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가 우리 신앙의 응답

녹색교회가 우리 신앙의 응답

[ 현장칼럼 ]

이현아 목사
2021년 12월 03일(금) 08:22
저명한 구약학자 월터 브뤼그만(Walter Brueggemann)은 "교회가 직면한 큰 문제는 우리의 신앙이 우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살도록 이끄는가의 여부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비추어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이끄는, 그리고 이끌어야 할 신앙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지금 인류는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세상이 하나님의 창조세계임을 고백하면서도 창조세계에 대한 경외심을 잃고 자연을 파괴하며 경제적 풍요를 위해 지구 생태계를 착취해왔던 우리의 지난 삶의 대가는 혹독하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수십만의 생물종이 터전을 잃고 사라져가고 있으며 폭염, 한파, 태풍, 홍수, 산불 등 점점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 기상 현상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물 부족, 사막화, 해수면 상승, 농업시스템의 붕괴, 식량 부족 등으로 매년 수천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각종 질병과 낯선 감염병의 잦은 출현은 인간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소요와 분쟁으로 이어져 국내외 정의와 평화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여전히 물질과 소유, 소비 중심의 문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왔던 방식대로 살 것인지, 아니면 돌이켜 길을 찾고 생명 중심의 새로운 대안 문명을 만들며 살 것인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2006년 이후 한국에 '녹색교회'라는 이름의 교회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생명문화위원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부설 사단법인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매년 환경주일 연합예배를 맞아 창조세계를 보전하고 생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는 각 교단의 대표적이고 모범적인 교회들을 '녹색교회'로 발굴하고 시상해왔다. 2006년 3개 교회로 시작된 전국의 녹색교회는 2021년 현재 어느덧 90개 교회가 되었다. (예장통합 소속 35개 교회)

녹색교회로 선정된 교회들은 환경주일 성수를 중심으로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행동, 생명밥상 빈 그릇 운동, 에너지 전환을 위한 햇빛발전소 설치, 생명의 산·강 살리기, 교회 녹화, 초록 가게 운영, 자연학교 및 생태도서관 운영, 친환경 재생지 사용, 사막화를 막기 위한 나무 심기, 텃밭 가꾸기, 지역사회 생태환경운동 동참 등 다양한 실천에 앞장서 왔다.

이러한 녹색교회들이 주체가 되어 2018년 '녹색교회네트워크'를 조직하고 녹색교회 간의 친교와 교류를 도모하며 다양한 녹색교회의 사역을 한국교회와 사회에 알리고 신학화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의 자연파괴적 문명으로부터 돌아서서 그 자체로 이미 생명을 누리기에 풍성한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보전하는 일을 교회의 사명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생명의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교회의 신앙적 응답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라는 초월적 비전을 가슴에 품고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 땅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는 이웃 생명들을 짓밟고 획득한 경제적 풍요를 통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깊이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여 창조하신 모든 생명이 자신의 생명을 풍성히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하나님께서 창조세계 생명들에게 바라시는 일일 것이다. 이 땅의 모든 교회는 '녹색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교회를 향해 바라시는 바를 이룰 신앙적 응답이 될 것이다.



이현아 목사 /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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