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은 너무 짧은 시간

100일은 너무 짧은 시간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2월 06일(월) 19:47
지난달 열린 제107회 교회와 사회포럼에서 10.29이태원참사희생자 유가족을 대표해 참석한 최선미 씨는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을 맞아 광화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가 예정되어 있다"면서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이날 함께 참여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가 말한대로 이태원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2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10.29 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추모대회는 광화문 광장이 아닌 서울시청 옆 세종대로에서 진행됐다. 서울시가 KBS 방송 촬영과 일정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광장을 내어주지 않았기 때문인데 정작 KBS가 추모대회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방송촬영은 핑계이고 유족들과 시민들의 애도행위를 막으려는 행동이다"고 분노했다. 갈등은 시민과 유족들이 서울 시청앞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더 커졌다. 경찰 차벽이 등장했고 기동대 경력 3000명가량이 투입됐다. 급기야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이 분향소 철거를 시도하다가 충돌하면서 희생자 유가족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날 시민추모대회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 159명이 하루 아침에 목숨을 잃었는데 서울시가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것 같다", "100일이 되도록 책임자 처벌이 없다는 게 더 놀랍다", "서울시는 단 한번도 희생자 가족을 배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유족들의 슬픔에 공감하기도 하고, "이태원 개개인 하나하나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도 많다. 100일이 됐다고 그분들을 광화문에서 추모하지는 않는다", "법을 어기면서 추모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어쩌면 맞고 어쩌면 틀리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과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었고 충분이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결국 300여 명의 부모가 생떼같은 자식을 하루아침에 잃었다. 그 아픔과 서러움을 털어내기에 100일은 너무 짧다.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의 비애를 겪는 이들에게 조용하게 울고 혼자 추모하는 요구는 너무 가혹하다.

'가영이 엄마' 최선미 씨는 그날 포럼에서 내내 울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했다. 이전에 만났던 대부분의 유족들도 그랬다. 새끼 잃은 어미의 원통하고 애통한 심정을 좀 들어달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그랬듯 세상은 또 이제 제발 그만하라고, 지긋지긋하다고, 그만하면 됐다고 겁박할 것이다. 뻔한 클리셰는 반복되는 법이니까.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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