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된 삶의 흔적 가득한 플로리나와 스코페

헌신된 삶의 흔적 가득한 플로리나와 스코페

[ 구약학자가 본 바울의 길 ] 비아 에그나티아 ⑨

하경택 교수
2023년 06월 15일(목) 10:44
성 어거스틴 수도원 전경.
생가 앞에 세워져 있는 마더 테레사 동상.
'비아 에그나티아' 답사 중 방문했던 도시 두 곳을 더 소개한다. 플로리나(Florina)와 스코페(Skopje)이다. 이 두 곳은 자신의 삶 전체를 헌신하며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하였다.

데살로니가에서 출발하여 에데사(Edessa)를 거쳐 세 번째로 머문 곳이 플로리나였다. 플로리나는 방문하기 전에는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하룻밤을 머물고 간다는 생각 외에는 큰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도시 외곽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리조트 호텔 숙소가 매우 좋았고, 호텔이 위치한 산의 둘레길도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플로리나 시 중심에 있는 고고학 박물관도 선사시대부터 로마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을 보존하고 있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특별히 '비아 에그나티아'의 경로였던 페트라(Petra)에서 발굴된 마일 이정표(milestone)는 고고학 유물로서 '비아 에그나티아'의 존재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다. 그리스 지역 여정을 마치고 국경을 건너 북마케도니아로 이동하기 직전 방문한 곳이 성 어거스틴 수도원(Holy Mona
stery of Saint Augustine)이었다. 이곳은 성 어거스틴을 존경해 자신의 이름을 어거스틴으로 부른 이 지역 주교(Augustinos Kantiotis)에 의해 1999년에 세워진 수도원이었는데, 지금은 여성만을 위한 수도원이 되었다.

그곳에 기거하고 있는 수녀님들은 예고없이 방문한 낯선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그들은 응접실로 안내하여 따뜻한 커피와 함께 자신들의 생활을 소개했다. 그들의 하루 일과는 새벽 3시에 기상하여 오후 7시 30분에 종료될 때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그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기도 시간이다. 새벽에 기상한 그들은 자신과 이웃을 위한 기도를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말씀 묵상과 찬양으로 하나님께 예배하며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을 따라 봉사한다. 어떤 이는 컴퓨터 작업을 도맡고, 어떤 이는 책을 필사하며, 어떤 이는 성화를 그린다. 또한 어떤 이는 청소하고 어떤 이는 텃밭을 일군다. 그들은 이렇게 자신의 삶을 온통 하나님께 드려 기도와 예배와 노동의 삶을 살고 있다. 순전히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삶이다. 떠나올 때 그들은 우리 방문자들의 인적사항을 물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하기 위해서란다. 먼 이국땅에서 드려지는 기도 중에 나의 이름이 불려진다는 생각만 해도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나의 기도 중에도 그런 낯선 이름들이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 후 우리는 비톨라를 거쳐 오흐리드에 이르는 북마케도니아 일정을 소화했다. 오흐리드에 머물면서 우리는 '비아 에그나티아'에서 벗어난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오흐리드에서 북쪽으로 180km 정도 거리에 있는 북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를 방문한 것이다. 두 시간 반 산악지형의 험한 길을 달려 스코페를 방문한 것은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를 만나기 위해서다. 한일합병 조약이 체결되어 우리의 국권이 상실되었던 해인 1910년에 태어난 그는 12세에 소명을 체험하고, 18세가 되던 1928년 스코페를 떠나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로레토 수녀회(Loreto Sisters)에 입회한다. 1929년 1월 6일 인도 캘커타에 도착하여 수녀가 되기 위한 수련을 시작하고, 1931년 21세에 테레사 수녀로서 첫 번째 서원을 고백한 이후 1937년 27세에 종신서원을 하고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1946년 캘커타에서 다즐링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병들고 가난한 자를 도우라는 '소명 안의 소명'(call within a call)을 받은 후에 그는 평생 그들을 위해 헌신한다. 1950년 '사랑의 선교회'(Society of the Missionaries of Charity Sisters)를 설립하여 가난한 자를 위한 삶을 살다가 1997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한다. 스코페시 중심에 보존되어 있는 그의 생가 벽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이 적혀있다. "종교가 참 많고 각 종교마다 하나님을 따르는 방식이 다릅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따릅니다: 예수님은 나의 하나님, 예수님은 나의 배우자, 예수님은 나의 생명, 예수님은 나의 유일한 사랑, 예수님은 나의 모든 것 가운데 모든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의 전부입니다." 자신의 전부인 예수를 위해 살다 간 사람,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니, '비아 에그나티아'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경택 교수 / 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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