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사랑이 순종 가능케 했다

충분한 사랑이 순종 가능케 했다

[ 통으로읽는성경 ] 31.아브라함과 제사장 나라

조병호 목사
2023년 08월 23일(수) 11:11
아브라함과 멜기세덱의 만남을 묘사한 알브레히트 바우츠의 그림.
아브라함은 순종을 통해 아들 이삭과 함께 '여호와 이레'를 체험하는 복을 받았다

역사를 공부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의 삶은 개인과 가정에 국한되지 않고 나라를 생각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성경 속 하나님의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그들이 각자 개인의 삶을 살았고 한 가정의 일원이었지만 더 나아가 제사장 나라와 하나님 나라를 살며 그 나라에 충성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의 첫 번째로 아브라함을 살펴보겠다. 아브라함은 제사장 나라가 세워지기 500년 전에 '제사장 나라의 세 가지 기초를 세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아브라함은 제사장 나라가 세워진 '보여줄 땅 가나안'과 모든 민족을 위한 하나님의 꿈인 '땅끝'의 기초를 세웠다. 하나님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인 갈대아 우르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에게 '이 땅을 떠나 보여줄 땅으로 가라'고 명령하셨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자기 조상들이 대대로 살아왔던 편안하고 익숙한 땅을 떠나 하나님이 보여줄 땅이라고 말씀하신 '가나안 땅'으로 이주했다. 아브라함에게 가나안이 '보여줄 땅'이었다면, 그 후 이삭의 아들 야곱에게 가나안은 '고향 땅'이 됐다. 그리고 입애굽과 출애굽 과정 430년 동안 아브라함의 후손 히브리 민족에게 가나안은 '약속의 땅'이 됐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 생활 40년과 가나안 정복전쟁 5년을 거친 후 여호수아 주도 하에 계민수전과 제비뽑기를 통해 열두 지파가 땅을 분배받으며 가나안에서 제사장 나라의 백성이 됐다.

제사장 나라를 위한 약속의 땅 가나안은 500년 후 다윗에 의해 예루살렘이 수도로 세워지고 솔로몬 때에 예루살렘 성전이 건축되면서 하나님의 이름을 두려고 택한 거룩한 장소가 된다. 예루살렘 성전 건축 1000년 후에 예수님은 바로 그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지상명령을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사명으로 주셨다(행 1:8). 그러므로 제사장 나라가 세워진 땅 '가나안'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 집을 떠나 이주한 수고와 헌신과 순종이 바탕이 된 것이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후손을 통해 하나님의 꿈인 모든 민족을 위한 제사장 나라를 세워 '땅끝'까지 하나님의 사랑이 퍼져갈 수 있게 하셨다. 이것이 제사장 나라를 기반으로 한 하나님의 세계 경영이며, 이 하나님의 계획은 아브라함을 통해 준비된 것이다.

둘째, 아브라함은 제사장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바침으로 제사장 나라의 기반인 '제사장과 십일조'의 기초를 세웠다. 아브라함은 조카 롯이 소돔에 살던 중 전쟁에 휘말려 노예로 끌려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자기 집에서 훈련한 318명을 이끌고 출전했다.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를 비롯한 5개 도시에서 많은 재물을 탈취하고 주민들을 노예로 끌어가던 앗수르 4개 도시국가 군인들을 상대로 야습과 기습을 통해 큰 승리를 거둬 조카 롯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구하고 재물까지 되찾아 돌아왔다. 그러자 살렘 왕이자 하나님의 제사장인 멜기세덱이 아브라함을 맞이하면서 '너희 대적을 네 손에 붙이신 이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라고 그 전쟁을 해석해 주었다. 아브라함은 제사장 멜기세덱에게 자원해서 십일조를 바쳤다. 아브라함의 십일조는 이후 제사장 나라에서 공직자로 헌신하는 제사장들이 열두 지파가 바치는 십일조로 살아가게 되는 제사장 나라 시스템의 기초가 됐다. "내가 이스라엘의 십일조를 레위 자손에게 기업으로 다 주어서 그들이 하는 일 곧 회막에서 하는 일을 갚나니(민 18:21)." '제사장과 십일조'는 1500년 후 완성될 제사장 나라, 즉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기반으로 이어진다.

셋째,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과의 '모리아산 번제' 사건으로 2000년 후 모든 민족이 구원받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단번 제사'의 기초를 세웠다. 노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결한 짐승을 드리는 '번제'는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 맺기, 즉 하나님과 깊어질 방법이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이 됐다. 아브라함 또한 하나님께 번제 드리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고 요구하셨다. 이때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것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사랑하기 전 하나님께서 먼저 아브라함을 사랑하셨고,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기 전 하나님이 먼저 아브라함을 믿어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넘치도록 충분한 사랑을 받았던 아브라함은 그의 아들 이삭에게도 그런 사랑을 주었다. 이삭이 모리아산에서 아버지에게 순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버지 아브라함에게서 큰 사랑을 받은 기억과 경험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순종을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이제야'라는 말을 들었고, 아들 이삭과 함께 '여호와 이레'를 체험하는 복을 받았다. 아브라함은 모리아산에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아들의 심장에 칼을 겨눴지만 '거기까지'였다. 하나님이 멈추게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2000년 후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 단번 제사의 제물로 내어주심으로 우리 모두를 죄에서 구원해 주셨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해주셨다.

아버지 아브라함의 사랑을 충분하고 넉넉하게 받았던 이삭이 모리아산에서 아버지에게 순종했던 것처럼,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넘치도록 충분히 받으셨던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하나님께 순종하셨다(요 15:9). 모리아산에서의 아브라함의 순종이 모든 민족을 위한 예수님의 갈보리산 십자가 단번 제사의 기초를 세운 것이다. "영원하신 하나님의 명을 따라 선지자들의 글로 말미암아 모든 민족이 믿어 순종하게 하시려고 알게 하신 바 그 신비의 계시를 따라 된 것이니 이 복음으로 너희를 능히 견고하게 하실 지혜로우신 하나님께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광이 세세무궁하도록 있을지어다 아멘(롬 16:26~27)."

조병호 목사 / 성경통독원 대표·통독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