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수화식당', 밥 한 그릇에 사랑의 마음을 담다

전국 최초 '수화식당', 밥 한 그릇에 사랑의 마음을 담다

[ 아름다운세상 ] 포항 한숲농아인교회가 5년 전 '한숲맛이야기'로 시작한 작은 식당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가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거룩한 공동체 이뤄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2년 05월 25일(수) 08:10
【 포항=임성국 기자】"수화식당이 청년들이 빚을 갚고 앞날을 준비하는 일터, 중년에게는 삶의 기반이 되고 노년에게는 자존감을 높이고 보람이 되는 일터가 되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주님께 영광 올려드리길 소망합니다."(한숲농아인교회 수화식당 안후락 목사)

경북 포항, 꿈틀로에 자리 잡은 '수화식당'. 농아인들이 운영의 주체가 된 음식점으로 청각장애, 중복장애가 있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청년,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거룩한 공동체를 이룬 곳이다.

지금껏 수없이 많은 식당을 다니며 그 안에 깃든 매력을 느껴봤지만, 오늘처럼 걸음이 설렌 적이 있었을까. 벅찬 가슴을 안고 전국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인 '수화식당'의 문을 열자,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맛있는 향기가 솔솔 마중을 나온다. 청각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있기에 '수어'로만 대화해야 할까. 쓸데 없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긴장하기도 했지만, 출입 후 달라진 것은 향기일 뿐. 부족함 없는 친절함과 불편하지 않은 분주함은 빼놓을 수 없는 사랑으로 가득해 낯선 곳에서 느끼는 쭈뼛한 마음은 그새 나긋해졌다.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 직원은 매니저 권정민 씨(한숲농아인교회). 유독 반짝인 눈동자를 소유한 권 씨는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렸어도 사랑의 손 인사를 전하는 표정에 따뜻한 미소가 번져 나왔다. 3중장애를 안고 있지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손님맞이에 최선인 권 씨. 주방에서 조리된 음식의 데코부터, 홀 관리, 주문받기와 반찬 포장 등으로 바쁜 일상이다. 하지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사회의 구성원이자, 크리스찬으로서 복음의 산 증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권정민 씨는 "농아인들은 사회화가 되고 사회 일선에 진출한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움이 크다. 의사소통의 문제로 사업은 커녕 취업도 너무 힘든 상황이다"라며, "한숲농아인교회 수화식당을 통해 장애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기고, 일하면서 보람과 자부심도 갖게 됐다. 주민들이 수화식당의 따뜻한 사랑과 맛있는 음식을 통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수화식당은 안후락 목사와 부인 김소향 씨가 2017년 한숲농아인교회 개척 후 '한숲맛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오픈했다. 안후락 목사 또한 농아인으로 청각언어장애가 있는 신체적 불편함을 알기에 장애인 한 사람이 교회의 주체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삶을 살도록 돕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안 목사 부부는 농아인들이 손재주가 뛰어나 요리를 잘한다는 사실에 착안했고, 음식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사역 콘텐츠가 '한숲맛이야기'. 중복장애가 있는 청년 2명, 사회생활을 한 적 없는 중복장애 여성 1명과 안후락 목사, 부인 김소향 씨가 작은 식당으로 출발했다.

작은 식당은 지역 주민과 교회의 사랑을 받으며 수화식당으로 이름을 바꿔 2호점까지 등장됐고, 도시락 배달, 출장 뷔페, 반찬가게와 (주)한숲푸드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그 결과 이제는 매니저 권정민 씨와 같은 장애인 열 한 명을 포함해 이주민, 청년 등 스물한 명의 정직원이 근무하는 건강한 사업체로 성장했다. 말할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불편함과 위기를 극복한 믿음의 공간, 수화식당 2호점은 과거 유흥주점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할 만큼이나 지역 사회에서 가장 따뜻한 안식처로 변모했다. 시간이 흘러도 초심을 잃지 않은 맛과 가격까지 저렴해 비빔밥 한 그릇이면, 세상이 준 차별과 편견은 금세 무너뜨릴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같은 노회 동역자와 함께 비빔밥을 먹던 서요셉 목사(백석교회)는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은 저렴하고 맛도 일품이다"라며, "수화식당을 통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실천에 대한 갈망이 더욱 선하게 확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식당을 찾아 안후락 목사 부부와 직원들을 격려한 조현문 목사(포항꿈꾸는교회)는 "한숲농아인교회가 일터 사역을 통해 하나님과 만나는 영성공동체, 이웃과 만나는 사랑공동체를 이루며 귀한 사역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길 바란다"며, "수화식당은 포항노회의 자랑, 대표 맛집"이라고 했다.

수화식당은 평일에는 주로 매장 운영과 배달한 반찬 음식을 만들고, 주말에는 출장뷔페와 홈파티를 위한 음식까지 만들어 제공한다. 주말에는 많게는 200인분의 음식를 주문 받을 정도로 매출도 크게 올랐다. 포항제일교회의 큰 도움으로 어렵지 않은 교회 개척을 시작했지만 교회는 식당 덕에 이미 자립했고, 3년째 지역의 자립대상교회 6곳에 연 100만 원을 지원하는 선교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기간 보건소와 선별검사소, 의료진들에게 음식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으며, 해외 선교사들에게 물품과 음식, 선교사역비 등을 지출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수화식당과 함께 진행되는 푸드뱅크 '선한이웃' 사역은 경북 지역에서 가장 활성화됐고, 포항 지역 아동센터 64곳과 다양한 교류로 나눔 사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아름다운 사역의 열매 때문일까. 전국의 개척교회와 장애인 사역자들은 수화식당의 사역을 배우기 위해 탐방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수화식당이 정부로부터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도 인정받았으며, 지난 4월에는 총회가 개최한 선교형교회 사례 공모전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아 섬김의 사역에 큰 힘과 위로를 얻었다.

안후락 목사는 "총회 산하 농아인교회 목회자와 성도들 그리고 다른 교단의 농아인 사역을 하는 교회와 부서에서 한숲의 사역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직접 방문하거나 사역을 공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숲농아인교회의 수화식당이 도움이 되는 모델이 되고 싶다"며, "교회가 일자리를 창출하여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일을 하면서 기쁨과 자부심도 느끼면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일자리를 세우고, 일터교회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개척교회 자립에 도움이 될 것 "이라며 한숲농아인교회의 재능과 역할을 더 많이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안후락 목사 부부의 큰 꿈은 '북한 선교'이다 . 수어가 없는 북한 땅에 복음을 심고, '한숲푸드' 사역을 통해 실제적 접근이 가능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현 가능한 선한 사역의 모델을 제시한 한숲농아인교회의 섬김과 노력이 이 땅 가운데 더 많은 열매를 맺어 많은 사람들의 영적 영양분까지 공급해주는 아름다운 은혜가 넘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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