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본회퍼 '나를 따르라'

③ 본회퍼 '나를 따르라'

[ 목회·신학 ] 신학명저마당

고재길 교수
2014년 07월 14일(월) 15:47

독일의  개신교  목사이며  신학자였던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히틀러의 나치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웠다. 그는 1945년 4월 9일에 플로센브뤼크 정치범수용소에서 39세의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본회퍼의 책, '나를 따르라'가 나오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히틀러가 독일 제3제국의 총통이 된 1933년 1월 30일 이후, 나치는 "교회마저 정당의 이념과 구조 안으로 '통합하는 것'을 추구했고 그리스도인에게도 유대인과 '민족의 적'으로 선언된 집단을 차별화할 것"을 강하게 주문하였다. 1933년에 군목이었던 뮐러가 히틀러와 나치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독일제국교회의 주교가 되었다. 그렇지만 나치에 영합했던 뮐러와 '독일 그리스도들인'의 지시에 대항했던 저항은 고백교회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옛 프러시아교회의 형제단은 본회퍼에게 목회자후보생을 훈련하고 교육시키는 일을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본회퍼는 1935년부터 1937년 9월에 신학훈련원이 독일 비밀경찰에 의해 폐쇄될 때까지 핑켄발데신학원의 책임자로 사역하게 되었다.'나를 따르라'는 바로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나왔으며 그 책은 목회자후보생들에게 강의했던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면 다음의 개념, '값비싼 은혜' '순종' '고난' '그리스도의 형상'에 기초하여 책의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1. 값비싼 은혜: 본회퍼는 '은혜'에 대해 다시 점검한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값비싼 은혜'로 규정하고 '값비싼 은혜'를 '값싼 은혜'로 전락시킨 '독일 그리스도인들'을 비판한다. 그것은 '독일 그리스도인들'이 모두 히틀러의 나치 이데올로기를 신앙함으로써 진정한 메시아인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거짓 메시아인 히틀러를 추종했기 때문이다. 본회퍼는 무상이나 공짜라는 말의 동의어로 간주되는 은혜의 성경적 의미를 회복하길 원한다. 본회퍼는 십자가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은혜의 참된 가치를 발견한다. 은혜가 값비싼 까닭은 인간의 생명을 대가로 치르기 때문이요, 인간에게 생명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은혜가 값비싼 까닭은 죄를 나무라고 죄인을 의롭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은혜가 값비싼 까닭은 무엇보다도 은혜가 하나님에게 값비싼 것이기 때문이요, 은혜를 위해 하나님이 아들의 생명을 대가로 치르셨기 때문이요(고전 6:20 '너희는 값비싸게 산 것이다'), 또 하나님에게 값비싼 것이 우리에게는 값싼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 순종: '값싼 은혜'를 비판하고 '값비싼 은혜'의 회복을 강조하는 본회퍼의 진술 속에서 우리는 '교회투쟁'의 상황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즉 본회퍼는 지금 참된 교회와 거짓 교회 사이의 치열한 싸움을 전제하면서 위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히틀러를 추종하는 독일제국교회 또는 '독일 그리스도인들'이 참된 교회인지 아니면 나치 이데올로기의 교회정책에 대해 반대했던 고백교회가 참된 교회인지를 구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본회퍼는 그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시금석을 예수 그리스도의 부름을 듣고 순종하는 제자의 믿음 안에서 찾고 있다. "믿는 자만이 순종하고 순종하는 자만이 믿는다. 비록 이 두 명제는 두 문장으로 되어 있지만, 두 문장은 다 같이 진리이다. … 물론 칭의를 위해 믿음과 순종은 분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리는 믿음과 순종의 일치를 결코 폐기해서는 안 된다. 믿음은 오직 순종 속에서만 존재한다. 믿음은 결코 순종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믿음은 오직 순종의 행위 속에서만 믿음이다." 여기에서 본회퍼는 믿음과 순종의 역동적인 관계 또는 둘 사이의 일치를 강조하고 있다.

3. 고난: 고난은 그리스도의 부름에 응답하는 제자의 삶의 상징이다. 본회퍼는 제자가 겪는 고난이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대리적 고난이라고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는 자들에게 자신의 고난의 열매를 나눠 주신다. … 그리하여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죄와 잘못을 지는 자가 된다." 또한 본회퍼는 그리스도의 대속사건에 기초한 그리스도의 고유한 대리행위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의 삶 가운데서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는 세상을 위해 대리적인 고난을 받는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속죄의 고난이다. 그러나 세상은 고난을 감당할 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교회는 이제 알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는 고난을 받는다. …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름으로써 세상을 위해 대리적으로 하나님 앞에 선다." 그리스도의 제자들로 구성되는 교회는 이웃의 짐(죄, 잘못)을 함께 나눈다. 교회는 자신의 잘못이나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예수 그리스도처럼 다른 사람들을 대신하여 고난을 받는다. 제자공동체로 살아가는 참된 교회는 나치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었던 유대인들의 고난을 외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제자공동체인 교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자에 대한 공격이 곧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4. 그리스도의 형상: 본회퍼는 '그리스도의 형상'이 제자들의 삶 가운데서 나타나야 한다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강조한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의 윤리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목표이다. 그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 제자들 안으로 '침투'하고 제자들을 '가득 채우며', 제자들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주목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에게 완전히 순종하는 자'가 '반드시 그분의 형상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먼저 우리와 같은 인간의 형상을 취하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리스도와 같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오직 그리스도가 우리와 같이 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회퍼는 과감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의 형상이 되었기 때문에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와 같이 실제로 행동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를 단순하게 말씀에 순종할 수 있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은 하나님을 닮아가는 사람이다."

본회퍼의 책, '나를 따르라'는 그의 저서들 중에서 다른 나라의 언어로 가장 많이 번역되었고 최고의 판매부수를 자랑한다. 그 이유들 중에는 본회퍼가 그의 특별한 신학적 통찰력을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설교(마 5∼7장)를 해석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다. 제자의 윤리를 구성하는 개념, 값비싼 은혜, 순종, 고난, 그리스도의 형상에 기초하여 산상설교를 다시 읽을 때, 적지 않은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는 그리스도의 제자됨, 믿음과 행함의 일치,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교회공동체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동반자가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재길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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