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회와 교회를 진단한다

코로나 이후 사회와 교회를 진단한다

[ 창간77주년특집 ] 임성빈 전 총장, 이재열 교수 대담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3년 01월 10일(화) 08:46
대담: 임성빈 전 총장(장신대), 이재열 교수(서울대)
날짜: 2022년 12월 23일 /장소: 달개비/진행: 김성진 대기자/사진: 임성국 차장


#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사회와 한국교회

이재열 교수 : 어빙 코프만이라는 사회학자가 일종의 재난 상황은 그 사회가 당연시 하고 있었던 모습을 걷어내고 커튼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이 일시에 깨지게 되면 적나라한 모습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에서는 일종의 닫혀 있는 감옥과 비슷한 조직이 드러난 것 같다. 초기 과정에서 신천지가 있었고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의 어두운 부분들, 콜센터, 교도소에서의 감염 등 드러나지 않던 조직들이 많았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특징이다.

임성빈 교수 : 우리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표현이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왜곡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들에게도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고 우리의 문명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한마디로 코로나19는 개인의 가치, 성향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 체제의 민낯까지 드러내 보인 사건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문명사적 전환의 의미를 신앙과 신학적으로 해석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재열 : 최근 몇백 년 사이에 지구는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훼손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쫓겨난 자연이 반격을 한 것이다. 자기들끼리 살던 열대 박쥐들이 사람 사는 곳으로 쫓겨 와서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에 대해 신학적인 해석이 있어야 될 것 같다. 정치적으로나 국제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브루틀란트 보고서가 1980년대에 시작했고 리우 선언이 90년대에, 최근 교토의정서가 나오는 등 UN을 중심으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집단 지성들이 모여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여주는 경고다.

기독교윤리학자 장신대 임성빈 교수

# 코로나19로 앞당긴 디지털 혁명

임성빈 :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론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장신대의 경우, 교회들이 벤치마킹해 도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시설을 해놓아도 교수님들이 인격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제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논의 없이 바로 시행이 됐다. 나중에 보니까 정착은 빨리 됐지만 졸업생들에겐 피해가 컸다. 공동체가 사라졌다. 지금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 신학교와 교회에선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열 : 등 떠밀려 플랫폼화 할 때, 첫 번째는 인터넷이 깔려 있어서 초연결로 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양 방향 네트워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AI나 알고리즘이 개입해 많은 데이터들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형태의 새로운 조직화가 가능해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조직 자체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류학자나 심리학자들이 세 가지 정도의 숫자를 얘기를 하는데 하나는 창조적인 숫자이다. 공동체적인 생활을 하면서 한 사람도 소외시키지 않고 둘러앉아서 밥 먹으면서 브레인스토밍 할 수 있는 숫자 12명이다. 또 하나는 '로빈 던바'라는 학자가 이야기하는 넘버, 150명이다. 사람의 기억 용량을 생각할 때 만나면 반갑게 안부 인사도 하고 서로 감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최대 인원 150명이 넘어가면 익명화가 된다. 지금 경제는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효율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교회는 개교회 중심이고 위계화 돼 있고 닫혀 있는 조직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임성빈 : 중소형교회 목사님들이 코로나 이후에 교인들이 달라졌다고 한다. 옛날에는 우리 목사님, 우리 교회, 우리 식구들, 이렇게 공동체에 한정됐지만 코로나 이후엔 목사님들이 교인들의 초점이 모아지지 않음을 느끼고 상당히 당혹해 한다. 학생들도 그렇다. 우리가 지식만 갖고 가르칠 수 없다. 포스트모던 문화에서는 권위라는 말 자체가 억압적이고 조작적으로 들리지만 교회에선 진정한 본질에서 우러나오는 권위, 복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우리의 인간적이고 권위적인 요소들이 깨지고 진짜 복음이 드러날 수 있다면 이것은 뉴 노멀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이재열 : 긍정적인 측면은 고립되고 단절돼 있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채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동시에 닫힌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밖으로 많은 것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안과 밖을 구별하기 어렵고 어디까지 우리의 구성원이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되는 이 상황이 됐다. 이제 생각이 달라져야 된다.


사회학자 서울대 이재열 교수

# 교회의 공공성 회복

임성빈 : 교회도 마찬가지다. 한국교회는 60대 이상의 남성들로 구성된 당회가 정책을 결정한다. 신실하게 결정을 해도 과거의 경험을 갖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시점이다.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조금만 지나면 40대 이하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불안한 시대 속에서 교회에선 근본주의적인 성향이 더 강해지고 세속화도 일어나고 있다. 누가복음 18장 8절에 "인자가 다시 올 때 믿음을 보겠느냐"라는 말씀이 있다. 핵심은 믿음이다. 교회가 온전한 신앙으로 나아갈 때, 하나님 사랑의 수직적 신앙, 이웃 사랑의 수평적 신앙,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의미에서의 공공성이 중요하다. 우리가 코로나로 얻은 소득이라면 믿음이 중요하고 그 믿음의 핵심에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람, 신앙의 영적인 우선성과 공공성이라는 점이다.

이재열 : 기독교가 불과 150, 200년 만에 어떻게 제국 로마의 국교가 됐느냐. 이것을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해석을 해보면, 당시 천연두가 팬데믹이었고 황제들도 걸려 죽는 상황에서 로마의 종교는 여기에 답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기독교는 환자들을 청결하게 하고 배려하고 도와주는 모습들을 보였다. 생사의 기로에 있었던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생각들이 퍼지면서 짧은 기간에 국교가 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런 점에서 공공성은 그 당시에 기독교가 보여준 것이다. 19세기 기독교가 조선에 들어와서 공공성이 취약하고 무질서한 사회 전체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차별받는 백정의 아들이 의사가 되고 이름이 없는 여성들에게 이름을 주어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깨닫게 하고 또한 차별받는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한 것은 높은 공공성이 사회를 바꿨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기독교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임성빈 : 신앙 안에는 감성적인 면과 이성적인 면이 있고 개인적 신앙이 자기 삶의 성찰도 되지만 공동체적인 성찰과 제도적인 성찰이 돼 문화화 제도화되는 측면까지도 말씀해 주셨다. 초대교회 신앙인들은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친절하고 환대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이재열 : 요즘 비영리 쪽에서 사회 혁신에 관한 연구 논문 중에 '컬렉티브 임팩트'라는 개념이 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의 선행만 가지고는 안 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비영리 기관들은 자원봉사자를 조직하고 펀딩도 하고, 그렇게 하면 전반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컬렉티브 임팩트에서는 세상을 바꾸려면 공통의 어젠다를 가질 수 있느냐, 긴밀하게 소통을 할 수 있느냐, 변화를 끌어나갈 수 있는 조직이 있느냐, 평가할 수 있는 공통의 평가 척도가 있느냐 등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로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의 여러 부류와 비슷하게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역으로 기업이 메타 가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오픈 시스템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시대가 됐다. ESG라고 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목사님들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임성빈 : 중요한 말씀이다. 기존의 교회에서는 하나님 나라와 같은 메타 가치를 너무 강조한다. 그런 것들이 실제 삶과는 상관없이 구호로만 펼쳐질 때가 많다고 반성할 수 있다. 그만큼 세밀한 체계가 부족하고 또한 공교회성도 약하다. 미국교회도 비슷하다. 기독교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신학이 자유주의가 이야기하는 기준에 맞추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하우어워스는 교회로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는 공격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결국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려면 세상에 나가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한국교회가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에 따라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성령이 임하시면 땅 끝까지 이르러 증인이 되는 삶,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 삶을 예루살렘과 유대 즉 내가 사는 곳에서부터 시작돼야 된다.

이재열 : 로버트 벨라가 ‘마음의 습관(habit of the heart)’에서 미국인의 심성은 유럽에서 프로테스트한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이 중요하다. 키에르케고르에 의하면 단독자고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로버트 퍼트남이 최근에 '업스윙'이라는 책을 썼다. 지난 100년 동안 여러 가지 형태의 변화들을 추적한 내용이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이유는 미국의 전통적인 교단들이 소프트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원천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도 미국식 종교사회학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시장형이다. 경쟁 시장형의 체제이기에 비슷한 모습을 우리가 재현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임성빈 : 우리나라에서 기독교가 제일의 종교다. 우리에게 책임이 크다. 이 땅에서 종교가 해야 될 빛과 소금, 진리와 도덕적인 역할이 기독교에 있다. 우리가 겸손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다원적인 사회이지만 메타 가치, 상위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된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 나라라고 이야기하지만 세상에서는 오해를 한다. 그런 면에서 좋은 개념이 공동선이다. 이것은 신학적인 개념이다.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이런 용어를 잘 쓰면서 교회 안에서 체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저출산·고령화의 위기

이재열 : 70년대에 100만 명씩 태어나던 인구가 지금은 20만 명대다. 지난해 결혼한 사람이 18만 명인데 앞으로 10만 명대가 예상된다. 수명도 60에서 90세로 가고 있다. 20, 30대 중에 비혼도 60% 정도다. 교회의 소모임도 과거의 가족 기준으로 구성돼 있고 의사결정자들도 시니어 중심이다.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고 기업도 대학도 엄청난 파고가 몰려오는 것 같다. 1인 가구가 600만 명인데 인구는 줄어들어도 1인 가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OECD 국가 중에서 지원을 못 받는 사회 고립자의 비율이 한국이 가장 높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관계성이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날 텐데 교회가 어떻게 응답할지도 중요한 이슈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교회는 시니어들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분들도 계신다.

임성빈 : 고령화는 사회적 과제다. 중선진국에는 60대 이상이 부도 많고 지적 자산도 많다. 은퇴라는 것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의학 중에도 가장 발달이 안 된 분야가 노인의학이다. 왜냐하면 노인들은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 목회도 비슷하다. 노인 목회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노인 목회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 첫 번째는 젊은 세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계속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야 한다. 두 번째, 가난하고 병든 고령층을 위한 돌봄의 문제를 교회가 신경을 써야 된다. 초저출산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가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마을 살리기가 중요하다.

이재열 : IMF 총재였던 라가르드가 한국의 출산율을 보고 집단 자살 수준이라고 했다. 힘드니까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안 낳으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 보호 본능이다. 가장 심한 곳이 서울이다. 수도권의 출산율이 전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원인을 따져보면 치열한 경쟁, 학업, 직장, 집 구하는 것 등 경쟁 때문이다. 학교도 달라져야 되고 교회도 다양한 목회 방식, 창의적인 방법들이 필요하다.

임성빈 : 교회가 대안적인 사회를 꿈꾸는 모델이 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제는 다른 사회를 꿈꾸는 교회가 되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내고 맛보는 곳이 교회가 돼야 된다. 그런 교회들을 요즘 지역에서 보게 된다. 예컨대 태백연동교회나 옥방교회는 젊은 목회자들이 가서 바꿔놓고 있다. 교회가 따뜻하고 젊은이들과 애들도 많고 그래서 지역사회를 살리는 목회자들을 보면서 희망을 본다. 우선 지방을 살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 젊은 교역자들이 지역 교회를 살리고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가 그런 모델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 한국교회의 신뢰 회복

이재열 : 우리가 겪는 것은 풍요의 역설이다. 3만 불을 넘고 일본을 제쳤다고 하는데 삶이 풍요롭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눈높이가 높아서 불만이 많다. 불신이 크고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많다. 교회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교회가 성장을 했지만 성장의 역설이 있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느냐, 역량을 발휘하느냐, 포용할 수 있느냐, 안심할 수 있는 사회이냐 라고 했을 때,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성장을 모델링할 때가 아니라 안심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고 사람들이 임파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찾아야 되는 것처럼 교회도 그런 요구가 있지 않을까.

임성빈 : 교회가 건강하려면 교인들이 건강하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신뢰를 주는 교인은 기본이 정직이다. 정직은 하나님 앞에 선 코람데오의 삶으로 살아갈 때 일관성이 있다. 우리가 그런 신앙인다운 신앙인이 되어 갈수록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우리는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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