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 포로 생활, 새로운 언약의 예고

바벨론 포로 생활, 새로운 언약의 예고

[ 통으로읽는성경 ] 19.예레미야 70년-멍에이야기

조병호 목사
2023년 05월 24일(수) 14:24
제사장들을 질책하는 예레미야를 그린 막스 리베르그의 작품.
예레미야가 멍에를 말한 것처럼 예수님도 자신이 주는 가볍고 쉬운 멍에를 메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범상치 않은 질문 한 가지를 하셨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느냐?" 그러자 제자들이 "더러는 세례 요한, 더러는 엘리야, 어떤 이는 예레미야나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합니다"라고 여론을 전했다. 당시 유대 사람들은 예수님이 마치 그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누군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예수님과 닮았다고 말한 세례 요한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하나님의 나라가 곧 임한다고 말하며 불같이 회개를 촉구했다. 그런데 예수님이 나타나셔서 세례 요한이 말한 그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또 한 사람, 엘리야는 북이스라엘 시대에 아합 왕과 이세벨이 퍼뜨린 바알과 아세라 우상을 믿는 사람들과 정면으로 대립하며 갈멜산 대결을 이끌었던 선지자다. 이때 갈멜산에 있던 사람들이 여호와의 불이 내려서 제단의 번제물을 태우는 것을 보고 놀라 엎드리며, "바알이 참 신이 아니라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라고 외쳤다. 그리고 엘리야의 지시에 따라 바알 선지자 450명을 죽였다.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이 참 신이심을 밝히 드러냈던 강렬한 선지자 엘리야'가 다시 생각났던 것이다.

세 번째로 예수님과 같다고 언급된 사람은 예레미야다. 그런데 당시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예레미야 같다고 말한 이유는 예레미야 선지자와 예수님이 '멍에'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었다. 예레미야가 남유다 사람들에게 나무 멍에와 쇠 멍에를 말했듯이 예수님도 당시 사람들에게 왜곡된 율법 해석으로 인한 짖눌림의 수고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이 주는 가볍고 쉬운 멍에를 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을 배우라고 말씀하셨다(마 11:28~30). 예수님은 공생애 3년 동안 제사장 나라의 두 축인 '율법과 선지자'를 완전하게 하시는 사역을 하셨다. 예수님은 율법과 선지자들의 글이 무슨 뜻인지 자세하고 쉽게 가르쳐 주셨는데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멍에는 예레미야 선지자의 나무 멍에를 말씀하신 것이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내게 말씀하시되 너는 줄과 멍에를 만들어 네 목에 걸고 유다의 왕 시드기야를 보러 예루살렘에 온 사신들의 손에도 그것을 주어 에돔의 왕과 모압의 왕과 암몬 자손의 왕과 두로의 왕과 시돈의 왕에게 보내며(렘 27:2~3)." 예레미야는 자신의 목에 나무 멍에를 메고, 남유다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이 주시는 나무 멍에를 순순히 메라고 말했다. 만약 그들이 나무 멍에를 메지 않으면, 나무 대신 쇠 멍에를 메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나님은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저버린 북이스라엘에 대해 앗수르 제국을 몽둥이로 들어 처벌하신 후, 남유다에는 150여 년간의 유예기간을 주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남유다마저 북이스라엘의 전철을 밟으며 하나님과 맺은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저버렸다. 이제 예레미야는 레위기 26장에 예고된 3단계 징계인 '포로'를 선포해야 했다. 예레미야는 다가올 남유다의 운명을 직시하고 바벨론에 항복해야 한다고 외쳤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포로 징계 결정에 대해 남유다는 죄로 인해 처벌을 받게 된 것이므로 마땅히 하나님의 몽둥이인 바벨론에 항복하고 순순히 끌려가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자는 것이다.

그런데 남유다의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는 하나님의 처벌 대신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다. 시드기야는 150여 년 전 히스기야 때 북이스라엘은 앗수르 제국에 멸망했지만 남유다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살아남았던 역사를 생각하며, 남유다 주변 5개국 대표들(에돔, 모압, 암몬, 두로, 시돈)을 예루살렘으로 초대해 바벨론 제국에 대항하자는 국제회의를 열었다. 그 국제회의 석상에 예레미야 선지자가 줄과 나무 멍에를 목에 메고 나타나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했다. 첫째, 줄을 보여주며 '하나님의 측량이 이미 끝났으니 그러므로 남유다는 바벨론 포로로 끌려갈 것'이다. 둘째, 멍에를 보여주며 '나무 멍에를 지지 않으면 쇠 멍에를 메게 될 것이고 이 또한 남유다가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는 것'이라고 하나님의 확고한 결정을 말해주며, 5개국 사신들에게 줄과 멍에를 나눠주어 자국으로 돌려보냈다.

국제회의가 중단되고 사신들이 돌아가 버리자 시드기야 왕은 다른 방법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돌릴 계획을 세웠다. 당시 남유다는 바벨론이 1차 포로에 이어 2차 포로들을 끌어가면서 예루살렘 성전의 기명까지 탈취해 간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으며 곧 다시 쳐들어올 바벨론으로 인해 매우 두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드기야 왕은 취임 4주년을 맞이해 거짓 선지자 하나냐를 주 강사로 내세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 성회'를 성대하게 개최한 것이다. '내가 바벨론 왕의 멍에를 꺽었다'라는 주제로 여는 관변 집회였다.

집회가 시작되자 거짓 선지자 하나냐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바벨론으로 끌려간 1차, 2차 포로들과 빼앗긴 성전의 기물들은 모두 2년 안에 다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남유다의 왕과 신하들과 백성들은 자신들의 귀에 달콤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들려주는 하나냐의 말에 아멘으로 환호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또 예레미야가 분위기를 깨며 나타났다. 예레미야가 하나냐에게 '선지자의 정체성'을 말하며 하나님의 심판을 예언하자(렘 28:8~9), 하나냐가 예레미야의 목에서 나무 멍에를 꺾어버렸다. 예레미야는 다시 집회에 참석한 자들에게 가서 나무 멍에 대신 더 무거운 쇠 멍에를 멜 것이고 바벨론에 의한 남유다의 멸망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나님의 긴 계획 가운데 바벨론 포로 70년은 결국 예수님을 통해 이루실 '새 언약'의 예고였다(렘 31:31). 바벨론 포로 70년은 첫째 징계, 둘째 교육, 셋째 안식, 넷째 바벨론 제국의 수명이라는 네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앞으로 네 번에 걸쳐 예레미야 선지자가 말한 바벨론 포로 70년의 네 가지 의미를 하나씩 살펴보겠다.

조병호 목사 / 성경통독원 대표·통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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