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에 맞선 학생들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

‘지금 우리 학교는’ 좀비에 맞선 학생들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

[ 시론 ]

백광훈 원장
2022년 02월 14일(월) 11:00
'지금 우리 학교는'(이재규 감독, 2022)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랜 기간 TV쇼 부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91개국에서 시청률 톱 10에 들 만큼 화제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다소 잔인한 묘사에도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좀비들로 인해 기능을 상실해버린 '지금 우리 학교는'의 허구적 현장은 현실 학교에 드리운 암울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작품 속 학교는 우리 자녀들이 함께 성장하고 배우며 자라는 희망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그대로 투영되어 계층이 계급화되고 무한 경쟁과 약육강식의 세계관이 지배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모습의 부조리와 폭력 속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며 좀비 바이러스 자체도 학교 폭력의 산물로 표현된다.

학교에서 시작한 좀비의 창궐은 학교를 넘어 효산시로 삽시간에 퍼져나가는데, 이는 사회에 만연한 폭력이 바이러스의 창궐과 맥을 함께 한다. 결국 거대한 좀비 무리들을 효산고에 모아놓고 학교를 폭파시킴으로 좀비 사태는 일단락된다. 이러한 극적인 설정은 지금의 학교와 교육 시스템을 해체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드라마엔 청소년들이 바라보는 기성세대에 대한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른은 대부분 무능력한 존재들로 묘사된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회적 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무책임한 기성세대와 사건들이 연상되는 장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래도 드라마는 끌고 가는 힘은 희망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위기를 극복해가기 위해 용기와 지혜를 모아 대처하는 아이들의 모습들, 무엇보다 친구와 가족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을 선택하는 아이들의 성숙한 모습에 도리어 이 시대의 어른들은 반성과 위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신앙인들과 우리 교회에도 적지 않은 생각거리들을 안겨준다. 우리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 직면한 문제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 폭력으로 대표되는 청소년 부조리 현상을 좀비물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고발하는 일종의 사회 고발적 창작물이라고 할 것이다. 무한 경쟁 속에서 신음하며 좀비가 되어 괴물로 살아가는 우리 자녀들의 현실과 미래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필요하며, 우리의 문화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보태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 비췬 학교는 무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 드라마에서 결국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길은 직면한 문제들을 볼 수 있는 이들에 의해 시작될 수 있고, 기성세대들의 문화와 체제에 물들지 않고 저항하는 용기 있는 이들의 신념과 행동들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또, 이러한 휴머니즘적 희망의 지평 속에서 오늘의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의 신앙고백과 삶의 모습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묻고 있기도 하다. 배금주의와 쾌락적 소비주의,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과 개인주의의 틈바구니 속에서 고립되어 생명력을 잃고 좀비처럼 신음하는 현대인들에게 기독교는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까. 세상은 '함께'의 의미를 나누고, 공감하며, 기꺼이 희생하며, 섬기는 신앙인, 공공의 선을 추구하며, 하나님 나라에 신실하게 참여하는 교회 공동체가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서주기를 요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던지는 질문들을 생각하면서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은' '지금 우리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자문, 대답해보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백광훈 원장 / 문화선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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