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처벌보다 중요한 것 |2019. 04.01
[ 현장칼럼 ]   

회복적 정의에서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책임져야 할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처벌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처벌이라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문제와 피해 앞에 직면하여 피해회복을 위한 스스로의 책임있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우리나라 최초의 승용차인 포니2 모델이 새로 나왔고 당시 학생부장 선생님이 그 차를 구입하셨다. …

쪽방주민 K씨의 삶 |2019. 03.25
[ 현장칼럼 ]   

어느덧 동구쪽방상담소가 생겨난지도 내년이면 20년째이다. 처음에는 쪽방에 거주하는 분들이 거리노숙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 보호하는 역할이었는데 이제는 거리에 있는 노숙인을 쪽방으로 안내하여 주거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지역의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 상담한 권00씨(49세) 이야기는 전형적인 쪽방주민의 이야기여서 소개 해 보고자 한다. 권 씨는 10살 때 집을 …

교회는 안전하지 않다 |2019. 03.18
[ 현장칼럼 ]   

"여자는 남자가 외로워 보여서 만들어진 존재야." "요즘 여자들이 남녀가 평등하다 말하는데, 그건 반성경적이지." 교회에서 소위 '젊은 축'에 속하는 남자 집사님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하나님의 사랑과 부르심'은 남녀를 구별해서 오는 걸까? "여자들은 아이를 낳아야지요?" "권사님들, 웃으라고 한 이야기 아닙니다. 아이를 낳을 수만 있다면 낳아야 합니다!" 위트 있는 농담처럼 건네는 목사님…

위기청소년들의 진로찾기(하) |2019. 03.11
[ 현장칼럼 ]   

전편에서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진로 및 직업훈련을 서두르는 경우 오히려 실패 경험을 반복시켜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쉼터에서는 작은 성취의 경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시행하고 있다. 여러 영역들이 있겠지만, 첫째는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신체활동영역이다. 연간 일정을 조정하여 지역축제와 연계된 …

놀라운 직면의 힘 |2019. 03.04
[ 현장칼럼 ]   

서로 마주하게 된 법원 화해권고실의 분위기는 냉냉했다. 사고가 터지고 지금까지 당사자들이 직접 얼굴을 대면한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몇 번 전화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상대에 대한 오해와 편견만 강화시켜 버렸다. 사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만난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칫 분노와 상처만 커지거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화해권…

'사회적 경제'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2019. 02.25
[ 현장칼럼 ]   

며칠 전 부산시 공무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사회주택과 관련하여 논의 하자는 내용이었다. 최근 전국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하여 도시의 낙후된 지역에 비어 있는 집들이 많은데 시간이 흐르니 도시의 흉물로 변화되고 있어서 골칫거리다. 부산에만 해도 1만5000여 채 가까운 집들이 비어 있다. 부산시는 이러한 빈집들을 증축이나 개조하여 소외계층이나 청년층에게 싼 비용으로 주택을…

매일 쓰는 전기가 만들어내는 '핵폐기물' |2019. 02.19
[ 현장칼럼 ]   

요즘 우리는 편리하게 사용해오던 것들로부터 역습을 당하고 있다. 손 쉽게 쓰고 버리는 것이 트렌드가 된 지금,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과 자원 낭비가 난무하다. 일회용 컵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을 둘러보면 버려진 후에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이렇게 골치아픈 사태를 경각하기 위해 '쓰는데 5분 썩는데 수십 년'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쓰는데 5…

위기 청소년들의 진로 찾기 |2019. 02.11
[ 현장칼럼 ]   

2018년 발표된 청소년 통계에서 청소년 상담(464만3628건) 내용을 유형별로 나누어 보면 1.대인관계(125만7287) 2.학업·진로(82만6084) 3.정신건강(56만7981) 4.일탈·비행(44만2572) 순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대인관계 고민 유형이 많아졌지만 십대 청소년들의 학업·진로 고민은 항상 1, 2 순위로 높게 나왔다. 가정과 학교에서 벗어나 있는 위기 청소년들에게…

폭력,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픈 상처 |2019. 02.04
[ 현장칼럼 ]   

피해아이는 본인이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지만 대학생이 되어 있었고 아이와 어머니는 그날의 기억을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피해측의 분노와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안와골절로 뼈를 들어 올리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고 수술을 위해 얼굴 붓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동안 결국 뼈에 눌려있던 신경은 죽고 말았다. 지금도 그 부분에는 감각이 없다. 사건 당시 고3이었던 피해자는 수시면접을 보는 당일에도…

편견에서 공감으로 |2019. 01.21
[ 현장칼럼 ]   

정확히 1년전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상담소에 쪽방에 거주하고 있는 한 분이 찾아와 상담을 했다. 자신과 친분이 있었던 분의 초청으로 그 분이 살고 있는 방에 초대되어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2~3일 후 경찰이 와서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돌아간 후 그 집에 있던 현금이 없어졌다며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황당해서 증거를 대라며 항의도 했지…

지역이 살아야 청년이 산다 |2019. 01.14
[ 현장칼럼 ]   

시대마다 20대의 삶을 보면 어떤 사회인지 진단할 수 있다. 2007년에는 청년들이 취직에 성공해도 비정규직으로 월평균 88만원만 버는 '88만원 세대'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더욱 살기 힘들어진 세태를 반영하듯 더 많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연애, 결혼, 내집마련, 꿈 등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세대'를 비롯해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청년실신'(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를 합친 말…

하나님께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 |2019. 01.07
[ 현장칼럼 ]   

하나로의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진로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그나마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서 진학을 하거나 무엇인가를 배우겠다고 하면 격려하고 지원하면 된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돈만 많이 벌고 싶다고 한다. 이들은 외부지원 없이 홀로서기를 하기 때문에 쉼터를 나가면 주유나 배달 등 계약직이나 단순시간제로 근무하며 자리를…

직면, 불편하지만 가야 할 길 |2018. 12.31
[ 현장칼럼 ]   

법원에서 사건관련 자료가 한 뭉치 배달되었다. 어느덧 화해권고위원으로 활동한 지도 여러 해가 되어 간다. 자료를 넘기다가 사건관련 사진에서 멈짓하게 된다. 피해아이의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이 아이는 뭐를 그렇게 잘못했고 상대 아이는 뭐가 그렇게 화가 났을까?' 부풀어 오른 눈은 내려 앉은 코보다 높이 있었고 광대뼈도 함몰되어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

교회의 교회다움은 나눔이다 |2018. 12.24
[ 현장칼럼 ]   "정부보다 나은 교회가 되어야"

올해는 8명이 돌아가셨다. 부산동구쪽방상담소가 직접 상담을 하면서 보호하는 쪽방주민들이 500여명 정도 된다. 매년 10여 명 내외의 분들이 알콜중독과 각종 질병, 고독사 돌연사로 사망한다. 작년에 12명이었는데 올 해는 4명 줄었다. 5년 내에 5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 상담소 목표다. 쪽방주민들의 평균연령이 61세이다 보니 고령층이 많고 각종 질병과 약물에 중독되어 있는 분이 태반이다. 9…

교회가 돌보아야 할 영혼, 가정 밖 청소년 |2018. 12.17
[ 현장칼럼 ]   

교회가 돌보아야 할 영혼, 가정 밖 청소년 월드컵 응원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여름, 청소년쉼터를 설립·준비하던 군포하나로남자중장기청소년쉼터(이하 하나로)에서 청소년들을 처음 만났다.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던 첫 직장이었다. 월드컵 응원에 버금갈 정도로 열정도 있었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공부했다. 그때 하나로는 1991년부터 온누리교회의 첫 긍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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