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장수읍의 대표교회

마을과 함께 살아가는 장수읍의 대표교회

[ 우리교회 ] 전북동노회 장수교회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2년 03월 17일(목) 15:30
【 장수=최샘찬 기자】 사과와 한우로 유명한 전라북도 장수군에 110년 이상 지역 사회와 함께해온 교회가 있다. 1910년 교통이 불편한 장수에 미국 남장로교 마로덕(L.O. MaCutchen) 선교사가 말을 타고 방문했다. 그는 한 손엔 성경과 다른 한 손엔 쇠고기를 들고 가정을 방문하며 복음을 전했고, 그 해 봄 장수교회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났지만, 전북동노회 장수교회(이상윤 목사 시무)는 선교사가 보여준 대로 여전히 복음을 전하고 있다. 110년 전 선교사가 쇠고기를 건넸다면 현재 장수교회는 주민들과 바비큐 파티를 연다. 교회는 마을에서 축제를 열어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돕고, 도움이 필요한 지역 아동과 노인, 그리고 지역의 자립대상교회를 지원하며, 마을과 함께 하고 있다.

장수교회에 2015년 10월 이상윤 목사가 부임한 뒤, 교회는 본격적으로 마을로 나아갔다. 이듬해 전도축제의 후속 행사로, '제1회 장수 가족 어울림 한마당'을 열고 4주 동안 바비큐 파티, 대형 에어바운스(물놀이), 가족극장, 사진콘테스트 등을 차례로 진행했다. 교회 성도와 지역주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함께 먹고 놀고 영화를 보며 가족처럼 지냈다. 이 전도축제와 후속 행사에 690명 이상이 참여했는데, 당시 장수교회 출석교인은 300명 미만이었다. 장수읍 인구가 7327명(2021년 6월 말 기준)임을 감안하면, 장수읍의 10명 중 1명이 교회 행사에 참여한 셈이다.

장수가족 어울림 한마당.
그해 가을 교회는 장수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전도축제를 통해 지역 주민들을 교회로 초청했다. 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을 초청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했다. 2개월 전부터 선포식을 하고 한 달 동안 특별새벽기도회 등을 통해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전도축제 당일엔 초청자 중심의 열린 예배를 드렸다. 전도축제도 한 주로 그치지 않고 체육대회와 삼결살 파티, 가족·영정사진 촬영 등을 차례로 진행했다.

장수교회는 성금요일과 부활절도 지역과 함께 보낸다. 성금요일 장수읍 시내에선 피 묻은 옷을 입은 사내가 십자가를 끌고 시내를 돈다. 그 뒤로는 로마 병정과 막달라 마리아로 분장한 사람들이 뒤따르고, 검은 옷과 붉은색 야광 십자가를 걸친 성도들이 걷는다. 장수교회가 성금요일을 마을에 알리기 위해 진행하는 '장수 십자가의 길' 행사다.

고난주간엔 장수교회 성도들이 한 끼 금식을 선포하고, 특별금식 헌금으로 장애 아동을 후원한다. 2016년 뇌병변 장애 아동에게 367만원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매년 한 아동씩 지원했다. 2021년엔 코로나19로 출석인원이 줄었지만 후원금액은 625만원으로 모여 폐정맥결합이상을 겪는 아이의 의료비를 지원했다.

장수 십자가의 길.
장수교회는 마을과의 담을 허물면서 친밀한 관계를 쌓아갔다. 고난주간 장수 십자가의 길, 여름의 어울림 한마당, 가을의 전도축제는 연례 행사로 자리잡았다. 2020년부터는 성탄절 헌금 전액을 구제헌금으로 내놓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자연스레 교회를 찾으면서 출석교인은 300명에서 490명으로 늘었다.

장수교회는 지역주민뿐 아니라 지역교회도 함께 섬기기로 했다. 2019년 서울의 한 대형교회의 농촌봉사활동을 지켜본 장수교회는 주변의 교회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사택에 금이 가서 춥게 지내는 목회자들, 강단이 쓰러져 가는 교회들을 보고 행동에 나섰다.

전북동노회 산하 장수읍에 위치한 11개 자립대상교회를 위해 장수교회는 2020년 월 20만원, 2021년엔 월 25만원씩 각각 지원했다. 장수교회는 예산이 허락되면 해마다 10만원씩 증액해 11개 교회에 월 50만원씩 지원할 것을 당회와 공동의회 결의를 통해 결정했다. 재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다섯 번째 주일은 '지역교회 섬김주일'로 삼아 남선교회 여전도회 등 자치기관이 자립대상교회를 방문해 함께 예배하고 기도한다.

전도축제.
장수교회 이상윤 목사는 "출석교인이 10여 명뿐이고, 목회자의 연령이 60대 이상인 교회는 후임 목회자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시골교회의 전형적인 문제"라며, "코로나로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한 지원도 줄어들고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텐데, 우리 지역의 작은교회는 우리가 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립대상교회 외에도 장수교회는 국내 여러 기관과 개척교회, 해외 8개국의 10명의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장수교회는 진행해온 행사들을 축소·연기해야만 했다. 2022년 교회 표어를 '복음으로 새롭게'로 정한 장수교회는 다시 지역사회와 함께할 날을 기도하며 준비 중이다.



장수교회 이상윤 목사.
# "한국교회 신앙 유산 함께 누리자"
장수교회 이상윤 목사 인터뷰


"지방 교회의 신앙교육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사각지대에 있다고 할 만큼 뒤처져 있습니다. 지역과 도심의 구분 없이 한국교회의 신앙 유산을 함께 나누고 공유해야 합니다."

장수교회 이상윤 목사는 "전북동노회 안에서 유치부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많지 않다. 교육부서가 아예 없거나 장년 예배만 드리는 곳이 대다수"라며, "수도권에선 흔한 프로그램인 알파코스와 제자 훈련 등의 기본적인 신앙교육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신앙 유산을 나누지 못하고 함께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립됐기 때문"이라며, "한 때 기독교인 1000만 명이 넘고 수많은 신앙의 역사와 발전이 있음에도, 개교회주의가 강해서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출석하는 교회의 역사밖에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주 자신의 교회에만 출석하여 한평생 예배를 드리다보니, 교회 간 예배의 교류가 없고, 그로 인한 풍성한 신앙의 발전들이 함께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도시와 시골의 문화, 의식의 차이가 더 큰 신앙의 장벽을 만들어 내고 있다”라며, “빨리 교회와 지역의 신앙의 장벽을 헐고, 120년 기독교 역사를 통해 이룩한 풍부한 신앙의 유산을 함께 나누자”라고 제안했다.

한편 장수교회는 예배 전 유튜브에서 대형교회의 찬양 영상, 기독교 관련 영상, 플래시 몹(flash mob) 영상 등을 시청하고 있다.


최샘찬 기자

장수교회는 1935년 일제에 예배당을 강제로 빼앗기고, 1994년엔 화재로 예배당을 소실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건물은 1996년에 건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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