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역사 경험하는 도시, '아폴로니아'

하나님의 역사 경험하는 도시, '아폴로니아'

[ 구약학자가 본 바울의 길 ] 비아 에그나티아 ⑧

하경택 교수
2023년 06월 06일(화) 08:07
로마 시대 시의회 건물 유적.
성모 마리아 교회.
두러스로부터 남쪽으로 약 90km를 내려가면 아폴로니아(Apolonia)를 만난다. '비아 에그나티아'의 또 다른 출발지로서 명성을 떨치던 곳이다. 아폴로니아는 주전 600년 경에 고대 그리스 식민지 개척자들에 의해서 세워진 도시로서 도시국가 고린도의 지배를 받았다. 점차 고린도로부터 독립하게 되었고, 주전 5세기에는 자체적인 동전을 발행할 정도로 번성한 도시가 된다.

주전 4세기에는 일루리곤 경내에서 두러스와 함께 가장 중요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로 성장한다. 아폴로니아는 그리스 북서 지역에서 발원하여 알바니아 남서 지역을 가로질러 아드리아 해로 들어가는 아우스(Aous) 강의 오른쪽 강둑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높은 언덕이라 주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이뿐 아니라 아드리아 해로부터 무사키아(Musacchia) 평야를 거쳐 에게해까지 이어지는 교역로의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고대로부터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로마시대에는 전성기를 이루며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도시가 된다.

더 나아가 이 도시는 교육의 중심지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들 가운데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도 들어 있었다. 주전 44년 청년 옥타비아누스가 율리우스 시저의 암살 소식을 들은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이 도시의 명성은 매우 컸다. 아폴로니아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들이 많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으뜸인 것으로 평가된다. 로마의 철학자이자 웅변가인 키케로는 아폴로니아를 가리켜 '위대하고 중요한 도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찍부터 이곳에 교회가 세워졌으며, 제1차 에베소 공의회(431)와 칼케돈 공의회(451)에 아폴로니아의 주교들이 참석할 만큼 교회적으로도 중요한 도시였다. 그러나 아폴로니아는 주후 3세기부터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지진 때문이었다. 옆으로 흐르던 아우스 강의 경로가 바뀌고 항구가 퇴적되자 '항구도시'로서의 명성을 상실하게 된다.

18세기부터 시작된 발굴의 역사는 2010년까지 이어졌다. 아폴로니아 고고학 정원(Apolonia Archaeological Park)에는 근처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이 잘 전시된 박물관이 있어 고대 유물들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이곳 고고학 정원에서는 헬라시대와 로마시대의 유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그곳에는 신전 구역, 두 개의 스토아(기중이 줄지어 서 있는 길다란 건축물), 거대한 극장, 님파이움(님프에게 봉헌된 기념물)과 같은 헬라시대 유적이 있다. 또한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기술이 조합된 오데온(Odeon), 도서관, 개선문, 시의회 건물 등이 로마 시대 유적들로 남아 있다. 이외에도 주거지역에 가면 헬라와 로마 시대의 다양한 주거지 건축물들이 발굴되어 있다.

아폴로니아 고고학 정원에 도착하여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수도원이다. 13세기에 세워진 이 수도원 안에는 성모 마리아 교회가 있다. 이 건물들은 특별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수도원 전체 시설은 비잔틴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나, 건축자재는 아폴로니아 고대 건물 잔해에서 가져온 벽돌과 블록들을 재활용했다고 한다. 성모 마리아 교회는 중앙에 돔을 가진 십자가 모양으로 지어졌는데, 이러한 형태의 교회 건물은 알바니아에서 최초라고 말한다.

아폴로니아의 고대 유적지 위에 세워진 수도원과 교회를 보면서 '재생'과 '부활'의 의미를 생각한다. 그리스도인의 삶과 역사는 한 번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다시 생명을 얻는 '재생'과 '부활'을 경험한다. 그러한 '재생'과 '부활'의 삶은 이 땅의 삶에서도 경험되어야 한다. 버려진 건물 잔해가 재활용되어 아름다운 건축물로 재탄생되듯이, "건축자가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는"(시 118:22) 하나님의 역사가 우리의 삶에서 끊임없이 경험되기를 소망한다.하경택 교수 / 장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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