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교회, 눈물의 유아세례식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교회, 눈물의 유아세례식

"언제 죽을지 몰라 아이들에게 세례 주고 싶다"는 부모 뜻 따라
9명 아이들에게 슬픔 속에서 세례 거행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11월 05일(일) 08:38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성 포르피리우스교회에서 진행된 유아세례식 모습. /사진 WCC 홈페이지
지난 19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시 손상당한 교회 건물 일부. /사진 이스라엘 총대주교청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큰 인명피해를 입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교회에서 지난달 28일 9명의 아기들이 세례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즐거움과 축하의 분위기 속에서 열려야 할 세례식은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치러져 전세계인들이 함께 슬픔 속 연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세례식이 열린 곳은 가자지구 내 그리스정교회 소속인 성 포르피리우스교회. 성 포르피리우스교회는 지난 1150년~1160년대 사이에 지어진 가자지구 내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성포르피리우스교회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보복 공격 이후 수백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을 받아들여 피난처로 사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이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을 타격하기 때문에 모스크와 학교, 병원 등은 위험하기 때문. 기독교인들이 있는 포르피리우스교회는 타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사람들은 종교를 불문하고 몰려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는 지난달 19일 포격을 당해 교회 부속 홀이 무너졌고, 그곳에서 피난 중이던 아기 3명을 포함하여 19명의 기독교인들이 사망했다.

이러한 비극이 있은 후,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 신도들은 남아있는 모든 아기들에게 세례를 주어, 만약 그들이 폭격으로 죽으면 기독교인으로서 죽게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껴 이번 세례식을 열게 된 것이라고 교회측은 설명했다.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 홍보 및 미디어 담당자인 카멜 아이야드는 WCC에 연락을 취해 "이것은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부모들은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그들의 아이들에게 세례를 주지만, 우리는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에게 세례를 준다"며 "우리는 전쟁 중이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급하게 마련된 세례식에서는 9명의 아이들이 세례를 받았다. 지난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9명 아이들의 가족들은 이미 교회에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카멜 아이야드 미디어 담당자는 "우리를 위한 기도와 전세계 교회들의 연대를 원한다. 가자지구에 남아있는 1000명의 기독교인들과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살아있는 교회가 가자지구의 증인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19일 포격으로 인명피해가 난 후 그리스정교회 총대주교청은 파괴된 건물과 인접한 교회에서 피난 중이던 기독교인들과 무슬림 가족들 중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하고 WCC에도 이 소식을 공유했다.

WCC 총무인 제리 필레이는 "우리는 신성한 영내에 대한 비양심적인 공격을 비난하고 세계 공동체가 병원, 학교, 예배의 집을 포함한 피난처의 보호를 위해 가자 지구에서의 안전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총대주교청은 지난달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13일 동안 이스라엘의 주택가 폭격으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여성,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공하는 피난처 외에 교회와 그 부속 기관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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