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제와 정체는 본질이 아닌 '아디아포라'(비본질)' 영역"

"직제와 정체는 본질이 아닌 '아디아포라'(비본질)' 영역"

한국칼빈학회 정례발표회에서 박경수 교수가 '한국장로교회 직제와 정치제체'의 개혁 방안 제안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07월 22일(금) 16:12
오늘날 한국교회는 목사와 장로 간의 갈등, 당회와 안수집사 간의 분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갈등과 분열의 원인 중 하나는 교회의 직제와 정치체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오늘날 교회의 직제와 정치체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바른 이해와 함께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8일 한국칼빈학회 정례발표회에서 발제한 박경수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는 한국장로교회 직제와 정체의 뿌리와 몸통에 해당하는 16세기 제네바교회를 비롯해 스코틀랜드장로교회와 21세기 미국장로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에 나타난 직제와 정치체제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바람직한 개혁 방안을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우선, 제네바교회 '교회법령'에 나타난 직제를 분석한 박 교수는 목회자의 자격 조건에 집중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목회자의 일탈로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을 언급한 그는 16세기 제네바교회에서 목회자의 자격 조건으로 '거룩한 생활'을 강조한 점이 유난히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코틀랜드장로교회 '제1치리서'도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자격을 갖춘 목사를 배출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지어 장로와 집사도 하나님의 말씀에 관한 지식이 탁월하고 매우 정결한 삶을 살며, 신실하고 그 언사가 정직한 사람이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장로교회 '규례서'에선 장로와 집사의 임기제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는 규례서에 사역장로와 집사의 임기는 3년 이내로 규정하고 재선은 개교회 규칙에 따라 가능하지만 6년을 넘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본교단 헌법에 나타난 직제에 대해선 항존직 용어에 대한 바른 이해에 초점을 맞췄다. "항존직이란 용어는 그 직무를 말하는 것이지 직무를 맡은 사람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 그는 "제네바 '교회법령', 스코틀랜드장로교회 '제1치리서', 미국장로교회 '규례서'에서도 목사, 장로, 집사를 항존직으로 규정하지만 그 사람이 70세까지 계속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회가 존재하는 한 목사, 장로, 집사의 사역은 언제나 계속돼야 함을 말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항존직 용어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을 짚었다.

특히 그는 한국장로교회의 교회정치에 대해선 목회자의 '동등성'과 '만인제사장설'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담임목사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칼뱅을 비롯한 장로교의 아버지들이 한결같이 목회자의 동등성을 강조했던 부분을 언급했다. 또한 그는 "목회자는 성도들 위에 군림하면서 하나님과의 소통을 독점하는 특권층이 아니며, 목회자를 포함한 모든 성도들이 모든 사람들에 대해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목회자와 성도가 그 역할과 기능에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분에 있어서는 어떠한 차이도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그는 "한국장로교회에서 혹시라도 목사 또는 장로가 되는 것을 신분과 계급의 상승이라고 생각한다면 장로교회의 근본정신을 떠난 것"이라며, "한국장로교회는 서로가 주님의 몸을 세워가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동역자라는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교회의 직제와 정치체제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언하는 것으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첫째, 직제와 정치체제는 복음의 본질이라기보다 '아디아포라'(비본질)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사생결단하려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둘째, 직제와 정치제제는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의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인 민인제사장설에 비춰, 계급이나 서열이 아니라 주님의 몸인 교회를 바르게 세우기 위한 기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 오늘 한국장로교회에서 개교회주의의 병폐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노회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노회의 역할과 중요성의 복원을 제안했다. 넷째, 총회 총대 수를 과감히 줄이고 총대 구성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사역자가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고용'하지 말고 '청빙'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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