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 만든 기후위기, 교회가 바로잡는다

탐욕이 만든 기후위기, 교회가 바로잡는다

[ 연중기획ESG ] 새롭게 이롭게-E(8)세계교회의 환경 정책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2년 07월 27일(수) 14:10
기후위기와 생태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피지의 수도 수바를 방문한 WCC 정의와 평화 순례 그룹. /사진 WCC Marcelo Schneider
2019년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5)'에서 기후 정의를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청하는 WCC 회원 교단 관계자들. /사진 WCC
미국장로교회의 기후위기 관련 교육영상.
세계교회가 환경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970년대부터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강조하며, 오늘날 흔히 사용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개념에 다가섰다. 1980년대엔 6차 밴쿠버 총회(1983년)에서 JPIC(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의 개념을 구체화하며, '창조 세계의 보전'으로 활동을 강화한다. 당시 총회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생명'이었다. 이어 1990년대엔 환경 문제가 선교의 주요 의제로 등장한다. 7차 캔버라 총회(1991년)에선 '성령이여 모든 창조물을 새롭게 하소서'를 주제로 인류를 위협하는 환경파괴, 사막화 등을 경계하며, 하나님의 도움을 간구한다. 당시 세계는 사회주의의 붕괴와 각종 내전으로 촉발된 생명경시, 환경파괴를 목도했고, 교회는 성령의 활동 영역을 창조물 전반으로 이해하며, 도움을 간구했다. 2000년대에 주목할 사건은 10차 부산총회(2013년)가 공식문서로 채택한 '모두의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 행동 촉구로의 부름'이다. 문서는 '인간의 탐욕과 자기중심적 사고가 지구의 모든 생물을 위태롭게 한다'고 진단하며,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생명, 정의, 평화의 동반자가 될 것을 요청한다.

세계교회는 환경 문제를 단순한 파괴현상으로 취급하지 않고, 신학적·윤리적 문제로 다룬다. 오늘날 교회가 경험하는 경제적, 생태적 위기의 원인으로 인간의 탐욕을 꼽으며, '탐욕과 과소비가 약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파괴한다'고 강조한다. 과소비와 탐욕에 기반한 세계 경제구조의 극복은 에큐메니칼 사역의 중요한 목표다. WCC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결된 이래로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을 유지하며, 세상 사람들이 땅의 정복자가 아닌 청지기로 살게 하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한다.

한편,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는 이런 환경문제로 인한 고통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기후 변화에 근거한 태풍, 홍수, 가뭄, 지진, 해일 등은 인도, 스리랑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CCA 역시 환경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인간의 탐욕과 자원 남용을 제시하며, 아시에서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이 환경문제를 촉진함을 주장한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인구가 밀집돼 있어 재해 발생시 피해 규모가 크다. 또한 저지대와 하천 주변까지 주택이 들어서 있어 해수면 상승 등의 직접적 위협을 받는다. 또한 농업 국가에선 농작물 생산이 감소하면, 결과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진다.

세계환경의날에 맞춰 매년 성명을 발표하는 CCA는 '자원 개발을 위한 과학기술의 남용이 지구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신음하는 창조물을 바라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권력자와 부자들이 주도하는 환경파괴를 죄로 규정한다. 예수님이 사람들의 죄 때문에 고통 받으신 것처럼 현대 사회에선 약자와 자연이 고통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WCC와 CCA 모두 환경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정의'라고 표현한다. UN이 환경보호를 '빈곤퇴치를 위해 꼭 필요한 의무'로 여기는 것처럼 세계교회는 환경문제를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정의의 문제'로 판단한다. CCA는 '산업화된 국가에서 과도하게 연료를 사용하면 개발도상국에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며, '이런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 극복을 위해 기후 위기에 대한 태도와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함'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생태, 환경, 기후 정의의 실천을 위해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국장로교회(PCUSA)의 예가 도움이 된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PCUSA는 WCC와 CCA가 주목하는 약자의 모습으로 어린이들을 선택했다. '지구상의 모든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 공기, 물, 음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유니세프(Unicef)가 제공하는 '어린이 기후위기지수(Children's Climate Risk Index)'에 따르면, 지금도 전세계 어린이의 절반인 10억 명 정도가 위험도가 최고 수준인 국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수는 어린이들이 처한 기후위기의 수준을 △극도로 높은 △높은 △중상 △중하 △낮은으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는 '중상'에 해당한다.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들의 상당수가 '높은'에 해당하며, 인도와 주변국 및 아프리카 국가 다수는 '극도로 높은' 기후위기에 처해 있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기후 및 환경적 충격에 취약하다. 더 큰 문제는 기후위기지수가 높은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이 경제적, 환경적, 정치적 위기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러 위기가 중복적으로 작용해 소외와 불평등을 확대하고, 어린이들의 잠재력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PCUSA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참여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전문기관과 연계해 6주 과정의 '기후 대사 교육(Climate Ambassador training)'을 제공한다. 교육은 기후위기를 신앙적 가치와 연결해 이해하고, 말과 행동으로 타인에게 전달하는 법을 소개하며, 개인의 작은 노력이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가르친다. 또한 홍보 책자와 영상도 제작해 배포하고 공유한다. PCUSA가 제작한 영상 '예수가 우리를 부르신다(https://vimeo.com/370339034)'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음을 밝히며, 우리가 세상에 나가 다른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구체적인 실천사항인 '개인을 위한 기후보호 도전과제(Climate Care Challenge)'도 참고할 만하다.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채식을 하며 직접 채소를 키우고, 전력 사용과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이 그 첫 단계다. 더 나아가 PCUSA는 교회가 적극적으로 환경예배를 드리며, 환경 정의 실현에 힘쓰는 공동체와 기관을 지원하고, 각종 기후 관련 캠페인과 대화에 적극 참여하고, 일터와 교회 등에서 에너지 절감을 위한 목표를 세울 것을 제안한다.

특히 PCUSA는 홈페이지에 환경 관련 법안과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지지를 호소한다. 이와함께 교단 내 재단들을 통해서도 환경 분야 투자에 힘쓰는데, 2015년부턴 교회 건물의 환경적 요인을 심사에 반영하는 '창조 회복 대출(Restoring Creation Loan)'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현지 산업과 연결해 분석함으로써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기후위기지수 지도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상위 10개국의 배출량이 총량의 70%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중 기후위기가 극도로 심각한 지역은 한 곳 뿐이다. 반면 기후위기지수가 매우 높은 33개국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의 9%에 불과하다. 그들은 전쟁, 테러, 재해, 질병 외에도 누군가의 탐욕과 남용이 만들어 낸 기후위기와도 싸우고 있는 셈이다.


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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