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꿈과 비전이 마을의 희망... '횡간도'

교회의 꿈과 비전이 마을의 희망... '횡간도'

[ 신년특집 ] 횡간도교회의 지속된 꿈 사역, 새해에도 공동체의 변화 이끌어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1년 12월 31일(금) 08:35
멀리 보이는 작은 섬, 횡간도.
횡화를 가진 마을 주민들이 하늘사닥다리 카페에서 빵을 구입하고 있다.


카페 통한 섬김, 지교회 설립 등 꿈 프로젝트 진행

【 여수=임성국 기자】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이번 겨울 가장 추운 날을 택했다. 지난 12월 17일 여수의 작은 섬, 횡간도 가는 날. 서울에서 이동만 5시간. 여수 시내에서도 차로 1시간 이상 달려서야 가까스로 육지에서 발을 뗄 수 있었다. 육지에서 육안으로 건물의 형태까지 보이는 가깝고도 작은 섬. 날리는 눈발, 강풍은 그곳이 지닌 외로움을 하염없이 쏟아내는듯 했다.

작은 선박 주인의 배려 없이는 바닷길 그리기마저 쉽지 않은 상황. 올해 처음 경험한 강풍이 부담됐는지 외지인을 맞이하는 선주의 발걸음은 그저 무겁게만 보였다. 출렁이는 바다 한가운데 이르자 "주여"라는 고백이 자연스레 나왔다. 그 순간 백발의 선주 목소리가 엔진 소리를 뛰어넘어 바람을 타고 메아리쳤다. "배가 흔들릴 때 서 있지 말고, 앉아. 큰일 나. 횡간도 들어오기가 쉽지 않아. 그래서 가깝고도 먼 곳을 섬이라고 해 …."

말끝을 흐리는 선주의 말 한마디는 작은 섬의 실제 거리를 마음으로 측정하게 했다. 육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갇혀 있는 고충이 그로부터 전달돼 눈앞 섬은 더욱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횡간도, 그곳에서 건강한 공동체로서 마을을 변화 시켜 나가는 교회의 사연은 더 큰 궁금증을 자아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단절된 세대를 잇고, 도시와 어촌을 연결하며, 작은 섬이라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예배하는 여수노회 횡간도교회(이기정 목사 시무)의 오늘과 내일이, 세상과 등져 큰 섬이 된 듯한 한국교회에 보낼 작은 미소이자, 대안이 될 것 같은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15분을 달렸을까. 격렬히 춤추던 선박이 다행히도 횡간도 항에 도착했다. 마을을 품은 교회 '십자가'와 항구 방파제 벽면에 쓰인 '행복의 섬, 횡간도'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불편함과 외로움이 가득할 것 같던 마을은 편견과 달리 '행복'이라는 아름다운 문구로 외지인을 맞이했다.
증경총회장 정영택 목사가 횡간도교회를 방문해 부흥사경회를 인도했다.
0.34ha에 불과한 좁은 면적위 땅에서 80여 주민이 공동체를 이루는 횡간도. 이 중 30여 명의 주민이 횡간도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 외 주민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인지 교회가 제시한 '공동체', '비전', '문화''다음세대'와 '환경' 등을 연계한 변화의 회오리 속에도 그저 침묵했었다. 변화, 그것은 어쩌면 사치와도 같은 낱말들로 존재했지만 이기정 목사는 그 안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섬이 가진 외적 환경만 보면 '포기', '현상 유지'란 단어가 적합했다. 하지만 복음 안에서 간직한 소명은 버릴 수 없는 희망이 됐다.

이기정 목사는 "과거 횡간도는 100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던 섬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54가구, 80명이 거주하는 작고 초라한 섬이 됐다"며, "부임과 동시에 다음세대, 젊은 사람이 없던 마을을 살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마을 주민들과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때가 마을의 꿈이 교회의 꿈이 되고, 교회의 꿈이 마을의 희망이 되는 출발점이었다"고 전했다.

이기정 목사가 마을 주민과 그 수를 표현한 '벽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마을 주민 한 명이 복음을 영접하면 나무 조각 한 개에 기록을 남긴다.
그렇게 시작된 횡간도교회의 꿈 사역은 외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섬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란 더욱더 어려웠다. 하지만 교회가 수년 전 세운 섬김의 집이자 마을카페인 '하늘사닥다리'가 정착하면서 마을 안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어업으로 바빠 끼니를 해결할 수 없던 주민들의 필요를 고민한 교회가 그들을 위한 작은 섬 카페를 세운 것이 동력이 됐다. 이기정 목사가 인테리어 하고, 손수 만든 십자가상 등으로 꾸며진 카페에서 빵은 구워졌다. 매주 400개가량을 생산해 마을주민과 나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그 사역은 잠시 중단됐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오븐 돌릴 준비태세다. 특히 올해 성탄절에도 어김없이 빵을 생산해 주민과 나누며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다. 한편 예배당에는 당시 마을 주민 120여 명의 수를 형상화한 십자가, 일천번제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걸어 매일 기도하고 있다.

횡간도교회는 매년 성탄절이 되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눈다.
이 같은 교회의 세심한 섬김과 사랑에 감동한 이장 문덕봉 씨는 "횡간도교회의 따뜻한 사랑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가느라 꿈이라는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는 섬 사람들에게 그 사랑은 '희망'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줬다"며, "2022년 새해에도 마을을 위한 교회의 고마운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횡간도 주민을 위한 '횡화'도 발행했다. 하늘사닥다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마을 주민이 예배에 참석하고 봉사활동 참여 등으로 받은 화폐로 빵을 구입하고, 음료를 구입해 마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를 위해 교회 성도들과 마을 주민들은 봉사자로 참여해 '나는 남을 먼저 대접한다', '나는 섬김을 위해 낮아진다' 등과 같은 규칙을 준수하며 마을 안 사랑 나눔을 확산했다.

조금씩 변화에 젖어 드는 섬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소중했다. 이기정 목사는 대부분 고령인 어르신 각자의 삶을 기록으로 소중히 남기고자 했다. 그래서 기획된 것이 횡간도 '인생 박물관'. 카페 옆 공터에는 주민의 사진과 스토리를 담아낼 박물관 공사가 여전히 한창이었다. 코로나19로 공사가 몇 달 지연됐지만, 마을 안 꿈을 이뤄가듯 그 실천은 2022년 새해에도 계속된다. 이를 위해 이 목사는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 사진을 찍고, 박물관 공사를 위해 용접 등 모든 공사를 직접 진행 중이다.

이기정 목사는 "복음 안에서 영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그 변화가 있어야 마을 안에서 진정한 섬김이 가능하다"며, "마을 사람의 변화는 마을의 역사이고, 소중한 가치이기에 그것을 기록하고자 인생 박물관을 건립 중이다. 마을 주민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카페에서 교제하고 있는 횡간도 주민들.
횡간도 방파제 벽면에 적힌 '행복의 섬, 횡간도' 문구.
섬 교회가 펼친 사랑과 섬김의 스토리는 잔잔한 파도처럼 천천히 물결쳤다. 마을 공동체가 새로워지고 자연을 보전하고 가꾸며, 사람이 모이고 누리는 건강한 문화를 창조하는 행복한 삶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이를 위해 이 목사는 횡간도 12가지 실천계획도 만들었다. 마을 해안 가꾸기, 산책로와 온 마을 학교 만들기, 횡간도의 스토리텔링 구성, 동화책과 후박나무 숲 공연장 만들기 등 다양한 사업도 계획 중이다. 특별히 이 목사는 이를 위해 마을의 지리, 역사, 문화 공부와 정리에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횡간도교회 강주복 장로는 "불가능하고, 꿈 꿀 수도 없는 상황에서도 목사님은 포기하지 않고, 섬 교회와 마을을 위해 늘 고민하고 실천했다. 이것이 꿈꿀 수 있는 자의 행복, 횡간도의 행복이 됐다"며, "어두웠던 횡간도의 과거를 밝힌 등대와 같은 분이시다"라고 감사했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며 횡간도교회는 '아일랜드 스테이', 폐교한 마을 초등학교를 통한 '수도원; 개원도 기획 중이다. 아일랜드스테이를 통해서는 섬 한 편에 작은 나무집을 만들어 치유와 쉼이 필요해고향을 찾는 사람과 외지인에게 횡간도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쉼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11월에는 여수 육지에 지교회 개념의 '예수안에 몽근교회'도 설립해 섬을 떠난 사람들이 고향교회와 연계해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협력하겠다며 또 다른 꿈 사역을 시작했다.

작은 섬 안 횡간도교회의 2022년 새로운 꿈이 횡간도 주민뿐만 아니라 지난 한 해 지치고 힘들었던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희망이 되길 응원한다. 2022년 한국교회의 꿈은 현재 진행중이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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