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크리스찬이라고 왜 말을 못해!"

"내가 크리스찬이라고 왜 말을 못해!"

[ 청년,괜찮습니까? ] 6. 교회 이미지, 괜찮습니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6월 26일(월) 18:16
"내가 교회에 다닌다. 내가 크리스찬이다. 왜 말을 못해!"

"교회가 이 꼴인데 어떻게 해요! 다들 크리스찬이라고 하면 손가락질 하는데 그럼 내입장이 어떻게 되는데요!"

"…"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전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개신교 대학생의 신앙 의식과 생활'에 따르면 응답자의 14.5%가 '개신교'로 조사됐다. 불교 6.6.%, 가톨릭 4.9%보다 높은 비율이지만 2012년 조사 이후(2012년 17.2%, 2017년 15.0%)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향후 믿고 싶은 종교'에서 개신교는 2017년 35%에서 2022년 21%로 감소한 반면 불교는 26%에서 46%로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가톨릭이 30%로 2위 개신교가 '꼴찌'였다. 대학생 사이에서 개신교 이미지(신뢰도)가 어느 정도 하락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데이터다.

개신교 대학생 10명 중 4명은 '가나안 성도'로 나타났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2%로 2017년 28%보다 14%정도 증가했다.

교회의 청년부서가 사라지고 청년교세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단 내 청년부 교세파악 및 각 지교회 청년부 인원 감소를 조사 중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총회장:이순창) 청년회전국연합회(회장: 이중지)에 따르면 현재까지 조사된 결과만해도 청년부서가 사라진 교회가 50%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해 청년사역연구소 이상갑 목사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는 어릴 때 부모님으로부터 이어온 신앙을 인격적으로 형성하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와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강압적인 조직문화라면서 요즘 세대는 선진국의 특화된 문화속에서 자유롭고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성장했다"는 이 목사는 "교회 청년들은 여전히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교회의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 미디어에서 기독교를 왜곡하거나 비하하면서 교회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여론이 악화된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세대는 모든 정보를 SNS나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습득한다"는 이 목사는 "목회자의 성문제, 돈문제, 비신앙적 행태 등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 여과없이 노출되다 보니 모든 교회와 목회자가 부패하고 타락한 것처럼 인식이 되면서 교회를 다니는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재현되는 기독교는 위선적이며 신앙을 도구로 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된다. 한 연구소가'언론이 바라본 한국교회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부정적 보도 비율은 11.5%로 긍정적 보도의 약 2배였으며, 2020에는 부정적 보도(14.7%)가 긍정적 보도(4.6%)의 3배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믿음을 지키며 살고 싶어도 '내가 교회에 다닌다"고 자신있게 고백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심정은 답답한 상황이다.

전혜원 청년(봉원교회)은 "굉장히 존경하는 목사님께서 청소년 강제 추행으로 면직을 받으셨을 때 나 스스로 목회자와 교회에 크게 실망한 적이 있었다"면서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교회가 싫어진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될 당시 일부교회가 방역수칙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강행하면서 지역사회의 질타를 받았을 때에도 복잡한 심정이었다"면서 "교회가 사회의 민폐가 되고 혐오의 대상이 된 것 같아 부끄럽고 신앙적으로 회의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교회를 떠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번도 하나님과 말씀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함께하는 예배공동체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기독청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청년들은 교회의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해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4.0%가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70.8%가 한국교회가 '사회 공동의 이익'(23.6%)보다 '교회의 교리를 추구'(60.0%)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한국교회의 '이기적인 종교'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꼼짝없이 드러난 결과다.

직장인 청년은 "회식 때 술을 거절하면 일부 목회자들도 할 거 다하는데 너 혼자만 거룩한 척 하냐고 비아냥 거리거나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면서 "면접 때부터 아예 교회에 다닌다는 말을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청년은 "교회 다닌다고 말하기 싫다"면서 "교회 이미지가 좋지도 않고, 믿지 않는 사람들은 교회를 신천지나 JMS와 동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멸하고 조롱한다. 싸우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침묵한다"고 했다.



이상갑 목사는 "대부분의 교회가 정말 힘든 환경 속에서 가난하지만 건강하게 목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소수의 부정적인 행태만 듣고 교회에 다니는 것을 감추지 말라"면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고 섬기는 것이 예배고 신앙생활"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독립운동에 헌신하고 6.25 전쟁 당시에는 가장 낮은 곳에서 구제와 섬김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점, 그리고 신분철폐와 민주화운동, 여성인권과 자녀세대인권 신장에 기독교가 미친 건강한 전통과 흐름을 강조하고 "나의 정체성이 언론에 의해서 덧입혀지고 주눅들지 말고 '내가 대안이고 내가 교회'라는 마음을 지켜야 한다. 지금 시대의 문제를 세상의 소리로 보지 말고 성경 속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복음으로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장청 이중지 회장은 "지역의 여러 교회를 방문해 청년들을 만나 소통하다보면 청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내기 위해서 가장 갈급해 하는 것이 바로 복음의 본질"이라면서 "말씀과 기도로 교제하는 교회공동체를 통해 청년들이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세상 속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상 속에서 기독청년들이 그리스도인이기에 '숨지 않고 당당할 수 있게' 설 수 있도록 교회가 세심한 배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먼저 청년 삶의 고민과 말씀이 너무 동떨어지지 않고, 특히 가장 큰 고민인 취업과 결혼 문제에 있어서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대안을 교회가 제시할 수 있도록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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