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에너지, 참여와 협력의 시너지로

갈등 에너지, 참여와 협력의 시너지로

[ 2월특집 ] 20대 대통령에게 바란다 2. 함께 살아가는 공정사회를

성석환 교수
2022년 02월 16일(수) 16:20
더 나은 지도자가 아니라 덜 나쁜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정치환멸 혹은 무관심으로 번진다면, 우리는 우리가 뽑은 '덜 나쁜 지도자'의 통치를 또 5년 동안을 고통스럽게 견뎌야 할 수도 있다. 불만족스러운 후보라 할지라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지도자가 제대로 역사의 소명에 충실하도록 국민과 시민사회가 정당한 방식으로 공론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뀐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그 동안 민주화 과정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그래서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선악의 판결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국민의 권익과 공동선을 위한 선택이라는 관점으로 변해야 한다. 우리는 민주공화정의 주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공동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이미 수많은 희생과 대가를 지불했다. 더 이상 정치를 정치인들에게만 맡기는 후진적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팬데믹 기간 중 세계의 석학들은 크게 두 가지 대안을 요청하고 있다. 먼저 인류의 공존을 파괴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응답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부의 불공정한 축적과 분배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직시하여 경쟁과 개발의 논리를 협력과 상생의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거시적 담론들은 각국의 미시적 상황에 따라 이해득실이 달라지지만, 오늘날 모두가 연결된 세상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미래의 과제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대선에서 이러한 문명사적이며 시대사적인 과제를 두고 논의하는 품격 있는 논쟁이나 토론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가의 미래, 나아가 한반도와 지구사회의 미래를 두고 한 차원 높은 대안을 제시하며 서로 경쟁하는 선거를 축제처럼 즐기는 것은 아직 요원한 것인지 아쉬움 가득이다. 그러니 정치를 지도자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지도자가 어떤 모습인지 성숙한 국민적 합의가 공론화되어야 한다.



갈등의 에너지를 상생의 시너지로



이번 대선에 나타난 사회적 갈등이 너무도 크고 치명적인 것이어서 앞으로 과연 치유될 수 있을까 싶다. 특히 2030세대가 성별로 나뉘어 서로 불화하며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한국 정치사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사태이다. 이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하였지만, 결국 소수의 자리를 두고 자기네끼리 벌인 이 시대 청춘들의 아픈 자화상이다. 또 2017년 촛불정국 이후 조국정국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한국사회의 오래된 이념갈등의 재현이었다.

20대 대통령은 이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든 해소하거나 봉합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통합이니 화해니 말하면서, 결국 이해득실에 따라 자신들의 당파의 유익을 추구하는 집권세력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망치는 일이 앞으로는 없어야 하겠다. 그러자면 고도의 정치력과 타협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갈등 자체를 부인하거나 갈등 원인을 봉합하는 임시방편으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민주주의는 갈등과 경쟁을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공론장에서 자란다.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은 갈등 당사자들의 한 편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서로의 양보를 요청하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모두의 공동의 선을 지향하는 정치력과 지도력을 발휘하는 이이다. 특히 공정의 논리가 다만 이념적 지향성으로 선전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에너지가 일상에서 참여와 협력의 시너지가 되도록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경청하는 도덕적 지도력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허황된 구호나 사탕발림으로 선전하기보다는 각계의 목소리를 골고루 경청하고 특히 약자들의 고통에 민감한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우리는 원한다. 어려운 시대이니, 일을 잘하고 또 진격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한때 인기가 있을 수 있으나, 더불어 공존하는 사회가 되려면 무엇보다 모두의 의견을, 특히 소외된 이들의 신음을 경청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팬데믹 시대에 삶에 지친 이들이 너무도 많으니 더욱 그러하다.

민주공화정이 발달한 정치선진국처럼 이제 우리 대통령도 일상의 공간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 대통령만의 시간과 공간이 시민사회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성별되지 않아야,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경청하고 우리 사회 모두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참여와 협력의 공론장이 활성화되고 정치인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주권의 정치가 될 수 있다. 당파를 떠나 누구든 만나 경청할 수 있는 협치와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는 대통령을 꼭 보고 싶다.

특히 청년들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청년들이 편을 갈라 나선 것은, 길게 보면 한국적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과도기라 볼 수도 있겠으나, 그 청년들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도구화한 정치권의 행태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20대 대통령은 이런 정치권의 행태를 반성하고, 모두가 함께 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에게 양보와 희생을 설득하는 용기를 가져주기를 바란다.

20대 대통령이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한다면, 교회는 한 마음으로 격려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일에 먼저 헌신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것은 모두가 공평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하나님의 은혜와 선물, 태양과 공기, 재화와 수확물 모두가 그러하다고 고백한 고대교부 키프리아누스의 교훈을 새기고, 교회는 새로운 집권세력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위한 정치에 나서도록 필요한 공적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성석환 교수 / 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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