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목마른 자와 소외된 이웃 향한 적극적인 초대

교회, 목마른 자와 소외된 이웃 향한 적극적인 초대

[ 신학 ] 사회생태윤리로 풀어보는 교회와 사회 이야기(7)

박용범 교수
2023년 08월 20일(일) 07:29
사회생태윤리로 풀어가는 교회와 사회 이야기(7)



사회생태윤리는 사회학의 변혁성(transformation)과 생태학의 관계성(relationship), 그리고 해석학과 방법론의 역할을 감당하는 윤리학의 융합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초월성(transcendence)과 내재성(immanence), 보편성(universality)과 특수성(particularity), 그리고 이론(theory)과 실천(praxis) 사이의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윤리적 패러다임으로, 기존의 생태윤리학에 사회윤리학의 장점을 보완하는 하나의 통합적이며 창의적인 분과라고 할 수 있다. 즉, 사회생태윤리는 예언자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생태, 정의, 영성, 실천, 대화 등의 개념을 통섭하며 그리스도교 신학의 실천력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으로서의 사회학적인 분석과 역동성을 더하는 독특하고 창의적인 분과다.

구약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예언자적 상상력'에서 예언자의 임무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정의롭지 못한) 문화의 의식(consciousness)과 인식(perception)에 대한 대안적인 의식과 인식을 육성하고, 키우며,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에서의 문제의식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도전이 되는 가르침이다. 이사야 55장 1절에서 유배된 이스라엘 백성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예언자는 그들이 현실 세계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다음과 같은 비전을 환기시키고 있다. "오호라 너희 모든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 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 하나님의 돌봄과 보살핌의 자리로 초대하는 것이 참으로 구체적이다. 물과 음식과 안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물의 민영화는 지역 사회의 수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박탈하고 불평등한 분배를 야기하여 전 세계적인 물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물은 존엄하고 건강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권리가 아닌 특권으로 취급되고 있다. 예레미야애가의 슬픔은 오늘날 담수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은을 주고 물을 마시며."(5:4a) 산업 폐수, 화학물질, 살충제, 농업 유출수, 원전 유출수 등으로 인해 수원이 오염되면서 우리는 물 비용을 지불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건강도 위험에 처해 있다. 개발도상국과 가난한 지역 사회는 이러한 제한과 위험으로 인해 불균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창조세계의 핵심적인 공유지인 물이 경제적 자산이 되면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창조 신앙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물의 소유권은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공동선을 위해 최대한 물이 정의롭게 활용되기를 원하신다.

이사야서에서 하나님은 차별이나 대가 없이 물과 음식을 목마른 자들과 돈 없는 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신다. 예수께서도 제자들에게 "내가 온 것은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요한복음 10:10)이라고 말씀하셨다. 물은 생명에 필수적이다. 그리스도의 풍성한 생명을 확인하려면 모두에게 깨끗하고 신선한 물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경제적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 물 부족을 가져왔다. 물이라는 상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무한정 공급할 수는 없다. 2025년까지 18억 명이 절대적인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는 현재의 경제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이사야의 비전을 확대해야 한다.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깨끗한 물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할 가치가 있는 이상이다. 이사야는 이 시대의 교회를 향해 사회에서 목마른 자와 소외된 이웃을 향한 적극적인 초대를 제안한다. 그 초대를 사명으로 받아들여 공급하시는 하나님께 나아가고, 서로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체화하여 우리의 몸과 영혼과 이 땅에서 마음껏 마시고, 먹고, 안식을 얻도록 하자.

박용범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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