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페이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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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6월 06일(월) 19:11
지난 1일 제28회 서울국제도서전이 코로나19 사태로 연기와 축소를 지속하다가 3년만에 '정상'개막했다.

'매년 비슷한 구성에 별거 없는 연례 행사겠지'라는 생각으로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3년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도서전이 달라진 걸까? 첫 날에만 방문객 2만 5000명이 몰렸다. 누군가 "마치 명품샵 오픈런 현장인 줄 알았다"는 후기를 남길 정도로 뜨거웠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약 2만 명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사전예매했고, 당일 3만여 명이 관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1만 2000명 보다 사전예매가 67%늘어났다.

덕분에 기독교 출판사도 덩달아 도서전 열기의 '특수'를 누렸다. 기독교 출판사는 한국기독교출판협회를 중심으로 회원사 20여 곳과 연대해 '기독교책마을거리'를 조성했다. 내로라하는 대형출판사와 잘나가는 작가들의 책들 속에서도 모처럼 활기찬 에너지가 넘쳤다.

규모도 예년보다 작고 참여회원 수도 적었지만 책 속에 사람이, 사람이 책 속에 기분 좋게 어우러져 분주한 모습에 A 출판사 영업부장은 "기대 이상의 반응"이라면서 흥분했고, "코로나19 이후 이렇게 많은 독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난 적이 없다"는 B출판사 편집자는 "우리가 만든 책들을 소개하는 이 자리가 더없이 소중하다"고 감격해 했다.

알고 보니 우리는 책을 갈망하고, 사랑했었나보다. 김영하 작가의 말대로 넷플릭스와 유튜브에만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고 책은 살아남았다. 무너진 일상에서 책과 사람을 둘러싼 문화에 대한 갈급함일 수도 있고 유명 작가의 말처럼 책이 '심리적인 안전지대'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반걸음' 내딛어 다시 책을 집어들었고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다. "안녕, 페이퍼북."

다만 지난했던 그리움이, 그 갈급함이 너무 빨리 식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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