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개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개혁'

[ 존녹스로드순례기 ] 8. 세인트 자일스 교회(St. Giles Cathedral)

김승호 교수
2023년 09월 01일(금) 10:00
린리스고에서 출발한 지 약 40분 만에 에든버러 시내에 도착했다. 마침 에든버러는 '프린지 페스티벌' 기간이어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인파로 가득했다. 공연팀마다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간단한 묘기에서부터 신기한 마술, 각 나라의 고유한 놀이, 연극공연 등 구경거리로 가득했고 시내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주일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세인트자일스 교회에 갔다. 예배당 입구에서 예배 출석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떠들썩한 바깥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신비의 공간에 들어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앞쪽에서 들려오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귀를 타고 들어와 온몸과 영혼에 스며드는 듯했다. '세인트자일스 교회'를 '스코틀랜드의 살아있는 역사'(Scotland's Living History)라고 표현한 안내판을 보면서, 교회에 대한 그들의 대단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교회 안내문에는 존 녹스의 활동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1558년 개신교는 스코틀랜드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여전히 가톨릭 예배를 드리고 있던 세인트자일스 교회에서 조각상 하나를 도둑맞았고, 그것은 부패한 물로 가득 차 있던 에든버러의 노(Nor) 호수에 던져졌다. 또한, 전통적으로 행해지던 세인트자일스의 날 행사(St. Giles Day parade)는 성상을 파괴하려던 개신교인들에 의해 방해받았다. 155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돌아온 존 녹스는 추종자들을 세인트자일스 교회로 불러들였고, 거기서 그는 처음으로 설교를 전했다. 그다음 주에 존 녹스는 그 교회의 목사로 선출되었고, 가톨릭의 장식물이 교회 건물에서 제거되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1560년에 교황의 권위를 폐지했고, 세인트자일스 교회가 가톨릭 교회로 내려오던 400년의 역사가 공식적으로 종결되었다. 교회 건물에 있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이 제거되었고 성상들이 파괴되었다. 이 모든 일은 스코틀랜드에서 여전히 가톨릭 배경의 지배자, 메리 여왕(Mary Queen of Scots)의 재위 당시에 발생했다. 존 녹스는 자신의 설교에서 그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녹스는 교회 계급구조의 제거와 부자와 빈자를 위한 스코틀랜드 교육제도의 확대 등과 같은 개혁을 도입했다. 18세기 말경에 이르러, 스코틀랜드는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번영을 허용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교양있는 국가가 되었다. 오늘날 존 녹스는 전 세계에 흩어진 성도들이 소속된 교단인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설립자로 기억되며, 세인트자일스 교회는 세계 장로교회의 모교회(the Mother Church of World Presbyterianism)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종교개혁 당시 존 녹스의 설교가 이 교회에 운집한 회중을 향해 불길을 뿜었고, 그의 설교에 감동된 회중이 예배당 내부의 성상과 장식물을 제거하던 당시의 순간을 상상해 보았다. 이곳은 존 녹스와 그의 영향을 받은 회중이 진리를 향한 믿음과 실천적 행동을 통하여 교회의 순수성과 거룩성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종교개혁의 현장이었다. 위대한 역사는 마음에서 촉발된 믿음이 실천적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임을 세인트자일스 교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존 녹스의 종교개혁은 가톨릭의 성상 숭배, 연옥 교리, 마리아 숭배 등 중세교회의 교리적 차원의 개혁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가톨릭의 성직 계급구조를 폐지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도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해 주는 교육제도의 확대를 포함하여, 교회와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개혁이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존 녹스의 종교개혁 정신을 어느 정도로 계승하고 있는가? 교회 내의 '직분'이 하나의 '계급'으로 변질되고, 세상보다 더 세속적이라는 비판에 자유롭지 못한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때 개혁의 주체였던 교회가 이제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실 또한 어떻게 갱신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존 녹스의 개혁 현장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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