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

아파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

재난과 사고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향한 신학, 기타모리 가조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과 위르겐 몰트만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12월 06일(화) 15:27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전에 우리는 또 다시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마주했다. 158명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 전체를 또 다시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한국사회의 아픔에 함께 동참해 온 한국교회가 이번 참사로 아픔을 겪는 유가족을 치유하는 일에 발벗고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참사로 인해 기독교인 유가족이 당한 슬픔과 고통은 더욱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나님은 왜 기독교인들에게 이런 고통과 아픔을 주시는가?" 이러한 질문은 구약에서 욥과 신약에서 예수의 수난 등을 다룬 신정론의 주제와 연관될 뿐 아니라 기독교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된 신학적 주제였다. 전통적인 신정론에선 인간의 죄 때문에,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연단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하기 위해 아픔을 주셨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통적인 신정론은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혼란을 겪게 됐다. 특히 아우슈비츠 이후 인간 내부에 숨겨진 악을 발견하면서 전통적인 신정론은 더 이상 해답이 될 수 없음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여러 재난과 희생의 이유에 대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20세기 이후, '아픔'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첫 번째 신학이 일본신학자 기타모리 가조가 주장한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이다. 아시아 신학자 중에 최초로 세계적인 신학자가 된 그는 20세기 중반 서구 중심의 '영광의 신학'을 비판하며 시대의 눈물을 닦으려는 시도로 '아픔'에 관심을 쏟았다. "하나님의 아픔이 복음의 본질"이라고 말한 그는 하나님의 아픔을, 관계의 아픔으로 이해하고 인간의 아픔 속으로 들어가 그 아픔을 규명하려는 노력 대신에 '하나님의 아픔'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나님의 아픔이란 어떤 아픔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그는 "진노의 대상을 사랑해야 하는 고통이 곧 하나님의 아픔"이라고 규정하고 "이라한 하나님의 아픔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이며 십자가가 진노의 대상인 인간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아픔을 상징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하나님은 자기 자신의 아픔으로 인간의 아픔을 해결해 주실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상처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 주신다"면서 "이것이 하나님의 아픔에 기초한 사랑이며, 사람은 아픔에서 하나님과 하나가 된다"고 주장했다. 기타모리 가조의 '하나님의 아픔의 신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신학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신학자 중의 한 명을 꼽는다면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이다. 그는 우리가 고통 당할 때, 하나님도 함께 고통 당함을 '십자가의 신학'으로 풀어냈다. 그는 "하나님은 죽음의 현장에서 함께 수난을 당했다"면서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공생애 기간에 고난 받고 수난 받는 이들과 함께 했다는 것을 넘어서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그는 "예수가 '나의 아버지,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외침에서 보여주듯, 예수는 하나님의 내어줌으로 십자가에서 죽음을 겪었고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전적인 허무와 하나님 없음의 고통을 당했다"면서 "예수의 버려짐으로 예수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했던 하나님의 신성과 부성이 궁극적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십자가의 고뇌 속에 처한 것은 예수 자신만이 아니라 그를 위해 예수가 살았다고 말했던 그의 아버지이기도 했다"면서 "하나님은 죽어가는 자와 함께 현장에서 고통 당하셨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그는 "하나님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았다"면서 "이를 토대로 하나님이 지금도 이유없이 죽어가는 자들의 현장에 오셔서 그들과 함께 고통 당하신다"고 결론을 내렸다. 예수가 십자가의 고통을 당할 때, 하나님이 침묵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몰트만은 예수와 함께 하나님 자신이 십자가에 달리셨다며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을 주장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아픔을 느끼며 살아간다. 인간은 그 아픔을 해결하려고 발버둥치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하시기에 우리의 아픔을 보고만 계시지 않으시고 함께 아파하시는 분이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재난과 사고로 희생 당하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할 때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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