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만은, 눈을 맞든 비를 맞든

교회만은, 눈을 맞든 비를 맞든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2월 20일(화) 07:21
"우리 딸이 어떻게 죽었습니까? 응급처치는 받았습니까? 길에서 그냥 죽었나요? 우리딸의 마지막을 왜 영안실에서 보게 된겁니까?"

25살 딸을 잃은 아버지는 절규했다. "자식을 잃는다는 것은 부모로서 받는 최악의 형벌이다"라고 말하며 절규하는 아버지는 "딸이 살아있을 줄 알았다.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그러나 딸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오열했다. "제발 그날 밤 우리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는 말입니다!"

지난 14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 추모기도회'에서 유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투사가 되어 마이크를 잡고 황망하게 떠난 아들의 이름을 부르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는 "그런데 자꾸만 억울한 일이 생긴다"면서 "책임이 있는 자들은 자리에서 내려오고 진심으로 사과해라. 우리 아이들이 왜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진실을 규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 종일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져 온 몸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유족들은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누지 못한채 비통한 감정을 쏟아냈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기도회 동안 어느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유족들이 얼마나 어렵게 용기를 냈는지 기도회에 모인 그리스도인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울기로 했기 때문이다.

청준들의 떼죽음 앞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이념은 더이상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이태원 참사 49일째을 맞은 지난 17일, 영정사진이 안치된 시민분향소가 다시 마련됐고 조문이 시작됐다. 여지없이 '자식 팔아서 장사 한다' '시체팔이 족속' '나라 구한 영웅이냐'는 등의 막말이 쏟아져 나오고, 진영논리와 색깔론으로 '내 편, 니 편' 가르기 바쁘다.

그러나 적어도 교회만은 종교와 종파를 넘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헤아릴 수 없는 절망에 빠진 이들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친구를 잃은 죄책감과 상실감으로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생존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불편한 문화일지라도, 꽃처럼 젊디 젊은 158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는 이들과 눈을 맞든 비를 맞든 말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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