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소비라는 우상 섬김이 아니라 하나님 찬양하는 것

복음은 소비라는 우상 섬김이 아니라 하나님 찬양하는 것

[ 신학 ] 사회생태윤리로 풀어보는 교회와 사회 이야기(10)

박용범 교수
2023년 09월 14일(목) 09:14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552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는 1262만명으로 추정되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통계에 의하면 등록된 반려동물의 수가 3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처럼 인구의 25% 가량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의지하는 현실에서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petloss syndrome)"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반려인에게 있어 반려동물은 삶의 동반자이자, 무조건적 사랑의 대상이다. 인간은 무슨 일을 남들보다 잘해야 칭찬하고, 특별하고 대단한 일이 있어야 축하하고 즐거워하지만, 반려동물은 환경의 변화나 조건과 상관없이 해맑은 애교와 교감으로 인간을 대한다. 이러한 반려동물을 상실한 반려인은 정신적, 감정적, 신체적 고통을 겪게 되는데, 이는 가족을 사별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반응과 유사하다.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고통은 보통 2~3개월 정도 지나면 사라지지만 때로는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복합 비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증가하는 반려동물의 개체수와는 반대로 지구 전역에 걸쳐 각종 생물의 멸종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참으로 역설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지구 역사상 이미 존재했던 몇 차례의 대규모 멸종 중 가장 최근의 것이지만, 인류가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연구에 따르면 최소 매년 약 10000여종 이상의 생물종이 사라진다고 한다.

생물종 다양성은 삼림 벌채, 심해 어업, 산호초 파괴, 살충제 남용 등으로 급격히 감소해왔다. 기후 변화의 가속화는 위기의 단계를 넘어 재앙 수준에 이르러 지구 전체가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는데, 인류의 과도한 활동을 위한 화석 연료의 사용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해수면 상승, 태풍이나 허리케인 또는 사이클론의 증가, 남극 빙하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오염은 바다, 강, 공기, 토양, 그리고 우주에까지 널리 퍼져 있으며, 토양 침식과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는 목초지와 산업 및 경작지의 과도한 사용, 그리고 산비탈과 같이 경작에 부적절한 토지의 이용과 관련되어 토양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응답하여 2018년 영국에서는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라는 명칭의 단체가 결성되었다. 파국에 직면한 기후위기 시대에 비폭력 불복종의 적극적인 저항으로 비상행동을 선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며 인류가 직면한 멸종의 긴박한 상황을 정치적인 방법으로 알려왔고, 국내에도 지부가 결성되어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 가운데 있는 한국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모든 생물을 보호하라고 부르셨을 때, 노아는 어떤 동물을 방주에 태울지 선택할 수 없었다.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소유이며 노아는 단지 관리인에 불과했다. 그런데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면 방주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던 많은 동물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노아처럼 우리에게는 대멸종 사태로부터 하나님의 모든 생물종의 다양성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전도서 3장 19절은 동물의 운명과 인간의 운명이 서로 얽혀 있으며, 둘 다 같은 숨을 쉬고 있다는 말씀으로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불러온 생물종의 급격한 감소에 맞서 교회가 노아의 소명의식으로 적극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현재 내일이 없는 것처럼 창조세계를 소비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타락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을 먹는 과잉 소비 행위로 인해 발생했다. 창조 신앙에 근거한 복음은 창조의 목적이 소비라는 우상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의 영광을 선포하는 것임을 가르친다.

박용범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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