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가 길러낸 갑질

교육공동체가 길러낸 갑질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8월 14일(월) 06:27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교권침해'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무분별한 '학부모의 악성민원 및 갑질'이 교권추락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얼마전 세종시 모 초등학교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등을 비롯해 9개 요구사항이 담긴 편지가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유명 웹툰 작가인 주호민 씨가 발달장애 아들을 담당하는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교권침해 이슈와 맞물려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특히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대화를 '몰래 녹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거센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현직교사들도 학부모의 민원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교권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교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권침해 대상으로 학부모가 8344건(71.8%)으로 학생(3284건, 28.2%)보다 2.5배나 많았고, 교권침해 유형으로는 '아동학대 등 악성민원'이 6720건(57.8%)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와 이성을 가진 '좋은 학부모'들이 '진상 학부모'보다 더 많다. 지인의 아이가 초등학교 당시 교사와 갈등을 겪은 적이 있었다. 전전긍긍하다가 교사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책임을 아이의 문제로만 단정짓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면서 크게 상처를 받았다. 그는 교사를 '교육공무원'에 불과한 '월급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불거진 학부모 갑질 사태를 보면서 오히려 당시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하지 못한 자신을 후회한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학교를 믿고 교사를 지지하고 싶다고 했다.

교권침해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교사들의 인권 회복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인권과 권리를 모두 보호해야 한다.

교권붕괴 사태는 모두의 상처가 곪아 터진 현상이다. 학교는 다양성과 잠재력보다 입시위주의 획일화된 제도에 맞춰 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나누고 차별했다. 급기야 공교육은 사교육에 자리를 내어주고 교사들은 권위를 잃었다.

'갑질'이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매우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다. 이 지독한 경쟁사회에서 '상(대적우)위'를 쟁취하고 '갑'으로 성장한 '학생'들이 '학부모'가 됐다면. 병든 토양에서 좋은 열매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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