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시켜 주세요!

연장시켜 주세요!

[ 현장칼럼 ]

김자경 사무국장
2021년 12월 24일(금) 08:15
"선생님, 저 연장시켜 주세요."

입소한 지 한 달 된 열일곱 살 A가 면담을 요청하더니 다짜고짜 연장을 해 달란다. 나사로 청소년의 집은 아동보호치료시설로서 법원이 비행을 한 청소년을 6개월 위탁하는 곳이다. 위탁기간이 6개월이지만 1회 연장할 수 있다. 아이들 편에서 연장을 요청한다는 건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밖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을 잠시 접고 시설 생활을 통해 성장하려는 의지 자체가 변화이자 희망이니까.

하지만 일반적으로 연장 여부는 퇴소를 한 달 정도 앞둔 시점에서 결정한다. A는 입소한 지 이제 한 달, 연장을 논할 시점이 아니다. 상황을 설명했지만 막무가내다.

"전 제가 여기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1년은 살아야 해요. 6개월 살고 나가면 또 사고 칠 게 뻔해요."

아이의 기특한 생각을 칭찬하며 그래도, 퇴소는 5개월 생활한 시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요즘 잠도 잘 안 와요. 퇴소를 한 달 앞두면 나가고 싶을까 봐 걱정돼요. 아예 지금 1년이라고 결정이 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아이의 피부가 까칠하다. 어쩐다. '입소한 지 1개월 된 아이가 앞으로 11개월을 더 산다고 합니다'라고 어찌 전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 후, 아이에게 연장신청서를 쓰게 했다. 아이는, 단번에 왜 연장하고 싶은지 써내려갔다. '… 사회에서 저는 그저 노는 것이 좋아서 놀기만 하였고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마냥 후회스럽고 그 시간들이 아깝습니다. …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보람차게 보내려고 할 것이고 … 부정적인 마음들도 긍정적이게 바꾸어서 주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이번 연장으로 인해서 많이 성장하고 싶습니다.'

판사님께 전하겠다고 말한 후 아이를 돌려보냈다.

선생님들에게 말했다. "A는 연장한 걸로 해요. 까짓 거, 애가 잠을 못 잔다는데, 잠 좀 재웁시다. 나중에 물어보면 연장 결정됐다고 하고 … 음 … 만약 처분결정문 보여 달라고 하면 살짝 고쳐서 보여줄까. 아, 그럼 문서 위조가 되나 …"

연장신청서는 내 서랍 안에 있다. 며칠 후 결과를 묻는 아이에게 연장은 결정됐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행히 아이는 처분결정문을 보여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난 아이는 이후에 잠도 잘 자고 훨씬 생기 있게 생활하고 있다.

일주일 즈음 지나 열다섯 살 B가 찾아왔다. B도 연장을 요청한다. 이 아이는 A와 다른 이유다. "저, 연장 안하면 안돼요. 집에 있을 때 아빠가 학대했어요. 집에 가면 또 학대당해요."

은근한 협박이다. '알았다'며 아이를 돌려보냈다. 마음이 짠하다. 앞당겨 연장신청서를 쓰는 아이의 절박한 의지, 아빠의 폭력이 무서워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의 상처. 추운 겨울,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과 따뜻하게 날까 고민이 깊어 간다.



김자경 사무국장 / 나사로 청소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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