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표현, 문장 어순, 원문에 충실히 재번역돼야

우리말 표현, 문장 어순, 원문에 충실히 재번역돼야

류호성 교수, 구체적인 사례 들어 개정 필요성 주장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10월 21일(금) 09:17
시대의 변화와 우리말 어법 및 성경 원어에 대한 이해가 새로워짐에 따라 개역개정 성경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약학자인 류호성 교수(서울장신대)가 사례를 들어 우리말 표현과 문장 어순, 원문에 충실하기 위해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믿음이 결국' → '믿음의 끝(종착점)' 또는 '믿음의 목적(결과)'

우선, 우리말 표현이 다듬어져야 할 부분을 사례로 제시했다. 베드로전서 1장 9절, "믿음이 결국 곧 영혼의 구원을 받음이라"라는 말씀에서 '결국'이란 표현 자체가 어색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밝힌 그는 "'결국'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끝, 마지막, 목표, 종결' 등 여러 의미를 갖지만 우리말 번역은 '끝, 마지막'에 초점을 두고 해석했다"면서 "'끝, 마지막' 또는 '목적, 결과'로 이해해 '믿음의 끝(종착점)' 또는 '믿음의 목적(결과)으로 번역하면 믿음이 추구하는 것이 영혼구원이라는 의미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아브라함과 다윗' → '다윗과 아브라함'

둘째, 헬라어 문장 어순대로 번역해야 할 사례도 제시했다. 마태복음 1장 1절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라"에서 '아브라함과 다윗'을 헬라어 본문 어순대로 '다윗과 아브라함'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역개정은 아브라함이 다윗의 조상이기 때문에 1장의 족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아브라함을 앞에 오게 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마태의 족보에는 이방 여인들의 등장과 아브라함도 이방인으로 있다가 유대인의 조상이 된 만큼, 마태의 신학사상과 마태복음의 전체 구조를 고려해 '다윗과 아브라함'이라고 번역할 것"을 주장했다.



'천국 열쇠' → '천국 열쇠들'

셋째, 복수의 의미를 살려서 번역해야 할 사례도 제시했다. 마태복음 16장 19절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라는 말씀에서 헬라어 본문을 직역하면 '열쇠에 해당하는 단어가 복수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드로는 '하나'의 열쇠가 아니라, '열쇠들'을 받은 것"이라며 "이것은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제자들을 대표한 고백이고, 예수님은 제자들을 대표해 베드로에게 '천국 열쇠들(꾸러미)'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자들은, 천국 열쇠를 소유할 수 있다는 신학적 이해가 개신교의 사고이기에 헬라어 본문이 말하고 있는 복수 명사의 의미를 살려 '천국 열쇠'가 아니라 '천국 열쇠들'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 '십자가를 지지 않고 나를 따르는'

마지막으로 부정어의 의미를 정확히 살려 번역해야 할 사례도 소개했다. 누가복음 14장 27절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라는 말씀은 헬라어 본문과 정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어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고, 나를 따르는 자도,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한다"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역개정 번역은 십자가는 지는데 예수님은 따르지 않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지만 헬라어 본문은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처럼 예수님을 따르지만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번역은 새로운 창조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차적으로 원문에 충실한 문법적 해석"이라며, "이를 위해 어순에 따라, 복수적 표현을 살리고 그리고 부정어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고려해 개정개정은 새롭게 개정할 필요성이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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