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깔아놓은 멍석

넷플릭스가 깔아놓은 멍석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3월 13일(월) 07:45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나는 신이다)이 다큐멘터리 장르 최초로 국내 넷플릭스 톱10 1위를 차지하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 정명석을 포함해 스스로를 신이라 부르는 네 명의 '교주'들과 그들을 둘러싼 충격적인 사건들을 피해자들의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담아내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냈다.

그 중에서도 JMS의 반인륜적 만행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공분을 샀다. 검찰총장이 직접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을 지시하고, 누리꾼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JMS교회 구별법' 'JMS교회 주소록' 등의 글을 부지런히 공유하고 있다. 시민들은 JMS 해체에 공감하며 사회 고위층부터 각 방송사, 연예계까지 포진해있는 JMS 신도 색출 작업까지 벌이고 있다.

'나는 신이다'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사이비 종교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깨워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 이단문제를 교회만의 문제에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부각시켰다는 점은 고마운 일이다.

물론 노골적인 성폭력 묘사와 불필요한 연출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긴 했다. 조성현 PD(나는 신이다 연출)는 "그동안 방송에서 사이비종교단의 실체가 여러 번 공개됐는데도, 왜 사이비 종교단체와 교주는 여전히 존재하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는 걸까요?"라며 반문하고,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고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있는 그대로 분명하게 다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판단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선정적인 묘사로 본질이 흐려진다는 지적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불편'했기 때문에 JMS의 추악한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날 수 있었고, 사건의 심각성이 더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PD의 편에 서고 싶다.
'나는 신이다' 방영 이후 예장 합동 교단에서 밝힌 것처럼 한국교회는 이단의 실체를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성도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지 못한 책임이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넷플릭스가 판을 깔았으니 한국교회가 그 '본질'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면 구색이 좀 맞춰질 것도 같다. 사이비 종교 문제 해결과 피해자 구제는 한국교회에 남은 숙제다. 어쨌든 넷플릭스 구독료가 아깝지 않은 요즘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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