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잃고 헤매는 현대인의 자화상 뭉크의 '절규오다

신을 잃고 헤매는 현대인의 자화상 뭉크의 '절규오다

[ 문화 ] 뭉크 전, 한가람미술관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07월 15일(화) 14:25
   

"두 친구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고, 불현듯 우울함이 엄습했다. 하늘이 갑자기 핏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죽을 것 같은 피로감에 멈추어 서서 난간에 기대었다. 검푸른 협만에 마치 화염 같은 핏빛 구름이 걸려 있었다. 친구들은 계속 걸어갔고, 나는 혼자서 불안에 떨면서 자연을 관통하는 거대하고 끝없는 '절규'를 느꼈다…"(에드바르드 뭉크)

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이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 회고전 '에드바르드 뭉크 - 영혼의 시'가 지난 3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뭉크의 대표작 '절규' '마돈나' '생의 춤' '별이 빛나는 밤' 등 그가 전 생애에 걸쳐 남긴 유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99점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인간 내면의 심리와 존재자로서의 고독과 불안, 공포의 감정 등을 깊게 파고드는 그의 작품은 힘들고 지친 현대인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며 그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뭉크는 1893년부터 '생의 프리즈(Frieze of Life)'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 연작을 통해 그는 인간 감정의 모든 국면을 형상화시키고자 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이 '절규'다. 신을 잃고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의 불안과 소외를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되고 있는 뭉크의 대표작 '절규'는 '생의 공포'를 표현했다.

온통 핏빛으로 물든 하늘과 이와 대조를 이루는 검푸른 해안선, 동요하는 감정을 따라 굽이치는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의 병치, 극도의 불안감으로 온몸을 떨며 절규하는 한 남자를 통해 인간의 불안과 고통에 대한 울부짖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리는 듯한 '절규' 외에도 그의 작품은 어릴 적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 여동생과 아버지의 우울증, 병약한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스트레스. 이로 인한 공포와 절망, 정적, 슬픔 등이 작품 속에 거칠고 암울하게 표현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에는 기독교에 대한 언급이 많다. 이번 전시의 포문을 여는 '지옥에서의 자화상'에서 뭉크는 벌거벗은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화염의 한복판에 서 있다.

욘 우베 스테이하우그(뭉크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그는 기독교적 개념의 지옥, 즉 저주받고 구원받지 못한 영혼들이 추방되는 저승세계를 차용하였고, 이는 그가 살아온 삶의 환경으로 치환된다"고 설명했다.

신앙심이 깊다 못해 억압적이고 광적인 기독교 신도였던 아버지와 당시 종교가 큰 논쟁이 되는 토론 주제들 중 하나였던 '기독교적' 배경이 그의 작품 속에서 인류의 본질적이며 존재론적 경험들, 곧 우리가 맞닥뜨리는 사랑과 불안 죽음과 관련된 주제들로 나타났다고 평가되고 있다.

"나는 예술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그 의미를 찾으려 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는 뭉크에 대해 평론가 박신의 교수(경희대)는 "불행한 개인사가 오히려 삶에 대해 더욱 더 깊은 통찰을 유도하듯 그의 통찰은 생명력에 대한 본능으로 방향키를 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불행과 고통을 통해 세상을 읽고 바라보고 해석하고 그려감으로써 화가적 본분을 충실하게 이뤄냈다는 것.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에 크게 공감하며 그림의 목적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뭉크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종종 비교되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렸다.

전혀 다른 분위기와 느낌을 드러내는 '별이 빛나는 밤'에는 기존 작품에 비해 색채가 밝고 평안한 느낌이지만, 차마 그 공포를 떨쳐내지 못하는 그의 고독이 담겨져 있다. "누군가는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별들조차도 매일 밤 같은 별. 나는 누군가가 죽음에도 익숙해 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왜곡된 형태와 강렬한 색감을 사용해 강렬하고도 독창적인 영혼의 풍경을 완성한 에드바르드 뭉크. 그림처럼이나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영혼의 시인 에드바르드 뭉크와의 만남은 오는 10월 12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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