 웃음 만큼은 잃지 않는 바세코의 아이들.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차가운 삶의 덫을 맞이한 이 아이들의 아픔을 담은 다큐멘터리 '바세코의 아이들'(감독:김경식)이 지난 14일 개봉했다.

세계 3대 빈민 지역 중 하나인 필리핀 마닐라 바세코 주민들의 척박한 일상과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한국 선교사들의 모습을 담은 '바세코의 아이들'은 15년 전 바세코에서 사역을 시작하고 WMC(세계선교동공체) 쓰리 어클락 피딩센터(three o'clock feeding center)와 기독학교를 세운 신승철 선교사와 동료 선교사, 그리고 그들이 돕는 아이들에게 주목한다.

필리핀 마닐라 항구 끝자락에 있는 바세코는 1970년 조개 껍데기를 모아 생계를 유지하려는 빈민들이 몰려들면서 무허가 판자촌이 형성된 이후 30년간 행정구역상 명칭조차 없던 곳이다.

이곳을 드나들던 한 선박회사의 이름에서 유래된 바세코는 마닐라 도심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지만 마닐라 주민조차 잘 모르는 곳으로 전기나 수도 시설도 갖춰져있지 않다. 지난 2002년과 2004년 6000여 세대의 판자촌이 불타는 대형화재가 연달아 발생한 후에야 정부는 급하게 바세코를 행정구역 안에 포함시켰지만 빈민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필리핀 민다나오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바세코에서 10만 여명의 주민과 함께 하게된 신승철 선교사는 하루에 한끼도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하루 중 가장 허기를 느낀다는 오후 3시에 음식을 나눠주는 무료급식 '쓰리 어클락 피딩센터'를 지난 2004년 시작했다.

평일에는 1000여 명의 아이들이 주말에는 1500여 명의 아이들이 찾는 이 곳은 하루 단 돈 300원이면 아이들에게 배부른 한 끼를 마련해 줄 수 있지만 관심 부족으로 힘겹게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이어져 온 무료급식을 통해 아이들은 꿈을 꾸었고 희망을 만났다.

오직 갱단이 되고 창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아이들에게 한국의 선교사들은 복음과 함께 빵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고 토목과 전기기술을 전수하며 희망의 빛을 전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희망을 잃지 않는 바세코 아이들의 눈물,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진정한 나눔이 모여 척박한 바세코 땅을 젖과 꿀이 가득한 가나안 땅으로 변화시키는 이야기가 '바세코의 아이들'안에 녹아 있다.

감독 김경식 집사(청주 상당교회)는 현 청주대학교 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10회 한국청소년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및 촬영상,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 작품상 및 감독상, 제7회 대한민국 종교예술제영화제 우수상, 제13회 대한민국 영상대상 우수기획상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극영화와 TV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제작ㆍ감독하며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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