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례의 준수, 하나님 나라 향해가는 과정

규례의 준수, 하나님 나라 향해가는 과정

[ 통으로읽는성경 ] 18.구약과 신약을 이어주는 레위기

조병호 목사
2023년 05월 17일(수) 10:28
느부갓네살 왕의 꿈을 해석하는 다니엘을 묘사한 윌리엄 브레시 홀의 작품.
레위기에는 제사장 나라 법을 지킬 때 받는 복과 그렇지 못할 때의 처벌이 모두 기록돼 있다

혹자는 성경 '레위기'에 대해 구약 시대만 필요했던 말씀이고,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말씀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레위기는 구약성경의 키워드인 '제사장 나라'를 관통하는, 그리고 신약성경의 키워드인 '하나님 나라'로 이어주는 중요한 책이다. 그 예를 다섯 가지로 들어보겠다.

첫째, 레위기 9장이 히브리서 9장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 대제사장 아론과 마지막 대제사장 예수를 통으로 묶어 보아야 한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후손들과 '제사장 나라' 언약을 맺으시고 그들에게 놀라운 선물을 주셨다. 누구든지 제물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제사를 드릴 수 있게 하신 것이다. 제사는 공의의 하나님의 '죄 지은 인간을 용서해주시고 다시 만나주시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이다.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필요한데 이는 곧 '제물, 장소, 제사장'이다.

그런데 출애굽 당시까지는 제사를 집례하는 제사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누구든지 하나님 앞에 나아가 제사를 드리기 위해선 제사장이 준비돼야 했다. 바로 대제사장 아론의 위임식과 첫 제사이다(레 9:22~24). 이렇게 레위기 9장의 대제사장 위임식 이후 대제사장 제도는 1500여 년 동안 유지됐고 마침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마지막 대제사장, '왕 같은 대제사장'으로 우리 모두의 죄를 대속하는 산제사를 집례하셨다(히 9:11~12). 그러므로 레위기 9장 아론의 첫 번째 대제사장 위임식은 제사장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로 통하는, '왕 같은 대제사장이신 예수님'의 역할을 미리 보여주시는 놀라운 사건이다.

둘째, 레위기 11장이 다니엘 1장으로 이어진다. 다니엘은 바벨론 제국의 포로로 끌려가 바벨론 느부갓네살 왕의 이데올로기 교육에 동원된다. 바벨론은 다니엘에게 벨드사살이라는 바벨론식 이름을 주고, 바벨론 왕궁에서 지내게 하며, 왕이 먹는 최고급 음식을 공급함으로 바벨론 제국의 프로젝트인 '바벨론맨'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따라서 포로 다니엘이 바벨론에서 스스로 결정하여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때 다니엘이 중대한 결심을 한다. 레위기 11장의 기록대로 음식을 구별해 먹겠다는 것이다(레 11:2). 그렇게 다니엘은 '제사장 나라 음식 법'으로 자신을 지키며 제국의 정책에 휘둘리지 않았다(단 1:8~9). 다니엘의 레위기를 포함한 모세오경의 율법 실천은 이후 느부갓네살 왕의 꿈을 해석한 일로 이어진다. 그 해석 가운데 다니엘은 제국의 변동을 예언하면서 '손대지 아니한 돌'(단 2:45) 즉 예수 그리스도가 세우실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예언하며 선지자로 성경에 기록된다.

셋째, 레위기 13장이 마태복음 8장으로 이어진다. 레위기 13장과 14장의 말씀은 '나병 환자에 관한 규례'로, 두 장을 합한 절수는 모두 116절이다. 이 많은 분량의 말씀을 밑줄 그어가며 외워야 했던 사람이 바로 제사장들이다. 제사장 나라의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 가운데 '나병 환자에 관한 규례'는 하나님이 제사장들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며 주신 법이다(레 13:1~2). 나병이 확실하다고 판명되면 제사장은 그 환자를 일반 백성들과 격리시켜 진 밖으로 보내야 하고, 그 이후에는 제사장이 직접 진 밖으로 나가서 환자의 병세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다가 환자의 병이 완치되면 제사장은 제사장 나라 법에 따라 예물을 들고 정결 규례를 지킬 수 있도록 이끌었다(레 14:3~4).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다 이루었다'라고 말씀하시기 전까지 예수님은 나병 환자를 고치신 경우 레위기 13장과 14장의 기록을 바탕으로 반드시 제사장에게 가서 보이고 정결 예식을 행하게 하셨다. 예수님도 제사장 나라의 '나병 환자 법'을 지키신 것이다(마 8:2~4).

넷째, 레위기 19장이 룻기 2장으로 이어진다. 레위기 19장에는 특별히 사회적 약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품위 있고 위로가 되는 법'이 기록돼 있다(레 19:9~10).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반드시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갈 것인데 장차 그들이 자기 밭에서 농사를 짓게 되면 추수를 할 때 밭모퉁이 일부를 남겨두고, 떨어진 이삭은 줍지 말라고 명령하셨다. 이렇게 하나님은 수준 높은 나라를 세울 수 있는 '제사장 나라 법'을 그들에게 주셨던 것이다.

보아스는 자기 밭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룻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를 위하여 곡식 다발에서 조금씩 뽑아 버려서 그에게 줍게 하고 …"라고 명령하며 제사장 나라 법을 실천했다. 이후에 보면 추수 때가 지나면서 보아스는 룻과 결혼하는 과정에서도 제사장 나라 법인 계대결혼법(繼代結婚法)을 '성문 법정'을 통해 지켜감으로 결국 그 가문에서 하나님의 종 다윗,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게 된다(마 1:1~6). 보아스가 제사장 나라 '밭모퉁이 법'을 지켜 예수님의 족보에 기록된 것이다.

다섯째, 레위기 26장이 예레미야 31장으로 이어진다. 레위기 26장은 하나님께서 주신 제사장 나라 법을 잘 지켜 행할 때 받게 되는 두 가지 복과 잘 지켜 행하지 않을 때 받게 되는 세 가지 처벌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두 가지 복은 하나님이 국방과 경제를 책임져 주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사장 나라 언약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받을 처벌은 3단계로 기록되어 있다(레 26:18~35). 예를 들어 룻기 1장의 시작은 1단계 흉년 처벌 때문이며, 사사 시대의 수많은 수탈 이야기는 2단계 처벌이다. 그리고 제사장 나라 3단계 처벌이 예레미야가 말한 바벨론 포로 70년이다.

예레미야는 남유다 백성들이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 그곳에서 70년 동안 다시 제사장 나라 교육을 받는다면, 그들이 극상품 무화과로 거듭나 그들의 땅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때 예레미야가 예수님을 통해 주실 '새 언약'을 예고한다(렘 31:31~32). '예레미야'에 기록된 새 언약을 알기 위해서는 하나님과 아브라함이 맺은 은혜 언약과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모세 언약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도 레위기는 성경 전체를 비롯해 반드시 기본적으로 읽고 공부해서 알아야 하는 기록이다.

조병호 목사 / 성경통독원 대표·통독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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