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허무주의' 극복, 고상한 성품 갖춘 한국교회 되길

'개혁 허무주의' 극복, 고상한 성품 갖춘 한국교회 되길

[ 신학 ] 사회생태윤리로 풀어보는 교회와 사회 이야기(5)

박용범 교수
2023년 08월 10일(목) 07:57
때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형편이 나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비춰지는 세상의 급변하는 흐름에 맞춰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된 채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을 돌아보며 답답해하거나 심지어 두려워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편리와 풍요로움이 때로는 오히려 우리를 상대적 박탈감과 자기 소외에 빠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현세에서 떠나 은둔자로 살아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세상이 이렇다보니 어떤 사람은 너무 튀지 않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동질화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데, 오늘날의 일부 교회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회 전체의 생활양식과 가치관, 물질 우선의 시스템에 편승하여, 만연한 불의와 불평등에 둔감한 채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항상 개혁되어야 하는 교회의 본질도 잊고 어느덧 무책임한 '개혁 허무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그렇게 진단하는 근거는, 첫 번째로 그들은 교회와 신앙 공동체가 구조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하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요청 자체를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회의 전임 목회자들 가운데 담임목사와 나머지 목사들 간의 사례비와, 신학교 전임교원들 가운데 정년직과 비정년직 사이의 임금격차는 경우에 따라 400%를 넘어설 정도로 정의롭지 못한 계층 구조를 갖고 있다.

두 번째로 그들은 상황에 따라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그것은 교회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회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항상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왔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 자체가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죄인들로 구성된 교회가 지닌 유기적인 공동체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임 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주변에서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교회를 볼 때마다 그들이 하나님의 현존을 깊이 인식하고 겸손하게 주님을 의지하며 경외하기를 기도하곤 한다.

세 번째로 그들은 교회에 위기 상황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며 덮으려고 한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문제를 쉬쉬하며 숨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목회자나 교인의 윤리적인 문제나 범죄 행위를 공개적으로 밝히게 되면 마치 교회의 위신이 떨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려워한다. 이것은 자신이 속한 교회에 대한 지나친 우월감이나 자부심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때로는 위기 상황과 문제를 솔직하게 내려놓고 기도하며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회를 더욱 든든히 세우시는 주님의 섭리를 믿음으로 기대하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그들은 교회가 직면한 문제는 인간의 능력과 지혜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하거나 이미 늦었다고 우긴다. 그것은 더 이상 자신들이 감당할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인들 간의 분쟁이나 갈등이 심화되어 교회가 분리될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건강한 신체의 세포는 분열을 통해 정상적으로 성장하다가 때가 되면 멈추지만, 암화된 세포는 이상 증식을 일으켜 결국 몸 전체를 파괴한다. 상처가 치유되어 건강을 회복한 상태에서의 분리와, 병이 들어 본래의 역할을 잊고 제멋대로 나뉘는 것은 결과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창조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면 하나님의 의를 위해 불확실한 미래일지라도 도전하여 불안을 견디며 외로움을 극복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성경공부나 신학의 깊이가 부족해서 교회가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 아니다. '개혁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베뢰아 사람들처럼 너그럽고 고상한 성품을 갖추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박용범 교수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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