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녹스에 의해 제임스 6세 즉위식이 거행된 장소

존 녹스에 의해 제임스 6세 즉위식이 거행된 장소

[ 존녹스로드순례기 ] 9.스털링 성

김승호 교수
2023년 09월 29일(금) 10:00
스털링 성은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 등장하는 윌리엄 월레스의 격전지로, 그의 삶과 정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감독 멜 깁슨은 스스로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로 분해 이 영화를 작품성과 흥행성이 뛰어난 대작으로 만들었다. 성 입구에는 스코틀랜드의 유력한 귀족으로 윌리엄 월레스를 도왔던 로버트 드 브루스의 동상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스털링 성에는 스코틀랜드 장로교에 속한 최초의 교회들 가운데 하나인 채플 로열(the Chapel Royal)이 있다. 이 건물은 1594년에 완공했는데, 메리 여왕(Mary Queen of Scots)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자신의 맏아들 헨리 왕자의 세례식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완공했다. 채플 로열 실내에는 그림, 테피스트리, 조각 및 황금 천정 등 화려한 장식이 돋보였고, 중앙에는 세례반이 놓여있었다. 당시 제임스 6세는 자녀가 없는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계승할 인물이었고, 그런 점에서 제임스 6세의 맏아들 헨리의 세례식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두 나라의 왕으로 존중할만한 스튜어트 왕조를 선포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중요한 세례식을 거행하기 위하여, 잉글랜드 대사는 채플 로열의 개선문 입구를 통하여 아기 왕자를 안으로 들였다.

구 채플 로열(The Old Chapel Royal)은 '구'(old)라는 단어에서 짐작하듯, 방문객을 이전 시대로 데려간다. 구 채플 로열은 1566년 당시 메리 여왕(Mary Queen of Scots)의 아들 제임스 6세가 세례를 받은 현장이기 때문이다. 아들 제임스는 스코틀랜드에서 마지막으로 기존의 장엄한 형식인 가톨릭 미사로 세례를 받았는데, 이러한 가톨릭 미사 형식의 세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제임스의 부친 단리 경(Lord Darnley)과 몇몇 개신교 귀족들은 그 세례식을 거부하여 참석하지 않았다. 제임스의 모친 메리 여왕은 아들 제임스 왕자의 세례식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3일 동안 경축 행사를 거행했다. 여왕은 보스웰 백작을 포함하여 그녀가 좋아하는 조신들을 위해 값비싼 새 의복을 구입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의 세례식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지금은 산책로로 단장된 마법의 요새 스털링 성의 성벽 너머로, 스코틀랜드 최초로 불꽃놀이의 장관을 관람하면서, 그레이트 홀(the Great Hall)에서는 화려한 연회가 개최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메리 여왕은 스코틀랜드 여왕으로서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왕위가 견고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연회의 들뜬 분위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 그러니까 아들 제임스에게 세례식을 베푼 지 7개월 후에, 장로교 귀족들의 반란으로 인해, 메리 여왕은 자신의 왕위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받아 폐위되었다. 이어서 그는 로크 리븐 성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갓 돌이 지난 어린 제임스는 제임스 6세로 스털링 소재의 홀리루드 교회(the Holy Rude Church)에서 존 녹스에 의해 개신교 예식으로 즉위식을 거행하여 왕위에 올랐다. 이때가 1567년이었다.

1603년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가 사망하자, 제임스는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에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통합 왕인 제임스 1세로 런던에 입성한다. 이 제임스 1세의 둘째 아들이 찰스 1세인데, 그의 형의 죽음으로 인해 나중에 영국의 왕이 된 찰스 1세가 채플 로열을 방문했을 때, 그를 환영하기 위해 스털링 성, 특히 채플 로열이 다채롭게 장식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채플 로열의 내부 벽화는 1628~9년에 예술가 발렌타인 젠킨(Valentine Jenkin)이 그린 것이다. 이처럼 채플 로열은 스코틀랜드 왕실의 역사가 담겨 있는 곳으로, 스털링 성 내에서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메리 여왕의 아들 제임스 6세가 구 채플 로열에서 가톨릭 미사 형식으로 세례식을 거행했지만, 그로부터 7개월 후에 메리 여왕이 폐위되고 어린 제임스가 존 녹스에 의해 개신교 예배형식으로 즉위식을 거행하여 제임스 6세가 된 역사적 사실은 당시에 정치적으로 얼마나 요동치는 시대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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