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후기 그리스도교에 영향을 준 시리아교회의 영성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에 영향을 준 시리아교회의 영성

한국교회사학회 정기학술대회, 아시아 최초 교회인 시리아교회 연구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12월 12일(월) 10:22
주제강연한 서원모 교수
한국교회사학회가 지난 10일 성락성결교회에서 시리아교회와 정교회, 가톨릭교회 등 교회사 연구의 외연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첫 번째로 '시리아 동방교회와 기독교 영성을 찾아서'를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시리아교회의 신학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사역자의 경건 - 시리아교부 에프렘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주제 강연한 서원모 교수(장신대)는 "시리아교회는 우리나라 신학계에 아직은 생소한 연구 분야이기 때문에 시리아교회를 주제로 삼은 것은 한국의 역사신학자들이 세계교회사 전체에 대한 관심과 책임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번 학술대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주제강연은 시리아교회, 교부 에프렘, 사역자의 경건을 한국교회와 신학계에 제시하는 것으로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학과 목회에 울림과 도전을 주고자 한다"며, 이번 주제강의의 의미를 소개했다. 이를 위해 그는 사역자의 경건이란 개념을 정리하고, 시리아교회와 에프렘의 유산을 간력히 개관한 뒤, 에프렘의 글과 활동을 사역자의 경건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우선, 사역자의 신학과 사역자의 경건이라는 개념은 한국 신학계에 던지고 싶은 화두라고 말을 꺼낸 그는 '사역자의 신학'의 개념에 대해 "사역자가 현장에서 의지하고 가르치고 전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신학, 더 나아가서 좋은 사역자가 되게 하는 신학"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사역자의 경건은 세상 안에서 하나님의 소명에 따라 일하는 사역자의 삶의 자리에 필요한 영성과 경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시리아교회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시리아교회는 시리아어(아람어의 방언으로 팔레스티나, 시리아, 메소포타미아에서 일상적 대화로 사용)를 예전과 성경과 신학의 언어로 사용하는 교회라고 정의한 그는 "에프렘으로 대표되는 시리아 신학은 운문/예술적 산문, 상징신학으로 특징지어지는 독특한 유산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시리아교회는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 인도 티벳, 몽골, 중국까지 전교한 선교적 교회"라며, "시리아교회는 아시아교회의 첫 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아시아 종교이고 시리아교회가 아시아 교회사의 첫 장이며 아시아 대륙의 선교가 그리스도교의 궁극적인 과제라고 할 때, 시리아교회의 유산은 오늘날 재발굴해야 할 원천"이라며, "그리스도교와 아시아 문화와 종교와의 만남을 역사적으로 검토하고 아시아 선교와 아시아 교회를 견실하게 만드는 작업에서 시리아교회의 유산이 큰 도움을 주리라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시리아교회를 소개한 후, 그는 시라아 교회를 대표하는 에프렘의 신학을 언급했다. 기원후 306년 니시비스에서 태어난 에프렘은 성경주해자로 임명돼 이단을 반박하고 로마와 페르시아 전쟁에서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를 남겼으며 373년 에데사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보제로 사역했다. 에프렘은 에데사에서 학교를 세워 신학과 성경주해를 가르치고 여성 성가대를 조직했으며 기근이 일어났을 때는 구제 활동을 주도했던 인물이었다. 에프렘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언약의 자녀들'이라고 불리는 수덕자 집단에 소속돼 교회와 사회 안에 거주하면서 동정과 절제를 실천했던 신학자였다. 특히 에프렘은 감독을 보좌하며 찬양을 작곡해 보급하고 성경을 주해하고 가르치며 이단을 반박하고 정통신앙을 수호하고 로마-페르시아 전쟁 상황에서 회개를 촉구하며 설교하고 기근이 들땐 구빈활동을 주도했던 사역자의 삶을 살았다. 에프렘의 가장 특징적인 사역은 찬양 작시와 작곡이었을 뿐만 아니라 시리아교회에서 성경주해자로 이름이 높았다. 자연과 성경에서 수많은 예형과 상징을 발견하고 구속사 전체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상징신학'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서원모 교수는 에프렘이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 세계에 깊은 영향을 줬던 인물로 평가했다. 이번 주제 강의를 통해 아시아 그리스도교 역사는 시리아 그리스도교로부터 시작했다고 강조한 서 교수는 특히 에프렘은 최초의 대표적인 아시아 신학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신학자 에프렘을 통해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그는 에프렘이 교회를 위해 시와 찬양을 소통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처럼 가무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과 '경배와 찬양'이 보편화된 한국교회에 에프렘은 매력적인 고대교부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따라서 그는 신학자가 시인이 되고 작곡자가 되며 음악가가 신학자가 될 때, 신학이 시가라는 소통 방식을 발견할 때, 한국의 신학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그는 에프렘이 자연과 성경과 성례를 하나로 엮는 상징신학을 전개한 만큼, 예형과 상징으로 하나님의 신비를 탐구한 그의 방법론은 상징적 언어가 재조명을 받는 포스터모던 혹은 탈근대를 주장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을 제시했다. 특히 지금 이 시대에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무미건조하게 사상을 전달하기 보다는 '예형과 상징', '역설과 대비' 등 다체로운 수사학적 방법을 사용해 마치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주듯 진리를 소통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에프렘이 세례 신앙과 예식을 가르치고 성례의 의미를 해설하는 신비 전수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함으로써 교회의 신앙을 성경적으로, 예식적으로, 영적으로 형성하도록 도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따라서 성례전이 약화돼 있고 신앙의 초점이 불분명하다고 느껴지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음을 지적했다.

넷째, 에프렘이 날카로운 역사인식을 지니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하려고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로마-페르시아 전쟁에서 자신이 겪은 역사적 사건을 신학적 주제로 삼고 찬양을 작곡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예언자적 설교를 통해 하나님께 돌아가도록 회개를 촉구한 일은 우리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에프렘이 당시 이단자들을 물리치는 사역에 앞장섰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에서 이단의 심각성을 감안해 신학자들이 한국교회 이단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교회를 이단으로부터 보호할 뿐 아니라 이단에 빼앗긴 교인들을 다시 찾아오도록 힘써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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