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사역, 놀라운 특권

병원 사역, 놀라운 특권

[ 땅끝편지 ] 에티오피아 송의광 선교사<7>

송의광 목사
2023년 05월 09일(화) 12:46
환자들을 심방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송의광 선교사.
이동진료팀의 의료진을 만나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에티오피아 생활에 적응이 되어가던 시기, 의과대학 초대 교목으로 일했던 이종형 목사로부터 한 가지 권면을 받았다. "병원 원목으로 부르심을 받았으면, 병원에 있는 환자들을 정기적으로 심방해 보세요!" 그리하여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10시 경부터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두 시간 이상 환자들 전체를 심방하기 시작했고, 이는 병원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입원한 환자들의 상태를 묻고, 기도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기도했다. 성경을 가지고 다니면서 환자들의 형편에 적당한 성경구절을 선택해 읽어 주었다. 가장 많이 인용한 성구는 구약에선 이사야 41장 10절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였고, 신약에선 베드로전서 5장 7절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였다. 서툰 현지어에도 불구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은 필자의 위로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성경을 들려 주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눈물로 화답했다.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의 역사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반복되는 심방을 통해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게 됐다. 환자의 눈 빛, 안색을 보고 음성을 들으면 상태가 어제보다 더 나아졌는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맥을 짚어보고, 환자의 혀 상태를 보며 좀 더 깊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첫째 안식년 때 미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심방 중 한의학 지식을 활용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하나님의 준비하심에 감사를 드렸다.

병원에서 사역하는 것은 목회자나 선교사에게 참으로 놀라운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다. 작은 관심과 짧은 기도에도 쉽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복음을 전할 기회도 많이 주어진다. 병원 근무는 선교사에게 큰 기쁨이다.

이와함께 죽음과 가까이 있는 것 역시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심방한 환자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지만, 그 중에는 병이 악화돼 죽은 사람도 있었다. 중환자실 환자를 자주 심방하면서 늘 죽음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깨어 있는 선교사로 살아가게 하신 것 역시 필자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다.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매월 한 차례, 많으면 두 차례 지방교회를 방문해 함께 예배드리고 이동진료를 실시했다. 병원과 의사가 없는 지역에서 수행한 무료 이동진료는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됐고, 필자를 포함해 함께 참여한 봉사자들에게도 큰 기쁨이 됐다.

하나님은 나의 선교 여정 가운데 10년을 의료기관에서 헌신하게 하셨다. 필자도 10년 이상 지속된 허리 통증, 25년 이상 지속된 만성 비염, 심지어는 선교사로 사는 내내 벼룩에 물리는 등 건강상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매번 특별한 방법으로 낫게 하셨다. 이런 치유의 경험은 내가 환자들을 만날 때 그들의 형편을 좀 더 잘 헤아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환자들을 만날 때 큰 확신을 갖고 담대하게 다가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도왔다. 환자가 있는 곳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찾아가 보라. 주님이 주시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송의광 목사 / 총회 파송 에티오피아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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