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문 때리는 신촌WFC 믿음의 자매들

골문 때리는 신촌WFC 믿음의 자매들

[ 아름다운세상 ] 신촌평광교회 청년부 자매들 선교 목적 축구팀 창단
매주 목요일 훈련, 공동체성 강화하며 복음의 문턱 낮춰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2년 03월 31일(목) 00:39
"패스, 패스, 옆으로 패스해", "슛, 슛, 아~아깝다. 괜찮아, 다시 뛰어" 3월 24일 목요일 저녁 8시.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다. 고대하고 기다리던 신촌WFC의 축구 훈련이 약속된 날. 휘슬이 울리자 매서운 눈빛으로 골문을 향하여 달려가는 신촌WFC 선수들. 공을 몰아가는 빠른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빠른 발로 슈팅 기회를 얻어내며 골문을 두드리지만, 마음처럼 잘풀리지 않은 경기에 연신 '자매 화이팅'을 외친다.

#자매 축구단, 청년 선교의 디딤돌 되다

신촌평광교회(마신희 목사 시무) 청년부 자매들이 2년 전 형제들과 경기를 한 번 한 뒤 축구 사랑에 푸욱 빠졌다. 축구는 남자들의 전유물이자 취미이고, 여성들은 관전만 하는 운동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그럴싸한 믿음의 팀을 창단했다. 최근 TV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여성 연예인들이 축구팀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지만, 신촌WFC '골문 때리는 자매들'은 그보다 오래전 여성들의 관심을 끌며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신촌WFC 선수로 활약 중인 신가영(32세·교사) 씨는 팀의 3월 주장을 맡았다. 훈련 일정을 잡고, 선수들과 소통하는 데 앞장서며 주장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그는 "매주 경기를 하다 보니 눈빛만 봐도 교감이 되고, 호흡이 맞아간다"라며, "2년 된 아마추어팀이지만, 패스가 되고 골을 넣을 때 행복해 교회 가는 날 외에도 축구 훈련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전했다.

자신도 모르게 화장품보다는 축구 장비에 눈길이 갔다. 축구화 두 켤레, 축구 양말 세 켤레 정도의 용품은 갖춰야 마음이 든든하다. 월드스타 손흥민의 경기를 본 날이라면, 새로운 용품이 자꾸 아른거린다. 신 씨는 "손흥민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필드에서 적용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며, "매주 한경기를 뛰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말 개운하다"고 전했다.

자매들에게 축구는 '운동' 그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목적, 선교와 친교에 중점을 뒀다. 캠퍼스 선교가 어렵고, 청년들과의 접촉점마저 갖기 어려운 시대에 축구로 건전하고 즐겁게 선교를 해보자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자매들에게 '축구'도 '선교'도 불가능은 없다

신촌WFC가 지역 대학교와 연계하고 다양한 사역을 확장하면서 축구라는 도구는 선교의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교회에 거부감이 있던 청년, 교회 문턱도 넘지 않던 자매들이 축구 훈련, 친선 경기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복음을 받아들였다. 믿음 없던 친구들이 축구를 통해 변화한 모습을 경험한 손현진 씨(25세·건국대)는 팀 내 최연소 멤버이다. 첫 경기부터 빠지지 않고, 2년 째 훈련해 온 그는 "학업에 지치고,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손 씨는 "특히 축구를 하면서 언니들과 신앙과 인생 상담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교회 내 정해진 모임과 틀 안에서 고민을 나눴다면 딱딱하지만, 축구를 하며 긴장감도 떨쳐 진실한 대화를 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조별 모의 경기를 마치고 주어진 잠깐의 휴식 시간. 여전히 일교차가 커 땀 흘린 자매들의 컨디션이 흐트러질까봐 우려스럽다. 하지만 20명이 넘는 자매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경기는 제대로 하자'라고 되뇐다.

박선민 씨(34세·공무원)는 이날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자매들만의 놀이가 필요했다. 축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5분도 못 뛰었는데, 한 시간 정도 뛸 수 있는 체력을 다졌다"면서 "트레핑, 패스 등 각자가 연습도 하고, 회비를 모아 장비도 구입했다. 비웃던 형제들도 진지해진 자매들을 존중한다"고 소개했다. 특별히 교회 안에서 개성이 강하고 세심한 자매들은 단합하는 계기가 됐고, 교회의 모든 사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크리스찬으로 성숙했다.

박 씨는 자매들의 선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 축구의 영향력이 다음세대에게도 공유되길 기대했다. 그는 "차후에는 청소년 축구교실이 설립되면 좋겠다"며, "어린 친구들이 복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먼발치에서 웃음을 보이며 경기에 집중하는 자매들에게 응원을 보내던 감독, 마신희 목사의 애정 또한 남달랐다. 마 목사는 "축구는 하나님 나라, 교회 공동체를 지향하는 우리의 모습에 가까웠다"며, "자매 마다 실력차가 있지만, 모두의 단합이 필요한 종목이 '축구'이다"라며 축구에 대한 애정을 표한다. 그러면서 "청년 중점 사역에 집중한 교회 안에서 축구는 성별로 제한 된 사역의 영역을 허물었고, 개인의 성향과 기질이 신앙과 연결돼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가 된다"고 전했다.

2시간의 훈련이 끝나갈 무렵, 직접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 호흡을 맞추던 마신희 목사는 "축구로 시야를 넓힌 자매들이 신앙의 시야도 넓혀 믿지 않는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며 '우리'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자매들이 사역자로 잘 성장하면 재정과 인력을 지원해 청년 눈높이에 맞춘 사역자로 파송하는 신촌평광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별한 방식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가끔은 평범한 것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주어진 일상 속 즐겁고 행복한 가운데서 복음의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는 신촌WFC 자매들의 건강한 땀 흘림이 청년 사역에 길 잃고 아파하는 한국교회에 울림이 될 것 같은 기대로 가득찬 밤이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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