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정의가 과학 등 사회 모든 분야에 구현되도록 노력

하나님 정의가 과학 등 사회 모든 분야에 구현되도록 노력

[ 신학 ] 사회생태윤리로 풀어보는 교회와 사회 이야기(9)

박용범 교수
2023년 09월 07일(목) 09:38
현대인들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삶을 이전보다 더욱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동시에 일부는 인간의 행동 양식, 정체성, 윤리의식, 그리고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거기엔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여 어느덧 인간과 AI를 구별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인공지능의 진보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회는 과학과 신앙이 양립할 수 없다는 분리나 갈등을 전제로 하는 접근보다는, 각 영역의 특성과 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열린 대화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사례로 이를 통해 올해 초반 열풍이 일었던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의 활용에 따른 예측 가능한 사회적 영향과 각종 문제들을 파악하고 합의 가능한 윤리적 기준과 대처 방안의 법제화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 교회와 사회 현장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 그리고 과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선한 도구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무턱대고 챗GPT 활용에 대해 경계심을 갖거나, 목회 현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사람들은 기술이 사회에서 보편화 될수록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경제 상황의 급변으로 인한 지위의 불안정이 두렵게 다가와도, 흔들리지 말고 진리 안에서 행하는(요한삼서 1:3~4) 기쁨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할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동안 과학기술은 인간만이 감당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여러 분야들을 점차 기계가 대신 수행하여 인류가 더 편리하고 풍요로운 방향으로 진보해왔다. 하지만 이는 모두를 위한 발전이라기보다는 소수의 이권과 편리에 따라 편향성을 드러내기도 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교회는 하나님의 정의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 구현되도록 책임감을 갖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목회 영역에서 챗GPT를 사용할 때 사회생태윤리에 입각하여 올바르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생태윤리는 무엇보다 예수의 산상수훈을 중심으로 성서의 원칙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가르침은 교회와 사회 현장에서 사랑, 정의, 평화, 연민, 용서, 화해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간은 물론 창조세계의 모든 구성원을 존중하도록 권장한다. 지구의 모든 생물군(biota)이 인간의 잘못된 행동과 무위(inaction)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자각하여, 공동체와 국가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생태적으로 책임 있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사회생태윤리의 목표다.

여기에 입각하여 교회에서 챗GPT를 사용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윤리적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챗GPT는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의 상호 작용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라는 점이다. 챗GPT가 유용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인격적인 개인들의 인간관계를 대체하기엔 무리가 있다. 둘째, 챗GPT를 신앙의 가치를 증진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하며 증오, 차별, 분열, 혐오, 배제 등을 조장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셋째,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챗GPT를 사용해야 한다. 배경, 신념 또는 삶의 방식과 상관없이 모든 사용자를 존엄하게 대하며, 혹시라도 사생활의 경계를 침범하거나 개인 정보를 존중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챗GPT의 잠재적인 위험과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제로 openAI사의 챗GPT 초기 화면에는 "ChatGPT는 사람, 장소 또는 사실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라는 주의 문구가 달려 있다. 우리가 목회 현장에서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활용한다면 챗GPT는 교회와 사회 현장을 위한 선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용범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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