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에 가장 좋은 양주'(?)

'크리스마스 선물에 가장 좋은 양주'(?)

[ 아카이브 ] 왜곡된 성탄절 문화 지적...성탄절 맞는 기독교인 자세, ‘회개 경건 화평’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1년 12월 07일(화) 17:10
1954년 12월 20일자 왜곡된 성탄절 분위기를 꼬집은 기사
"… 그러나 오날 이 땅의 聖誕(성탄)은 그 누구를 爲한 그 무엇 때문의 것인지? 冷靜(냉정)하게 聖書的(성서적) 立場(입장)에서 主의 날카로운 審判(심판)을 免(면)치 못할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러고 보면 오날의 우리 韓國敎界(한국교계)가 갖고 있는 聖誕(선탄)에 對(대)한 態度(태도)와 方法(방법)을 根本的(근본적)으로 改新(개신)하지 않으면 않이될 段階(단계)에 이르렀다고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安慶得 1952년 1월 14일자 2면)

필자 안경득의 원고 '문화-성탄유감'의 마지막 단락이다. 안경득은 이 원고를 통해 6.25 한국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맞이한 1952년 12월 부산의 성탄절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首都 釜山(수도 부산)의 밤거리에는 歲暮(세모)의 風景(풍경)을 헤치며 聖誕(성탄)의 횃불이 유난히도 밝아 보인다"고 시작한 원고에는 당시 거리의 풍경을 원색적으로 고발하고 있으며, 교회에서 맞이한 성탄절의 분위기도 전하고 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성탄절 거리 분위기는 성탄의 본래 의미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기독공보는 삐뚤어진 성탄절 문화를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대부분의 기사는 성탄절의 기쁨과 감사를 나누고 있는 반면에 연말연시와 맞물려 있는 성탄절의 잘못된 문화에 대해 강도 높게 지적해 왔다.

한국기독공보는 왜곡된 성탄절 문화에 대한 1954년 12월 20일자 2면 기사는 제목을 '장사 밑천된 X마스'로 붙였다. "술병에 '산타크로스票(표)'"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기사는 "… (신문)광고문 가운데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가장 좋은 양주'라는 문구가 있다. 이것은 양심이 마비된 양주업자가 아무런 가책도 없이 상품선전에 광분하는 광례의 하나인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세계적인 명절인 성탄절을 상술에까지 이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같은 기사에서 "어떤 약빠른 그림쟁이(畵家는 아님)와 업자가 결탁하고 상품화된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승무(僧舞) 기생의 춤을 그린 것을 비롯하여 심한 것은 갓을 쓴 싼타크로스 영감이 담뱃대를 물고 굴뚝을 들어가는 것이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은 나온지 몇달이 못되어 절품이 되었다고 하니 이런 그림을 아무 분별없이 사간 사람은 누구일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라고 고발했다.

1956년 12월 24일자 성탄절 특집 기사 중 성탄절 문화의 유래와 행사를 소개한 기사


1955년 성탄절을 앞두고 보도한 '예수는 구유에 나섰다-유흥적으로 성탄을 맞지말라' 제목의 기사가 있다.

"… 크리스찬만이 아니라 돈벌이에 빠른 장사치들은 한달전부터 크리스마스 풍경을 북돋우어 크리스마스 나무이니 크리스마스 카드를 팔며 백화점과 과자방 윈도에는 크리스마스 케익이 사람의 눈을 끌기에 갖은 빛깔과 모형을 나타내고 있다. … "

또 같은 지면, '허식적 행사 버리고-가난한 이·고아·과부를 돌보라'는 기사에서 성탄절의 의미를 바로잡는 내용을 5가지로 정리했다.

"(1)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기 위하여 나무를 찍지 말라. 이것은 자연에 대한 또한 산림녹화에 반역이므로 정히 세우려면 화분을 이용하라. 크리스마스 츄리를 세워야 할 한국적 의미는 무엇인가 검토해 보라. (2) 크리스마스카드는 집에서 만들어 쓰는 것도 좋되 그 값을 모아 고아원에나 또는 외로운 이들에게 위문품을 보내라. (3) 싼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부자집에만 간다는 비난이 있다. 싼타할아버지의 전설은 빈민의 아버지의 선행에서 된 것을 생각하고 구제의 정신을 찬양하도록 할 것이요 실제 인물로 또는 투기심을 길러주지 말 것. (4) 양말속에 선물 준다는 서양풍습을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정정당당하게 착한 아이들에게 표창하도록 할 것. (5) 모든 축하행사는 23일 밤까지에 끝내고 24일 밤에는 고요히 모여 잔잔한 식이 있은후 밤을 쉬어 25일 새벽송을 할 것이요. 25일 오전 11시 정식 축하예배에 곤하다고 결석하지 말고 모두 참석하게 할 것."

한국기독공보는 다양한 내용으로 바람직한 성탄절 분위를 지적하고 있으며 바른 성탄절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1960년대의 왜곡된 성탄절 분위기는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도한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성탄절을 전후한 사회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1964년 12월 26일자 1면 '교회의 협조 요망'이라는 제목을 기사에서 내무부가 발표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당시 연말연시, 방학 졸업식 등과 맞물려서 성탄절에 청소년들의 풍기 문란이 있음을 지적하며 교회에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의 기사다. 기사는 "내무부 발표에 의하면 해마다 엄청난 소년풍이 율을 막는데는 교회에서도 적극 선도해 줄 것을 요망하였다. 이 단속기간 동안에 일발 어른들도 소년들 앞에서 먼저 좋은 면을 보여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왜곡된 성탄절 문화에 대해 꾸준하게 지적해 온 한국기독공보는 1986년 12월 20일 3면 '지상극우(地上劇宇)'라는 제목의 기획에 투고된 주선애 교수(장신대)의 원고에 주목하게 된다. '소란한 聖誕節(성탄절)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원고에서 주 교수는 "먹고 마시고 뛰고 노는 시끄러운 날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하나님 은혜와 사랑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주 교수는 "번화가에 오색찬란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나부끼고 캐롤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웬일인지 기쁨보다는 불안이 앞서곤 한다. 웬일일까?"라고 원고를 시작하며, "… 호텔마다 만원이고, 카바레마다 성업의 절정이 크리스마스라고 한다. 그뿐인가? 집집이 끼리끼리 모여 먹고, 마시고, 놀자판이 벌어진다. 금년엔 또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셔 댈 것인가? 우리나라 음주량은 세계 랭킹 2위라고 한다. … 젊은이들은 1년 간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려는 계획을 짜기에 여념이 없다. 실상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마치 늘렸던 욕구를 모두 해방이나 시키듯이 자유롭게 범죄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기에 이른 봄만 되면 병원에는 임신중절이 부적 늘어나는 이유가 크리스마스 사생아들 때문이라고 한다"고 세태를 고발했다. 또 교회에 대해서도 이 원고는 "교회는 교회대로 크리스마스 행사를 전교회적으로 또는 각 부별로 단체별로 저마다 늘어놓고 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온 식구들은 제각기 끼리끼리 다 나가버린 텅 빈 집만 남게 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는 가정 부재가 되는 것이다"며 잘못된 성탄절 분위기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 교수는 가정을 중심한 성탄절을 맞이할 것을 강조하면서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가정이 중심이 되어 모두 모여 예배 드릴 것, 둘째는 가정 단위로 이웃과 사랑 나눔을 실천할 것 등이다.

한국기독공보는 같은 신문 사설에서 성탄절을 맞는 기독교인의 자세를 '회개', '경건', '화평' 등 3가지로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 그리스도인 다운 성탄절의 문화가 한국교회를 통하여 창조되어 이 땅에 토착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만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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