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교회, 휘둘리는 교회

흔들리는 교회, 휘둘리는 교회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2월 06일(월) 10:52
"인천에 오셨으니 인천 목회자를 대표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자가 집중된 인천 지역에서 한 목회자를 만났을 때,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인천의 교회에서 오미크론이 시작돼 유감이다. 목회자로서 죄송하다. 지인들에게 전화를 받을 때마다 송구한 마음이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40대 목사 부부로부터 시작된 오미크론 감염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잠시나마 위드코로나와 함께 평범한 일상의 회복을 기대했던 마음은 한달만에 가차없이 무너졌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5000명을 넘어선데다가 새로운 변종인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까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호환마마'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의 '주범'으로 교회가 지목된 점이 더 공포스럽다. 특히 이번에는 오미크론 확진보다 동선을 속이는 거짓말로 초기 대응이 늦어진 점이 더욱 부각되면서 교회를 향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여론은 싸늘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교회' '개신교를 없애야 나라가 살겠다' '교회가는 한심한 교인들 제발 정신 좀 차려라!' '교양없고 거짓으로 가득찬 목사 부부를 어떻게 처단해야 할까'….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는 한 목회자는 "연일 언론에서 '목사'와 '교회'를 강조하는 것도 참 얄궂다"는 원망 섞인 푸념도 했지만 '그 어떤 이유로든' 동선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어쩌다보니 교회는 사회의 민폐로 전락했고 혐오의 대상이 됐다. 분명 한때 교회는 땅 속 깊게 내린 뿌리로 주변의 생명들에게 자양분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뿌리깊은 나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 공동체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발버둥쳤던 한국교회 130년의 역사는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다.

'코로나가 교회를 흔들고 있는가. 교회가 코로나에 휘둘리고 있는가.' 알수 없지만 코로나19라는 역대 최악의 사태 속에서 교회가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회복'이라는 단어가 더욱 무겁고 간절해진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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