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원조 에스겔, 요소와 영상언어 어우러져

디지털 원조 에스겔, 요소와 영상언어 어우러져

한국구약학회 춘계학술대회, 메타버스 시대의 구약읽기 다뤄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04월 15일(금) 17:35
2600여년 전, 에스겔 선지자는 당시 예언적 공연을 통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문화 콘텐츠화'의 표본이며 그의 선지서는 이미지, 원격현전, 그리고 시뮬레이션과 같은 디지털 요소들이 영상언어와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예언서라는 해석을 통해 그가 진정한 '디지털의 원조'라는 신학적 해석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열린 한국구약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에스겔, 디지털의 원조'라는 주제로 발표한 이종록 교수(한일장신대)는 "에스겔서는 고대의 책이지만 종교와 디지털을 묶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디지털 시대의 정신성을 종교적으로 이해하게 할 뿐 아니라 앞으로 첨단 디지털 기술들을 통해 어떤 (종교)문화를 만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에스겔은 진정한 디지털의 원조라고 불릴 만하다고 주장했다.

세가지 신학적 통찰로 접근한 이종록 교수는 우선, 에스겔이 히브리적 사유에 정초한 예언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이데거의 신관을 빌려 에스겔의 히브리적 사유를 설명한 그는 "초기부터 기독교신학이 그리스 철학을 적극 수용하면서 히브리적 사유가 아닌 그리스적 사유로 성서를 해석함으로서 실제로는 성서적 히브리 신이 아니고 그리스 철학을 옷 입은 신"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역사성을 강조한 초대 기독교의 히브리적 사유를 다시 회복할 것을 주장했다.

두번째 신학적 통찰로 그는 영적 예술로서의 에스겔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에스겔이 2600여 년 전 사람임에도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디지털적인 예언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직접적인 선포가 아닌 공연을 통해 예언했다는 점에서 예언을 '문화 콘텐츠화'했으며 예언을 가공해 놀라운 예술작품으로 만들었기에 예언이 문화며 예술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에스겔서가 고대의 책이지만 종교와 디지털을 묶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디지털 시대의 정신성을 종교적으로 이해하게 하며 앞으로 첨단 디지털 기술들을 통해 어떤 (종교)문화를 만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에스겔은 진정한 디지털의 원조라고 불릴 만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신학적 통찰로 그는 디지털 사유로서의 구약학을 강조했다. 그는 "에스겔은 독특한 예언문화를 형성했는데 그것은 이미지, 원격현전, 그리고 시뮬레이션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스겔이 행한 예언활동은 매우 고대적인 것이지만, 현대 문화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디지털적인 측면도 갖는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이런 점에서 에스겔서는 디지털 시대를 성서적으로 이해하는데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에스겔서에 나타난 이미지와 원격현전, 시뮬레이션에 대한 구체적인 성서 본문을 언급했다. 우선, 에스겔 1장에 '모양' '형상'이라는 말을 통해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강력한 영상 이미지를 제시했다. 그는 "에스겔이 본 것은 '하나님의 이상'(마르오트 엘로힘)이며 이 말은 에스겔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환상 장면들, 1장(1절), 8~11장(8장 3절), 40~48장(40장 2절)에 나온다"며, "그렇기에 이 말은 에스겔서를 특정짓는 매우 중요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에스겔은 강력한 환상을 통해 행위예술, 즉 퍼포먼스를 하는 전위예술가였으며 거짓으로 가득 찬 당시대에 진실을 드러내고 진리 가운데 이스라엘을 정립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에스겔 8장 1~3절에 에스겔이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도보로 120일 정도 걸리는 거리인 예루살렘으로 날아가서 성전으로 들어가 그곳을 샅샅이 살피는 장면을 통해 에스겔은 요즘 개념으로 신체적 공간이동, 즉 '원격현전'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에스겔이 바벨론의 자기 집에 앉아있으면서 예루살렘에도 동시에 두 곳에 실재하는 원격현전이 곧 오늘날에도 디지털 기술로 원격현전을 구현한다고 덧붙였다.

에스겔 40장에 에스겔이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서 간 곳은 이스라엘 땅이지만 그곳은 실재하는 이스라엘 땅이 아니고 가상적인 공간이라며 본문이 가상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에스겔이 성전 안으로 들어갈 때 이스라엘의 죄와 심판만을 보여주지 않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이루시는 나라, 여호와가 계시는 나라, 즉 여호와삼마를 영상언어와 디지털적인 요소를 사용해 보여주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디지털적인 요소로 에스겔을 풀어나간 그의 신학적 통찰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를 사는 기독교인들에게도 '여호와 삼마의 문화'로서의 미래에 대한 해석학적인 과제를 던져준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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