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즐거운 사회복지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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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끝편지 ] 체코 장지연 선교사<6>

장지연 목사
2023년 09월 26일(화) 11:13
체코의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한국교회 문화선교팀.
'실레지아 디아코니아'는 모라바-실레지아 지역에서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는 수십 곳의 시설들을 말한다. 필자는 사역 초창기부터 실레지아 디아코니아와 협력했으며, 현재 이 기관의 오스트라바 권역 영성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기모임에도 참석하고 있다.

그 동안 필자가 사역했던 시설들 중 두 곳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지난 2018년 5월 31일, 오스트라바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체스키 떼신에 위치한 장애인 시설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여수 중앙교회 문화선교팀의 방문에 따라 이뤄졌다. 문화선교팀은 춤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었는데, 이미 오래 전부터 체코 선교지 사역을 준비하고 있었고, 장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장애인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예정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장애인들을 가볍게 포옹을 해주었다. 포근하고 사랑스러웠다. 한국의 전통 춤과 워십댄싱으로 이뤄진 공연이 약 40분 동안 진행됐다. 체코인들은 춤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생소하게 느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목소리와 악기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하나님께 찬양할 수 있음을 알리는 좋은 기회였다.

문화선교팀의 공연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더욱 기뻤던 것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 간의 교감이 이뤄진 점이다. 공연팀의 춤을 지켜보던 장애인들 중 어떤 이는 몸을 비틀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고 어떤 이는 큰 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왜냐면 그들의 몸짓과 소리가 기쁨의 표현임을 모두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후에 선물 교환, 기념 촬영, 다과 시간이 이어졌다. 더 오래 머물면서 그들과 교제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떠나야만 했다. 민족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주님의 은혜 아래 사랑의 교감이 이뤄지는 현장을 경험하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우리의 방문이 장애인들에게 작은 선물이 됐기를 바라면서, 복된 걸음을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2019년 10월 24일엔 오스트라바 인근 도시 보후민에 위치한 가나안이란 이름의 복지시설을 방문했다. 이 시설은 초등학생 방과후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3년 전 성탄절을 앞두고 이 시설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것이 계기가 돼 1년에 두 번 정도 방문하고 있다.

아내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17명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집시족 아이들이었다. 아무래도 사회복지시설이다 보니 외부 지원자들의 방문이 더러 있는데, 그중 우리의 방문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기다린다는 책임자의 말을 들었던 터라 책임감이 느껴졌다.

준비한 찬양, 율동, 게임, 성경 요절 암송 등의 순서를 진행했다. 특히 아이들은 찬양과 율동을 아주 좋아했다. 매번 적극적으로 따라 하기 때문에 인도하는 입장에서도 신이 났다.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집시족은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그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 정말이지 신나고 즐거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오늘 방문의 목적을 '모든 아이가 빠짐없이 성경 요절을 외우도록 하는 것'에 두었다. 다른 순서들은 큰 그림을 위한 밑밥들인 셈이다. 아직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성경 요절을 외우는 일이 익숙할 리 없겠지만, 게임식으로 진행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들도 모르게 외우고 있다. 그들과 신나게 찬양하고 율동하고 게임을 하며서 시간을 보내지만, 필자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긍휼히 여기며, 그들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심기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방문하고 있다. 방문이 계속될수록 나의 마음이 전해지고 선한 의도가 결국은 이뤄지리라 믿는다.

준비한 순서들이 모두 끝나자 아이들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자신들이 손수 그린 그림을 나와 아내에게 선물로 주었고, 아이들도 연습한 노래로 화답해주었다. 우리에게 뭔가 보답하고 싶어 하는 초등학생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감동이 배가 됐다. 방문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시설 책임자가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아 함께한 순간을 남기지는 못했다.

아이들이 성탄절이 지나기 전에 다시 방문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덜컥 약속을 했다. 기분 좋은 약속이었다. 또 다른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서서히 그들에게 복음을 심어 주리라 다짐했다.

"주님, 이 아이들에게 복음이 심겨지고 주님 안에서 자라 가길 원합니다. 아이들에게 긍휼을 베풀어 주옵소서!"

장지연 목사 / 총회 파송 체코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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