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문제는 정서 문제, 청년들과 공감해야"

"이단 문제는 정서 문제, 청년들과 공감해야"

[ 기자수첩 ]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1년 11월 08일(월) 19:29
2020년 3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기자회견. / 한국기독공보 DB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대면예배가 회복하고 있다. 앞으로 단계적 거리두기 1~3차 단계에 따라 더 많은 성도들이 교회에 모여 예배드릴 전망이다. 오랜만에 성도들을 만나 반가움이 크지만, 교회가 잊어선 안 될 어린 양들이 있다. 이단에 빠졌던 청년들이다.

지난해 2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한 단체의 신호탄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한 것을 잊지 못한다. 한국교회와 사회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끔찍한 기억이다. 그러나 교회와 성도들이 가진 강한 반감이 그들의 회심을 저지할까 우려된다.

이단 사역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단사이비 단체 신도가 약 200만 명으로 추정한다. 그들 중 대다수가 기성 교회 교인이고, 청년의 비중이 크다. 이들을 탓하기 전에, 교회가 성도들의 기대와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게 된다.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의 정서와 심리' 제하의 책을 11월 발행한 유연철 박사(서울신대 상담심리학)는 "지식과 학벌, 교회활동은 이단 예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며, "이단에 빠지는 근본적 이유는 '정서와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년들이 경쟁사회에서 겪는 불안, 사랑의 결핍, 교회에서 느끼는 소외감 등, 이단은 청년들의 개별적인 정서에 주목해 친밀감으로 다가간다. 교회가 청년들을 이단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이단세미나를 통한 정보제공도 중요하지만, 청년들의 정서에 좀더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이다. 특히 이단에서 나와 기성교회로 돌아오는 청년들을 품으려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유연철 박사는 "이단에 빠진 많은 청년들 중 상당수는 다시 이단을 탈퇴하고 영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들어 한다"라며, "교주에 대한 환상이 깨어졌을 때 공황상태에 가까운 분노와 허탈감에 자신을 추스르기 힘들어 한다. 비록 이단을 탈퇴해 회심했다 하더라도 신앙적 심리적으로는 이미 병든 상태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단에서 빠져나온 청년들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교회를 다시 찾아왔을 때, 처음 보는 문구는 '신천지 출입금지'다. 청년들은 이 교회를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권남궤 목사는 이 문구 옆에 '탈 신천지인의 회복을 00교회가 돕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할 것과, 탈퇴자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을 제안했다.

아무쪼록 한국교회가 청년들과 좀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교회가 청년들을 가르치려 들기보다 정서에 공감해주고, 청년들이 부담없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교회에서 행복한 청년들이 늘어나면 이단에 미혹되는 청년이 줄어든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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