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신학, 광야 성막처럼 인공지능에 앞서야"

"구약신학, 광야 성막처럼 인공지능에 앞서야"

한국구약신학회 학술대회, 인공지능과 신학적 인간학 주제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09월 23일(금) 16:28
구약성서는 인공지능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는 상황에서 구약성서는 더 이상 인공지능에 대해 침묵할 수 없으며 오히려 광야의 성막처럼 앞서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목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구약학회(회장:김회권) 추계학술대회에서 '인공지능과 구약성서, 무슨 상관이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김창주 교수는 "미래 인류의 삶은 인공지능의 범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공지능과 구약성서의 연관성을 진지하게 찾을 때"라며 인공지능과 구약성서의 관계성을 이와 같이 주장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구약성서의 관계성을 '알고리듬'과 '살아있는 인간 문서'라는 두 개념을 통해 논의를 전개했다. '알고리듬'은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으로 인과적 논리에 근거하고 '땅의 흙'과 관련되며 '살아있는 인간 문서'는 신학적 인간의 중요 개념이자 인과론으로 풀 수 없는 정신적 측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구약에서 사람은 '땅의 흙'과 '살아있는 호흡'의 융합으로 빚어진 생명체로 간주했다.

이어 그는 인공지능이 전통 기독교와 신학에 미칠 위협과 염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동설과 진화설 이후 인공지능은 전통 기독교와 신학에 가장 큰 위협과 도전이 될 수 있다"면서 "자칫 인공지능이 야기할 그림자에 대해 간과하지 않도록 신학적 성찰과 함께 구약성서와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젠가는 인공지능의 자율성을 인정하겠지만 인공지능이 제2의 바벨탑이 될 수 있다"는 염려도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성을 토대로, 그는 구약성서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해해야 할 것인지를 조명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성서의 활용과 기여도에 관해 예를 들어 소개했다. 우선, 특정 책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데 인공지능의 도움은 유익하고 효과적이라는 점. 둘째, 전통적인 성서일과는 정한 시간에 맞춰 실행하며 매주 안식일과 절기를 놓치지 않게 할 것이라는 점. 셋째, 성서 낱권의 정확한 내용과 시대별 분류, 주요 인물들의 행적과 연대기적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고 요약본, 총정리본 등으로 정리해 언제든 불러온다는 점. 다섯째, 주제별 성서 연구, 유형적 설교, 다양한 방식의 위로와 권면 등 일정한 설교 작성과 선포까지 가능하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사례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정신과 마음 작용을 풀 수 없을 뿐 아니라 영혼의 깊은 곳에서 탄식하는 절망과 탄식을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공지능이 구약의 계시와 신비를 입력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말씀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삶의 의지를 세우며 생명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성서가 과학기술의 도전을 뿌리칠 때 가장 강력하고 최후 수단으로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창조됐다"는 성구를 인용했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주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의 코에 살아있는 호흡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됐다"는 구절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인공지능과 구약신학을 함께 파악할 수 있는 두 가지 다른 관점인 '땅의 흙'(물질)과 '살아있는 호흡'(비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성구는 사람의 본성에 대한 두 가지 측면과 구약 신학적 인간론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특성과 관련해서 신학적 쟁점의 근거로 삼는다고 소개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과 구약성서의 연관성을 진지하게 찾을 때라고 강조한 그는 "AI가 인류의 미래를 이끌려고 하지만 구약신학이 광야의 성막처럼 앞서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에 인간과 인공지능 이해하기'를 주제로 발제한 소형근 박사는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이 종국에 인류를 디프토피아적 세계로 이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이 강한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 되거나 죄성을 가진 인간이 사적인 목적으로 강한 인공지능을 오용한다거나 강한 인공지능 스스로가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인간이 먼저 파멸로 끝날 수밖에 없다"면서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해 존재해야지 인류에게 해악이 된다면 개발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 그는 "인공지능 개발을 개인의 인성에만 맡긴다든지 개인의 영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소극적인 규제로 보이며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권위 있는 세계기구의 법적 규제가 성문화되고 이에 대한 국가간(사회적) 합의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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