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밀매상으로 전락한 성직자

마약밀매상으로 전락한 성직자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0월 11일(화) 10:21
급기야 목사가 '마약 밀매상'이 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감독:윤종빈)에 등장하는 '마약 대부' 전요환은 사이비 목사다. 그는 성도수 1만 2000명에 이르는 대형교회의 목회자다. 성찬식 포도주에 몰래 마약을 타고 성도들을 마약중독자로 만들어 헌금을 갈취한다. 여성도들은 그를 위해 기꺼이 마약을 삼키고 유럽 마약밀매 운반책으로 복종한다. 그는 '목사'지만 거대 마약밀매상이며 살인자이고 악질 사기꾼이다. 한국교회가 '세상의 소금'이 되기는 커녕 '마약상'으로 묘사되고 있는 현실이다.

'수리남'은 1990년대 말 2000년 대 초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했던 '마약왕' 조봉행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조봉행은 평범한 엔지니어였지 목사가 아니었다. 실화를 각색하면서 '극적인 재미'를 위해 감독은 조봉행을 한인교회 목사로 탈바꿈시켰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마약밀매업을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목사'로 둔갑시켰다"면서 "이것은 종교의 엑스터시와 마약의 중독을 매치시켜, 돈벌이 수단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한 악행으로 이는 명백한 반기독교 행위"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독교는 자정능력을 이미 상실한 이익 집단' '목사가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인가 애당초 행실부터 더럽다' '어쩌다가 기독교가 이 상태까지 왔는지 성찰하기 바란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기 바쁘다.

요즘 대부분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교회의 모습은 '수리남'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교계는 제작사가 돈벌이와 이익을 위해 기독교를 조롱하고 희화화한다고 하지만 감독이 '안티 기독교'인이라서 부러 반기독교적 정서를 부추기고 교회를 의도적으로 비하하려고 작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작품은 실패한다. 감독이 마약상을 목회자로 설정한 것은 시대의 코드를 제대로 읽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수리남에 대중은 열광했고 돈벌이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학교는'에 이어 '수리남'까지. 세상이 경고한다. "빛을 잃고 짠맛을 내지 못하는 교회는 세상의 조롱거리만 될 뿐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교회는 언제까지 추락하게 될까. 부활의 날개마저 꺽인 것은 아닌지 두렵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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