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스의 절규 ... 회중의 마음에 소용돌이

녹스의 절규 ... 회중의 마음에 소용돌이

[ 존녹스로드순례기 ] 세인트존스교회

김승호 교수
2023년 06월 30일(금) 11:24
1551년 겨울 존 녹스는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6세의 궁정 목사로 임명받아 성 니콜라스 교회를 떠나 런던에 입성한다. 이로써 궁정 목사 녹스는 잉글랜드 전역을 방문하는 순회 설교자가 되어 국가적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에드워드 6세 사후에, 그의 이복누이요 가톨릭 배경으로, 피의 메리라는 별명을 가진 메리 튜더가 여왕으로 즉위하자, 그녀는 수많은 개신교 인사들을 처형하고 대대적으로 개신교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잉글랜드가 다시금 가톨릭 국가로 회귀하자, 녹스는 제네바로 망명했다. 거기서 그는 영어권 망명자 회중을 대상으로 설교하고 칼뱅과 교류하면서 장로교 제도를 흡수한다.

1559년 부활절에 퍼스(Perth)에서는 시 차원에서 부활절 미사 대신, 개신교 설교자 폴 메스벤을 초청하여 설교와 함께 성찬을 집례한다. 이에 대해 프랑스 출신이자 스코틀랜드 왕의 섭정인 기즈 메리가 탄압하려 하지만, 퍼스 시장은 "양심을 강제할 수 없다!"라고 선포하고 섭정의 공격에 대비한다. 이렇게 신구교간 대립이 고조되던 당시에, 제네바에서 활동하던 존 녹스가 귀국하여 퍼스로 향했고, 녹스의 귀환으로 인해 회중의 귀족들과 개신교인들은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

녹스가 합류한 날, 회중의 귀족들은 특사를 파견하여, 당시의 섭정 기즈 메리와의 협상을 제안한다. 그러나, 섭정은 속임수를 써서 퍼스에서 활동하던 개신교 설교자들을 범법자로 선언했고, 이는 개신교인들의 분노를 촉발한다. 다음 날 아침, 녹스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모인 회중에게 녹스는 그동안 자신이 경험한 모든 일을 보고한다. 그날 오후,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가톨릭 형식의 미사가 진행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개신교 성향의 한 아이가 제단에 돌을 던졌고, 회중이 합세하여 교회의 제단과 장식을 부수고 수도승을 끌어내린다.

이 사건이 녹스의 설교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정작 녹스는 예배당의 가톨릭 장식 제거는 군중이 아닌 통치자나 관료에 의해 행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퍼스 폭동은 섭정이 개신교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프랑스 군대를 등에 업은 스코틀랜드 군대가 퍼스 인근에 진을 치고 군사적 압력을 가하자, 회중의 귀족들도 군사를 동원해 퍼스에 모여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 성향의 리더 몇 명의 중재로 개신교인 군사가 퍼스에서 철수한다. 그러나, 섭정은 퍼스 시장을 가톨릭 교인으로 교체하고 미사와 가톨릭 의식을 강요했다. 이러한 섭정의 조치에 반발하여, 중도 성향의 귀족들이 회중의 귀족들 지도부에 합류하고, 많은 개신교인은 퍼스 시를 떠났다.

이런 역사적 사건을 간직한 세인트존스 교회는 퍼스 중심가에 있었다. 1559년 당시 존 녹스가 이 교회에서 설교했고, 종교개혁시대에 퍼스 시의회가 종교개혁자들 편에 섬으로, 스코틀랜드 장로교 소속의 교회로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퍼스 시가 비교적 아담 사이즈 도시인 데 비해, 세인트존스 교회는 압도적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예배당 내부 녹스 채플의 회중석 의자에 앉으니, 예배당을 꽉 채운 회중에게 불을 토하듯 가톨릭의 위선과 부패를 설파하던 녹스의 절규가 느껴졌다. 그 설교가 회중의 마음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교회 내의 성상과 장식을 제거하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퍼스 폭동은 어떤 무르익은 환경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증거될 때, 어떤 실제적인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오늘날을 가리켜 '설교의 홍수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설교는 점점 더 회중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어쩌면 오늘날 강단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설교만을 원하는 회중과 회중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춘 설교자가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소위 '설교의 야합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존 녹스의 설교가 회중의 행동을 촉발하는 데 영향을 끼친 사실은 적극적 행동을 배제한 이성적 동의 차원에만 머물러 있는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한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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