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원칙을 보여라

에큐메니칼, 원칙을 보여라

[ 교단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4년 08월 12일(화) 15:33

교회협 총무선출 '승패'보다 '성숙' 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후임총무 인선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후임총무 후보를 선정하고 NCCK를 비롯한 에큐메니칼 운동가들에게 협력을 구해야 하는 본교단은 감리교와 기장 성공회 등 타 교단에 비해 그 고민의 깊이와 넓이가 배나 깊고 넓어 보인다.

본교단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는 현 총무 김영주 목사가 재임 의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교단 내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여러 인물들 중에 누구를 낙점할 것이냐는 것이다. 큰 덩어리로 놓고 보면 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세부적으로 또다시 몇가지 문제로 나뉜다는 것도 고민을 깊게 하는 한 요인이다.

현 총무 김영주 목사의 재임 의지가 문제인 것은 김 목사가 재인준을 받을 경우 65세 정년까지 4년 임기 중에서 11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데 있다. 김 총무의 재임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상식적으로나 관행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범교단적인 중론이지만 김 총무가 재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4년 전 기장의 권오성 총무의 재임의지를 꺽고 경선을 통해 선임된 김 총무는 당시 회원교단의 인선위원들에게 '한 텀밖에 못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바 있어, 김 총무의 재임의지는 일구이언으로 에큐메니칼 운동권에서 조차 도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총무가 이처럼 정년과 도덕성 등 초강력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재인준 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는 것은 본교단이 넘어야 할 큰 과제다.

내부적으로 총무 후보자들 중에서 누구를 낙점하느냐의 문제는 더욱 고민이 크고 깊다. NCCK 교육훈련원 원장으로 오랜동안 몸담아온 이근복 목사는 '준비된' 후보로 손꼽혔으나 타교단 에큐메니칼 인사들이 환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교단의 고민이 시작됐다. 더구나 교단 내 정치적인 역학관계까지 더해지면서 에큐메니칼 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예장(본교단)에서 이번에 마땅한 후보를 낼 수 있겠느냐"는 흑색선전마저 감지되기 시작했다. 교회협 총무 후보를 내고 당선시키는 과정이 자칫 교단의 명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부상해버린 것이다.

NCCK 총무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의 공식적인 권한을 가진 교회연합사업위원회가 일찌감치 NCCK 후임총무 인선을 두고 포석을 놓기는 했지만 10년 이상 현장에서 관계를 쌓아온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가들은 본교단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총무인선 과정에서 본교단이 보여준 좋지 않은 선례를 들추어 내며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본교단은 이번 NCCK의 후임 총무를 인선하는 과정에서 승패를 떠나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을 발전시키는데 공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NCCK 회장을 역임한 증경총회장 등 본교단 에큐메니칼 인사들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질서에 따르는 '정도'를 주문하고 있어 관계자들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큐메니칼 운동이 상호 신뢰와 존중 그리고 협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만큼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정밀한 전략과 전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자들은 저마다 특색있는 장점과 자랑할 강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치적 이해에 따라 누구는 이런 약점이 있고 또 다른 누구는 저런 약점이 있어서 안된다는 식의 '네거티브' 시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다. 거론되는 후보들 중에서 공정하고도 전략적인 선발 절차를 거치는 동안 이 사람은 이런 장점이 있고 저 사람은 그런 강점이 있다는 '포지티브' 시각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NCCK 인선위원회에 참여하는 총회장과 사무총장 뿐만 아니라 NCCK 실행위원과 교회연합사업위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타교단 에큐메니칼 인사들을 설득하고 협력을 구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타교단의 에큐메니칼 인사들도 현 총무 김영주 목사의 재인준은 비상식이라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총무의 비상식적 의지가 현실로 드러나는 것은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사에도 오점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현실에서 본교단이 자중지란에 빠져 마땅한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은 '그 오점'보다 더 큰 멍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학관계에서 본교단 인사가 NCCK의 후임 총무로 선출되지 못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단 내부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치고 타교단 인사들에게 정중한 협력을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에큐메니칼 운동의 교단적 역학관계에서는 본교단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필패론'에 묻혀 패배주의에 빠지거나 현 총무측에서 흘리는 마타도어에 춤을 추어서는 곤란하다. 먼저 본교단의 성숙한 에큐메니칼 운동을 보여주고 정정당당하게 패배하고 즐거이 참여하는 보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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