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샤트가 구금된 바다탑...음습한 기운 느껴져

위샤트가 구금된 바다탑...음습한 기운 느껴져

[ 존녹스로드순례기 ] 3.프랑스 함대에 맞선 항전지, 세인트앤드류스 성

김승호 교수
2023년 03월 31일(금) 17:05
세인트앤드류스 성 입구
성내의 모습
바다탑 내부의 병 지하감옥(Bottle Dungeon).
성 너머의 바닷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세인트앤드류스 성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입해 통로를 따라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고개를 떨군 채 포승줄로 나무 기둥에 포박된 위샤트의 입상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1546년 어느 날 새벽. 위샤트의 죽음에 격분한 시민들은 그를 화형시킨 데이비드 비튼에게 앙심을 품고, 비튼이 거주하던 세인트앤드류스 성에 침입했다. 살려달라는 비튼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차없이 그를 살해했고, 그의 시체는 포병 요새 중 한 곳에 전시되었다. 이렇게 종교개혁을 원하던 시민들이 성을 점령했다. 정부군의 공격으로 그들은 성에 갇혔고, 수개월 동안의 교착상태 이후에 휴전이 이루어졌다. 1547년 4월 존 녹스가 성에 들어가 그들의 설교자로 활동했고, 때로 그는 성 밖의 지역교회에서도 종교개혁에 기반한 설교를 했다.

그러나 1547년 지원요청을 받은 프랑스 함대가 도착하여 포병대가 맹공격을 감행함으로 성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결사 항전하던 성내의 시민들은 무기의 열세로 인해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가운데는 프랑스로 끌려가 투옥되는 이들도 있었고, 존 녹스는 갤리선의 포로가 되었다. 약 1년 7개월간의 비참한 노예 생활 이후(1549년 초반)에 존 녹스는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6세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갤리선에서 석방되었다. 그러나 이미 그의 몸은 심하게 망가진 상태였고, 평생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살아야 했다.

녹스는 뉴캐슬(New Castle)과 타인(Tyne)의 여러 지역을 돌보다가 에드워드 6세의 초청으로 궁정 설교자가 되어 런던으로 떠난다. 그 후 에드워드 6세가 사망하자, 가톨릭 배경의 악명 높은 피의 메리가 잉글랜드 왕으로 등극했다. 더 이상 잉글랜드에서 설교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여, 녹스는 유럽대륙으로 건너간다. 거기서 녹스는 존 칼뱅의 지도로 공부했고, 잉글랜드 피난민들이 모이는 교회의 목회자로 사역했다. 1559년 6월 녹스는 세인트앤드류스로 귀환하여 여러 도시를 순회하면서 열정적으로 개신교 교리를 전파했다.

성 입구의 좁고 긴 통로에 게시된 성에 얽힌 역사를 접하면서, 16세기 당시 세인트앤드류스 성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통로를 빠져나오자 돌벽으로 쌓아놓은 성 입구가 나왔다. 여전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성은 이미 훼파된 상태였고, 드문드문 남아 있는 성벽의 잔해가 과거의 굴곡진 역사를 증언하고 있었다. 넓은 바닥은 푸른 잔디로 뒤덮여 있었고, 성 너머에는 바닷물이 출렁이고 있었다.

안내판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성의 주요 공간은 이렇게 구성되었다. 성에서 가장 중요한 공적인 공간으로 초대받은 손님들이 함께 연회를 즐기던 대연회장(Great Hall), 품격있는 원주로 지탱된 통로 로지아(Loggia),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진 주교와 대주교를 위한 사적인 채플(Private Chapel), 비공식적인 토론의 장소로 사용된 공간으로 2층에 있던 대형 갤러리(Gallary), 안전한 물 공급을 제공하던 구조물로 덮개가 덮여있는 우물(Well). 특히 바다탑(Sea Tower)은 포로와 죄수를 수용하던 곳으로, 포로의 신분에 따라 서로 다른 곳에 수용되었다. 귀족은 다소 안락한 위층에 감금되었고 평민은 불을 켜지 않은 1층 감방에 그리고 이방인은 병 지하감옥(Bottle Dungeon)이라 불리는 지하공간에 감금되었다. 이 바다탑은 존 녹스의 스승이자 순교자인 조지 위샤트와 관련이 있다. 오미스톤에서 체포된 위샤트는 이곳으로 끌려와 바다탑에 구금되었다. 그는 비튼이 이끄는 종교재판에서 이단으로 정죄 받아 화형에 처해졌다.

그러자 당시 위샤트를 따르던 개신교 시민들이 비튼을 죽여 흉벽에 매달았고, 다시 그 시체를 '병 지하감옥'으로 던져넣었는데 시체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금으로 그 시체를 덮었다. 이처럼 바다탑은 위샤트가 순교 전 구금된 장소이자 동시에 위샤트를 화형시킨 비튼의 시체가 던져진 곳이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 때문인지, 바다탑 내부에는 음습한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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