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입은 울진의 2022년은 복되고 복된 길

산불 피해 입은 울진의 2022년은 복되고 복된 길

[ 송년기획 ] 한국교회 사랑의 집 짓기 통해 사랑 실천
산불로 절망하는 주민에 한 줄기 희망 전해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2년 12월 28일(수) 09:38
"불에 다 타고, 남은 게 하나도 없어요. 한국교회 아니었으면, 우린 정말 집 잃은 거지예요. 거지…(눈물)."

기자가 방문하기 전날 내린 눈으로 경북 울진 일대가 온통 흰 세상이다. 울진군 죽변면 범상리 임시주거시설에 있는 주민 반분오 씨(79세)는 산불피해 주민들의 아픔을 읊조리는 듯 눈 속에서도 까맣게 그을린 나무들을 바라보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축구장 2만 5000여 개 규모의 면적이 불탔다고 하던데, 그 불 때문에 70년 평생 일군 집마저 전부 잿더미가 됐으니 이 아픔을 어찌 잊겠어. 죽을 때까지 못 잊을거야, 정말 못 잊어…." 불은 꺼져 화마의 상처를 남겼지만 최대 산불로 피해 입은 울진 주민들의 가슴속 불은 산불 진화 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진행형이다. 이에 더해진 야속한 강추위는 산불 트라우마가 짓누르는 무게와 함께 삶의 절망을 가속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이웃들이 2022년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한탄을 많이 했어,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 한 해를 힘차게 출발했는데 산불로 상처와 절망만 남았으니까. 누가 이 아픔을 알고, 누가 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겠어…. "

하지만 이들의 상처와 아픔에 조용히 손 내민 한국교회는 한 줄기 희망과 같았다. 주민 장경희 씨(67세)는 "산불 피해 입은 주민들의 올해 가장 큰 소원은 잃은 집을 다시 짓는 일이었다"라며, "그런데 한국교회가 집을 지어준다는데 감사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느냐. 2022년 이 한 가지만은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라고 전했다. 장 씨는 1차 한교총 사랑의 집 짓기 때 신청을 못했는데, 2차 해비타트의 집 짓기 사업이 진행되면 꼭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다.

호산나교회 김춘화 집사(81세)는 사랑의 집짓기 수혜자이다. 일부 주택 공간의 설계변경으로 사업 공기가 연장돼 전체 입주도 연기됐지만, 감사의 고백뿐이다. 김 집사는 "일부 주민들이 공사 과정에 민원도 넣고,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고 하던데, 입주자설명회 후 대부분의 사람은 불만이 없다"라며, "세워지는 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우리 울진 주민들은 한국교회에 감사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는 2022년을 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교 신자인 전금자 씨(83세)도 한국교회의 선한 사역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교회는 선하고 착한 일을 많이 하는 곳으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불난 이후 마을 교회 목사님이 불타버린 마을을 수없이 다니며 주민들을 위로하시는 모습, 한국교회가 사랑의 집 짓기를 통한 사랑의 나눔에 감동했다"라며, "도움만 받고 있자니 죄송해서 울컥 눈물이 났다"며 한국교회의 사랑에 감사했다.

절망 속 한 줄기 희망을 찾은 주민들을 통해 울진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한 해가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2022년 한국교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나누는 울진이 되고, 그 사랑을 소중히 기록하고 간직해 다음세대에까지 계승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회장 이상규 목사(평해감리교회)는 "산불 이후 참으로 암담했지만,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교회총연합, 예장 총회 사회봉사부를 비롯한 한국교회가 섬김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라며, "화를 복으로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한 해였다. 울진을 향한 한국교회의 기도와 사랑에 힘입어 복음화율 4% 울진이 10% 목표에 도전하게 돼 참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사랑의 집짓기 공사 현장을 둘러 본 후 임원회를 가진 울진군기독교연합회 임원들은 한교총 사랑의 집 짓기와 함께 27일 해비타트 집짓기 헌정식을 시작으로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집 짓는 사역은 계속된다고 했다. 이후에는 울진군기독교연합회 주관으로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나누고 사랑 나눔 확산을 위한 백서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도 앞장설 예정이다.

연합회 총무 심상진 목사(행복한은진교회)는 교회가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감당하게 돼 감사하고 했다. 그는 "사랑의 집 짓기 과정과 절차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혜자 선정을 너무나 투명하게 했고,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사역을 전개했으니 잡음 없이 진행됐다"면서 "아무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한국교회가 감당했기에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울진군기독교연합회가 그 사역의 통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연합회 수석부회장 김항신 목사(울진제일교회)도 "코로나 이후 교회 또한 위축된 상황에서도 산불로 아픔이 가득한 울진을 위해 한국교회가 사랑을 주시고, 기도해주셔서 참으로 따뜻한 2022년이었다"라고 지난 시간을 회상하면서 "이제 울진의 사랑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도움을 전하는 선한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울진 일대의 산에서는 불에 탄 나무의 벌목이 지금도 한창이다. 모든 게 다 타 잿더미가 됐지만, 봄이 되면 새로운 희망의 새싹이 솟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 어느 해 보다 아픔이 컸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울진의 2022년은 감히 복되고 복된 길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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